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우 교수(고신대)
황대우 교수(고신대)

우려

1974, 복음주의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태동한 로잔운동 즉 로잔 세계복음화 운동(Lausanne Movement for World Evangelization)은 명칭에서 명확하게 천명한 것처럼 세계복음화(World Evangelization)가 최우선 과제와 목표다. 복음화 즉 전도와 선교가 최고의 과제와 목표가 아니라면 명칭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참여는 세계복음화와 불가분의 동반 과제이자 목표지만 순서상 세계복음화 다음이다.

로잔운동은 1910년의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World Missionary Coference) 덕분에 1921년에 조직된 국제선교협의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1961년에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의 한 분과(세계선교복음위원회: Commission on World Mission and Evagelism)로 통합 흡수된 이후,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개신교 전통의 신학과 선교원리를 지향하는 복음주의 교회지도자들에 의해 태동했다.

로잔운동의 시작은 19747월에 10일간(16-25)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세계복음화국제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gelization). 150여 개의 나라에서 온 약 2,700명의 참가자들은 복음주의 선교사와 신학자 및 목회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국에서도 65명의 대표자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1966년 서베를린(West Berlin)에서 복음주의자들이 개최한 세계전도대회(World Congress on Evagelism)의 복음화운동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1966년과 1974년의 두 대회는 모두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 Willam Franklin Graham Jr.)의 전도활동에 힘입은 복음주의 전도운동의 일환이었다. 1974년의 로잔대회는 이후 지속적인 세계복음화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유명한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을 채택하고 로잔위원회(Lausanne Committee for World Evangelism)를 구성했다. 로잔대회와 로잔위원회는 성격상 세계교회협의회와 같은 세계교회들의 연합기구와 완전히 다르다.

로잔대회와 로잔위원회는 단순히 세계복음화를 위한 일종의 선교운동일 뿐이다.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선교단체 및 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복음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전도와 선교의 지략과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사실상 로잔운동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자 임무의 전부다. 이와 같은 로잔운동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같은 세계적인 협의회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

이단성향 시비로 로잔운동을 공격하려면 1974년의 로잔언약과 1989년 필리핀 마닐라(Manila)에서 개최된 제2차 로잔대회의 마닐라 선언문(Manila Manifesto), 그리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Cape Town)에서 개최된 제3차 로잔대회의 케이프타운서약(Cape Town Commitment)을 살펴야 한다. 그 문서들에 이단성이 나타난다면 로잔운동의 이단성에 시비를 걸 수 있겠지만 그 세 문서 어디에서도 이단적인 내용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위 세 문서에서 이단적 성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20244월에 한국에서 개최될 제4차 로잔대회를 이단시비로 공격한다면 그것은 로잔대회를 향한 애정 어린 염려와 걱정이 도를 넘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든지 아니면 아무런 근거 없이 공격하는 비난에 불과하다. 우려에 대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은 기우일 것이다. 로잔대회는 신사도운동이나 인터콥과 무관한데, 마치 연관이 있는 것처럼 가정하고 공격하는 일은 상식적이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

위에서 언급한 세 문서인 로잔언약(1974)과 마닐라선언문(1989)과 케이프타운서약(2010)에 이단적인 요소가 없다면 이단시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언급한 것처럼 로잔대회는 세계교회의 연합기구(예컨대, WCC)와 달리 조건과 절차에 따른 가입이 필요하지 않고 다만 대회 참가 신청만 받을 뿐이다. 참가신청은 이단도 불신자도 가능하다. 참가자들을 가려서 받아야 하는가? 아니다! 강사 선정은 신중하게 해야겠지만 특정 강사 문제로 이단성을 논할 수는 없다.

