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 정훈택 교수 “박윤식 목사와 소송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 처음부터 방향을 정해 놓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박윤식 목사측은 4년동안 우리들과 소송을 치르면서 많은 시도를 했다. 박 목사가 꾸준히 서적을 출판했고 그 책자에 한국교계의 명망있는 인사들이 추천사를 써줬다. 세계적 인물로 부각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그러나 현재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도 과거에 문제있는 설교를 했다면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을 때는 현재 새로운 서적과 설교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거의 사상이 존속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개신대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총신교수들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우리들과만 다른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고 본다. 개신대는 이미 한국교회가 문제삼은 박윤식 목사에 대해 옹호함으로 교회의 일치된 견해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한 것이다. 개신대 교수들이 한국교회와 함께가는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 박윤식 씨측과의 소송을 위해 학교나 교단측에서 어떤 도움을 주었나?
- 교단 일각에선 박윤식 목사에 대한 비판행위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교수들의 보고서와 비판서가 총회를 통과한 후에는 아무리 박 목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해도 총회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 총회 통과 후 박 목사를 총회에 가입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게 됐고 그 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어느 누구도 박 목사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거나 보고서와 비판서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박 목사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큰 흐름을 이루면서 소송 기간을 잘 견뎌올 수 있었다.
△ 소송 비용도 꽤 들었을 거 같다.
- 그냥 ‘억대’라고만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박 목사에 대한 교수들의 연구행위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러나 소송에 들어간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불필요한 낭비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지만 소송을 통해 박 목사의 사상을 검증한 것도 아니다. 그가 이단이냐 아니냐를 따진 것도 아니다. 총신 교수들의 비판서과 보고서의 배포 행위에 위법성이 있느냐 없느냐 등의 문제였다. 이런 소송을 하면서 물질을 써야 하니 큰 소모전을 치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학교교수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당하면서 학교 교비는 단 한푼도 소송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교수 개인이 갹출했고 친구들도 도왔다. 그리고 교회에 호소해서 모금한 돈으로 소송비용을 마련했다. 이중 가장 고생한 사람은 역시 박용규 교수였다. 박 교수는 박윤식 목사측으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다. 개인의 힘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올 초 암수술도 하셨는데 당시 당한 고초가 많은 스트레스가 됐으리라 본다.
△ 일부 패소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결과적으로 승소했다. 판결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매우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합동측 서북노회가 2005년도에 박윤식 씨를 영입하려는 시도만 하지 않았어도 소송은 일어나지 않았을 듯하다. 교단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없나?
- 서북노회가 박 목사를 영입하려 한 것은 그분에 대한 검토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합동측의 경우 한 사람을 목사로 만들려면 수천명의 사람 중에서 거르고 또 거르는 작업을 한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 할 때도 이렇듯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도 내부적인 검증을 통해 소위 예장 합동측의 목사가 됐는데 외부 인사를 받을 때도 동일한 잣대를 대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이단 시비가 존재하는 분에 대해서는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건이 교단 내에서 큰 경고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명망이 있고 교회가 크다 해도 한 사람을 교단내로 영입하려는 시도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 교계에는 소위 이단 옹호언론들이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이라고 규정한 단체의 기사나 광고를 내주는 경우인데, 박 씨측과 소송을 벌이면서 이단옹호언론들의 보도 행태는 어떠했나?
- 소송과정 중에 이단옹호행각을 하는 ‘유사언론’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이름만 보면 교회의 연합을 도모하는 신문같고 기독교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제호를 갖고 있다. 기독교정론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중에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보다 다른 목적을 가진 신문들이 있었다. 이들은 총신대 교수들이 박윤식 목사와의 소송 과정 중,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부분이 나오자 마치 박 목사의 이단성이 없다는 것을 사법부가 입증이라도 해준 것인양 보도했다.
같은 신앙인으로서 정당한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사실을 보도하기보다 왜곡하고 특정 상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사를 쓰면서 기독교를 파괴하는 쪽으로 언론의 힘을 악용하는 태도였다. 한국교회가 이단옹호언론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런 신문은 교인들이 구독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 <교회와신앙>(www.amennews.com) 상임이사인 최삼경 목사는 현재 박윤식 씨를 비판하는 과정 중에 소위 ‘월경잉태론자’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이단에 대처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뛰는 사람은 큰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탁명환 소장이 그랬다. 이젠 신체적 위협보다 더 큰 위협이 있다. 이단 대처사역자의 한두마디 말을 꼬투리 잡아서 이단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이 문제를 대처해서 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경잉태론이란 것은 한 사람을 매장하기 위해서 만든 말로 보인다.
△ 교수 생활을 하시며 이단 문제와 관련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 정상적 신학교육을 받기 전에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은혜를 받고 체험을 한다. 그리고 그 후 신학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명을 받을 때 느꼈던 은혜와 체험이 한 사람의 신앙의 평생을 좌우하는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설령 그것이 불건전한 체험일 경우에도 말이다. 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정상적 신학을 경험해도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신학을 하면서도 자신의 선험적 체험에 의존해 자기 색깔대로 신학을 소화한다. 반대로 정통 기독교교리를 기준으로 자신을 고치고 수정하는 태도는 약하다.
기독교 신앙은 체험을 시작점으로 하지 않는다. 기독교신앙은 내가 지금 현재 새롭게 만든 게 아니라 대부분이 신앙의 선배들이 수천년에 걸쳐 목숨을 걸고 지켜온 것을 물려 준 것이다. 그 지식을 물려 받는 과정이 신학함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분의 말씀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 결국 성경에서 이 두 종류의 지식을 쌓음으로 다음 세대가 신앙의 전통을 이어받는다.
현대 사회가 정보사회로 이동할수록 신학과 신앙에 있어서 지식을 무시하고 체험과 감정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가는 걸 많이 본다. 그런데 종교적 체험은 기독교가 아닌 그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식, 복음, 계시에 있다. 그래서 성경이 중요하다.
개인의 체험과 경험만 강조하다보면 정통기독교에서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체험과 경험에 길들여지다보면 또다시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게 경험주의자들의 단점이다. 그러나 한번 받은 제대로 된 지식, 올바로 정립된 신앙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힘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기독교의 진정한 힘은 여기서 나온다. 신학은 이 진정한 힘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모든 교수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비대위를 적극적으로 끌어주고 밀어줬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교수들이 한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총신 교수들이 종종 한국교계에서 ‘극보수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지만 이단측과의 법정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이단 문제에 관한한 어떤 교단보다도 당당하게 한국교회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단을 연구하면서 정통신학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작업인지 그리고 정통신학의 언저리에서 이단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돼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소송은 정말 재미없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그래도 승소케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지금까지 도와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교회와신앙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