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작은 목소리 놓치지 않겠다"·엄상필 "법 논리로 정의 외면 안돼

"김명수 퇴임 후 멈췄던 전합 선고 재개될 듯…진보 색채 옅어질 전망

지난 11일 퇴임한 안철상·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신숙희(54·사법연수원 25엄상필(55·사법연수원 23) 신임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약 2개월 만에 완전해졌다.

국기에 경례하는 신임 대법관들(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신숙희·엄상필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3.4
국기에 경례하는 신임 대법관들(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신숙희·엄상필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3.4

대법원은 4일 오전 두 대법관의 취임식을 열었다. 신 대법관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대법관으로서 이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설 '제인 에어'를 쓴 작가 샬럿 브론테가 당시 사회 상황 탓에 가명으로 소설을 썼던 점을 언급하면서다.

엄 대법관은 "시작의 자리에 선 저의 소망이자 다짐"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법관의 길'을 밝혔다.

그는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정성을 다해 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경험과 시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9월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진 대법관들의 공석 상태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작년 924일 임기를 마쳤으나 이균용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후임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1211일에야 취임했다.

이어 안철상·민유숙 전 대법관이 올해 11일 퇴임하면서 다시 대법관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921일 이후 심리 기일만 두 차례 열었을 뿐 판결을 선고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 혹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은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전원의 2/3 이상이 참여해 심리·판결한다.

두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은 오석준·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을 포함해 다섯 사람으로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대법원장 재임기와 비교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진보 색채가 옅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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