인도네시아의 떠오르는 젊은 신학자 ‘다비드 크리스탄토’의 아브라함 카이퍼 활용

글쓴이: 김정기(우트레흐트 깜뻔 신학대학교 박사과정, 네덜란드 기독교정치역사 전공 )
글쓴이: 김정기(우트레흐트 깜뻔 신학대학교 박사과정, 네덜란드 기독교정치역사 전공 )

아브라함 카이퍼는 1920년에 작고한 아주 오래된 사람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영역주권, 일반은총 등 신학적인 개념 등을 정립하여 개혁파 진영 내에서 중요한 신학적인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브라함 카이퍼는 100년 전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사람이고, 그는 백인 우월주의가 유럽 및 북미대륙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때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으며 활동한 사람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을 문명의 발전이라는 시각 아래 계급화 시킨 이론을 수용한 한 오리엔탈리스트였다. 그는 여타 네덜란드인들과는 다르게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윤리적 통치를 주창했지만, 인도네시아를 해방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었다.

한국에도 최근 필자의 책인 헤이그 특사 이준과 아브라함 카이퍼의 만남반혁명국가학등이 출판되는 등 카이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아브라함 카이퍼를 위대한 신학자로 숭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신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지식과 지혜를 비판적으로 보며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신학자 다비드 크리스탄토(David Kristanto)는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아브라함 카이퍼의 공공신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자 신학자이다. 그는 한국의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마쳤다.

다비드 크리스탄토(David Kristanto)
다비드 크리스탄토(David Kristanto)

크리스탄토는 인도네시아 하베스트 인터네셔널 세미너리에서 교수로 봉사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현지 기독교인들을 위해 힘을 다해 일하고 있다. 최근 그는 종교국에 등록된 기독교 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독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그는 아브라함 카이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타 종교와의 대화이다. 특별히 그는 무슬림 학자들과 대화하고 협력의 방안을 찾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들이 사는 나라이다.

크리스탄토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를 전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도 이외에도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같이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연히 종교 간 대화 그 자체를 긍정할 수는 없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종교 간 대화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독교적 관점의 핵심은 모든 사람들 가운데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종교 간 대화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카이퍼의 일반은총은 사람들 간의 공통점을 보게 합니다. 교회 밖에 있는 문화, 사람, 삶에 대한 좋은 관점을 제시해 주지요. 교회 밖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은 죄에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는 무슬림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간의 대화는 금기시되어 있고, 대화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비드 크리스탄토는 여러 노력 끝에 대화가 가능한 상대를 찾아 종교 간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런 대화가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동료 무슬림과 학문을 가지고 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슬림들이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친구는 이슬람 경전인 하딧을 설명해 주며 당시 10명 이상의 아내를 가지는 문화가 횡행했던 곳에서 모하마드는 결혼윤리를 만들고자 4명까지 아내를 가지도록 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해 하나가 줄어든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개혁파 신도들이 다른 종교와 대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금기시되어 있다. 다른 이와 멍에를 메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무슬림들은 대화보다는 전도할 대상으로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슬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여전히 꺼려지기도 한다. 2007년도에 있었던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등을 통해 우리는 극단적인 무슬림 집단으로부터 커다란 상처를 입기도 했다.

다비드 크리스탄토는 무슬림에 대한 거리감이 도리어 전도의 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는 공포를 없애야 합니다. 저는 교회에서 전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포가 있으면 전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우리와는 종교가 다르지만 서로 만나고 좋은 관계를 가지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들은 우리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사업상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탈레반과 같은 극단적인 무슬림들에 대해서 다비드 크리스탄토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들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온건한 무슬림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경계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극단주의자들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온건한 무슬림들 역시 이런 극단적인 무슬림들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온건한 이들은 이들을 반극단주의적으로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런 무슬림들은 정부와 손을 잡고 극단주의자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비드 크리스탄토는 이런 온건한 무슬림들과 힘을 합쳐 인도네시아의 소수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을 하려 한다. 국지적으로도 기독교 교회와 무슬림 모스크가 힘을 합하여 지역 내 환경미화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자 한다. 다비드 크리스탄토는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인도네시아내 복음 전파에 발판이 되리라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구교와 신교는 합쳐 2,700만 명가량 성도가 있습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두 번째로 큰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정부에 공인되지 않은 300개의 종교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정받지 못하는 종교에 있는 이들을 옹호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사회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은 복음의 전파를 위한 예비적인 단계라고 보았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신학자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일반은총을 기반으로 교회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도모하며 교회의 우선적 과제라 할 수 있는 복음 전파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의 무슬림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와 개혁파 신학을 바탕으로 한 종교간 대화는 우리나라에도 유용한 통찰을 주리라 생각한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구원에 대한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는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면서 교회 밖의 집단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리고 교회가 어떤 원리로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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