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부 승인" 입국시 팬데믹 후 처음…2021년 이후 국제기구 상주직원 없어

北 팬데믹 후 국제기구 문호개방 신호탄…유니세프 등 추가 입국 허용 기대감

일단은 태국으로 부임…北 입국 시기 관련 "유엔과 北 당국간에 논의 진행 중"

유엔이 북한과 관련된 국제기구의 업무를 조정하는 상주조정관을 신규 임명했다.

북한 당국도 신임 조정관의 임명을 승인했다고 유엔측이 밝힘에 따라 국제기구 관계자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다시 평양에 발을 디딜지 관심을 모은다.

조 콜럼바노 유엔 상주조정관
조 콜럼바노 유엔 상주조정관

입국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을 떠났던 서방 외교관들의 주북 대사관 재가동 움직임과 맞물려 국제기구의 북한 복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4(현지시간) 유엔본부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신임 북한 상주조정관으로 조 콜럼바노 전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임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콜럼바노 조정관은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의제와 관련한 북한의 노력을 지원하고, 식량, 안보, 사회개발서비스, 회복력 및 지속가능성, 데이터 개발 관리 등 분야에서 유엔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임 북한 조정관 임명과 관련해 북한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고 뒤자리크 대변인은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콜럼바노 조정관의 북한 입국 시기에 대해 "평양 복귀와 관련해 유엔과 북한 당국 사이에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콜럼바노 조정관이 향후 북한에 입국할 경우 지난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유엔 국제기구 직원이 될 전망이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다른 국제기구의 북한 복귀 여부에 대한 연합뉴스 질의에 "상주 조정관의 배치는 중차대하며, 유엔 국제기구 직원들의 북한 복귀 능력에 대한 매우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현재 북한 당국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과 관련,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임명 승인은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기구에 처음 문호를 개방하는 제스처로,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콜럼바노 조정관은 북한 입국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태국 방콕의 유엔 센터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신규 임명은 전임자 임기 만료에 따른 후임 인선으로, 콜럼바노 조정관의 전임자 역시 방콕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0201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폐쇄했고, 2021년을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직원들이 모두 북한을 떠난 바 있다.

이번 유엔 조정관의 임명 및 북한의 승인으로 북한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직원들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다.

유엔 상주조정관은 특정 국가와 관련해 여러 유엔 기구들의 업무를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콜럼바노 신임 조정관은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 홍콩대학교에서 중국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발금융 전문가인 그는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지내기 전까지 뉴욕의 유엔본부 사무국에서 지속가능개발국장 등을 역임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국제보건기구(WHO) 코로나19 특사의 수석 고문을 지냈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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