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목회하면서 힘든 일들이 있다. 목회는 무엇보다 말씀기도인데, 그것이 쉬운 듯하면서 때로 어렵다. 설교 준비가 그렇다. 목사가 된 지 40년이 되어도 매주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새벽기도 하는 일도 그렇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기가 때로 힘들다. 교인들의 가정을 기억하고 교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기도하기가 쉽지 않다. 기도를 오래 하는 교인보다, 매일 더 오래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무엇보다 힘든 일은 피치 못하는 이별이다. 목회자가 교인과 이별하는 몇 가지 경우가 있다. 목회자가 사역지를 옮기면 이별하게 된다. 나는 21년여 전 천안 하나교회로 오면서, 부산에서 14년간 함께 했던 교회 성도들과 이별했다. 목회자가 은퇴할 때도 사랑하는 성도들과 헤어져야 한다. 나도 2년여 후에는 그렇게 될 것이다. 마지막에 목회자가 죽음으로 성도들과 사별하게 된다. 언젠가 그런 날도 올 것이다.

때로는 성도들이 소속해 있던 교회와 이별하기도 한다. 직장을 따라 집을 얻어서 멀리 이사 가는 경우이다. 지난주에 김정우(이향하) 성도도 그랬다. 교회가 시험에 들어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교회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 예배와 설교를 통해 은혜를 받지 못해서, 영적인 갈망을 가지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 안타깝지만 어떤 교인과 관계가 불편해서, 평안한 교회 생활을 하려고 떠나는 교인들도 있다.

목회자 자신이 떠나는 경우도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교인들과 이별할 때 목회자는 힘이 든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교회적으로 시험이 있어서 교인들이 떠나는 예는 없었다. 그러나 때로는 이유를 알 수도 없이 떠나니 더 답답하고, 때로는 다른 교인들에게 이유를 말해 줄 수 없으니 또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냥 모르는 채로 남겨두고 지나가는 것이 힘들다.

바울 사도가 에베소교회를 떠날 때 했던 고별설교(20:17-35)는 나의 로망(roman)이다. 먼저 그의 사역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전심전력 투구했다. 첫날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전했던 말씀에 대해 말한다. 3년을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삶에 대해 증거 했다. 무엇보다 그에겐 물욕이 없었다. 자신이 벌어서 동역자들까지 같이 사용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당당하고 떳떳했다.

돌아보면 부끄럽다. 도무지 바울 사도와 비교할 수 없다. 그분의 열심과 충성을 따라갈 자신이 없다. 설교할 때도 나는 그분의 간절함에 반도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분은 자비량으로 목회했지만, 나는 충분한 생활비를 받으며 목회하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교회를 떠날 때, 바울 사도처럼 고별설교하고 싶으니 민망하다. 누구나 이별할 것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이별이 되도록, 이별 준비 잘하며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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