이단이든 이단성이 농후한 단체든 만일 로잔문서들을 자신들의 신앙고백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환영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바른 기독교신앙을 추구하는 기회이거나 혹여 그들이 그 문서들과 신앙고백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 경우 그들의 주장이 모순이라고 지적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잔대회가 이단시비와 무관한 세 공식문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위원회가 강사 선정에 신중하지 못했다면 반성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오해도 없길 바란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동성애자를 차별하거나 멸시하는 자세가 아니라 거짓으로 남을 속이거나 도둑질 하는 우리 자신과 동일한 죄인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정 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 간의 간음이나 간통이 죄인 것처럼 동성 간의 성적 사랑 역시 죄다.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불변의 윤리적 죄악이다. 로잔대회 문서들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로잔대회 웹사이트 갈무리
로잔대회 웹사이트 갈무리

기대

4차 로잔대회가 922일부터 28일까지 7일 동안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는 것이 대회 주제다. 규모는 222개국에서 5,000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상대로 참가한다면 역대 최대의 참가국과 참가자들이 될 것이다. 국내적인 전도운동과 세계적인 선교운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지금, 로잔대회의 국내 개최는 반가운 소식이다.

4차 로잔대회은 총 25개의 이슈트랙을 7가지 항목으로 분류하여 논의할 예정이다. 첫 번째 주제는 복음전파인데, 6개의 이슈 즉 전 세계 인구 고령화, 새로운 중산층, 다음세대 전도, 이슬람, 세속주의, 최소 전도 종족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사역인데, 여기에는 4개의 이슈 즉 디지털 시대의 성경, 교회 형태, 제자 훈련, 전도 등을 다룰 예정이다.

세 번째 주제는 인간됨에 대한 이해로 트랜스 휴머니즘, 기술, 그리고 구원 재정의 문제, 성과 성별 문제, 그리고 정신 및 신체 건강 문제가 다루어질 것이다. 네 번째 주제는 다중심적 선교사역인데, 여기에는 다중심적 선교와 다중심적 자원의 동원, 그리고 기독교인의 연합과 지상대위임령 등 3개의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다섯 번째 주제는 선교와 거룩함으로 정직과 반부패, 통전적 영성 및 선교, 지도자 품성 개발 등 3개의 이슈가 다루어질 예정이다.

여섯 번째 주제는 공동체에서 증인되기이며 여기서도 3개의 이슈 즉 이주민과 도시 공동체, 그리고 디지털 공동체 등을 다룬다. 마지막 일곱 번째 주제는 사회적 상호교류인데, 여기서도 3개의 이슈 즉 기독교, 급진적 정치 그리고 종교의 자유 문제, 창조세계와 취약계층 돌봄 문제, 일터사역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4차 로잔대회를 위해 선정된 일곱 가지 주제는 이번 대회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알려준다.

4차 로잔대회가 다룰 예정인 25개의 이슈들 가운데 어느 것도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에게 요긴해 보이지 않는 이슈는 없다. 개인이나 교회별로 더 간절하고 절박한 주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저 이슈들을 통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준비위원들과 참가자들은 공히 하나님께서 베푸실 큰 은혜를 기대하고 기도하며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이번 제4차 로잔대회가 단지 성공적으로 치러진 행사로만 기억되기 보다는 오히려, 현실 교회의 힘든 환경과 고단한 신자들의 삶, 그리고 점점 열정도 후원도 고갈되어가는 선교 사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이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 한국교회에 가장 부족한 요소가 바로 함께가 아닐까? ‘그리스도와 함께가 기독교적인 삶의 전부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신자는 다른 모든 신자와 함께 한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는 한 몸의 지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그리스도께서 머리이신 한 몸에 붙어 있는 지체들이다. 그리스도와 한 몸인 우리 그리스도인은 각자 어디에 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우주적 교회를 이루는 성도들이자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형제자매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지상교회는 혈맹공동체다. 이와 같은 우리 모두 혈맹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로잔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길 바란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진 함께공동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는 것은 성령 하나님의 역사 없인 불가능하다. 반대로 우리에게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면 불가능은 없다. 진정한 함께공동체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구원을 만방에 선포하는 복음의 선봉장이다. ‘함께공동체로서 교회의 위대함이 로잔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새롭게 경험되길 바란다. 협력과 협동의 위대함은 단지 성경의 가르침에 갇히지 않는다. 4차 로잔대회가 세상도 놀라게 하는 함께의 길이 되길!

 

온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이 또 다시 힘차게 선포되는 출발점이자,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의 열정과 믿음의 양심이 동시에 살아나는 기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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