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야 -

지금 남북의 관계는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이다. 6.25 발발 60주년이 되었건만 평화는 멀어지고 전쟁의 소문은 높아지고 있다.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희생된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남북교류는 단절되었고, 우리 정부와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에 고통을 줄 새로운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그리고 남한의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은 격감되었다. 2007년에는 3,488억 원(유상원조 포함)이었던 지원금이 2008년에는 438억 원으로 줄었고, 작년 경우는 200억 원도 채 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정권도 당장 어려움을 당하겠지만, 더 심각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다. 오직 체제유지에만 올인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서투른 경제정책과 화폐개혁 등으로 빈곤이 가중된 상황에서 외부지원마저 끊어지면 1990년대 중반에 200만 명이나 굶어죽었던 참혹한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때는 한국교회가 일어나야 한다. 기도해야 하고, 북한 동포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원칙을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겠지만, 교회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회가 북한 주민들 모두에게 어떤 혜택을 준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어린이들과 극난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강도 만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자들이 아닌가? 다행히 인도적인 지원창구는 아직도 열려 있다.

언젠가 서울의 어느 무허가 비닐천막촌에 화재가 났을 때 거기 살던 주민들을 도우기 위해 필자가 구청장을 만난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구청장이 먼저 교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부탁했다. “당국으로서는 저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면 앞으로 무허가집단촌을 단속할 길이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지금 화재로 거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지금 밥을 해먹을 장소도 없고 잘 때 덮을 이불도 없습니다. 교회가 그들을 좀 도와주십시오.”

필자는 그 구청장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남북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정부로서는 북한을 도울 수가 없다. 그런데 주민들은 식량부족으로 굶주리고 있고, 어린이들은 영양부족으로 발육부진에다 질병에 쉽게 노출되어 생명에 위협을 당하고 있다. 교회가 저들을 도와야 한다.

우리가 사랑을 기울이면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화해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날 때 미력하나마 한국교회가 저들을 도우기 시작했고, 이것은 민간단체들로 확산되어 남북교류가 활발해졌었다. 지금은 다시 그런 역할이 필요해진 때라고 생각한다. 1,2차 대전 때도 구호를 위한 십자가의 깃발은 휘날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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