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학원에 관선이사가 파송된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그 동안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우려왔다. 이제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정부 당국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법인을 교단에 돌려주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니 다행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소극적으로라도 법인을 돌려받아야 할 형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단 내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 총회 이후 교단 내의 대립구도는 상당히 완화되고,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의논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두 힘을 합쳐 교육인적자원부의 최소한의 요구라도 채워 학교법인의 주권을 속히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교단 집행부는 학교법인을 무조건 빨리 찾아오면 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밀어붙였다. 정상화라고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때로는 교단 내의 화합과 법질서까지도 훼손하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사후에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화란 단순히 소유나 경영권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상화란 관선이사가 파견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상황이 치유되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며, 경영에 대한 미래 전망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상화를 위한 모금이 현실적으로 가장 다급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정상화준비위원회가 이와 함께 골몰해야 할 일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물론 법인이 돌아온다고 해서 임원(이사 및 감사)들이 하루 아침에 모두 교단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당국에서도 완충시기를 두고, 앞으로 1-2년 동안은 교육부가 이사들의 일부를 파견하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사학법이 재개정 되지 않는 한 앞으로의 법인 구성은 교단의 의도대로 될 수도 없다.


이런 유보적인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총회는 과거의 모든 아픔들을 치유하면서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과 경영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이때야말로 공청회나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논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는,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게 했는지를 깊이 살피고 반성해야 한다. 이런 갱신 없이 형식상으로만 정상화되면 똑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도남노회에서는 지난 총회 시에 학교법인 사태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작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이를 밝혀서 누굴 징벌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실하게 회개하자는 것이고,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정상화준비위원회에서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니 좋은 출발이라고 본다.


둘째로, 책임경영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책임경영이란 말 자체는 좋지만 실제로는 무책임경영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책임경영이란 쉽게 말하면 전문 CEO에게 경영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맡겨 경영케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인데, 흑자가 났을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적자가 났을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손실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해임을 당하거나 사표를 내는 정도에서 끝나게 될 것이다.


기업경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협상과 피 튀기는 경쟁 속에 몸을 던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경영이 이루어지려면 책임을 맡는 경영인의 돈이 상당 금액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야 몸을 던져 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은 돈을 투자해 놓고 주인처럼 행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임경영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책임경영 방식보다 오히려 기관장(총장, 병원장, 신대원장)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기고 이사회는 주도적이 되기보다 행정적으로,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기관장 외에 이사장이나 상임감사 등이 책임경영인으로서의 권한을 갖는 것은 혼란만 가중 시킬 수 있다.



셋째는, 이사회의 구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사회는 목사보다 교육과 경영의 실무적인 일에 밝은 평신도들로 구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목사의 수는 2명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각 계 각 층의 인사들로 구성하여 교단정치의 영향을 줄이고, 실무적인 지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장도 장로가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단같이 병원과 의과대학이 포함된 법인은 그 성격이나 실무상 성직자가 이사장을 맡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사장은 법인산하 기관들의 재정 상태나 재무제표들을 파악하고 경영상태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노조나 직원들과 직접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일들도 많고, 심지어 소송을 당하거나 부득이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들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성직자인 목사보다 실무형의 장로가 맡는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넷째는, 임원들(이사, 감사)을 선출할 때는 교단총회가 직선하기보다 간접선거로 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일반법대로 하면 임원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 교단은 총회가 직선하고 이사회는 극히 형식적인 서류절차만 밟았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있을 땐 회의록 위조(?) 등의 시비가 일어나곤 하였다.

또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이사나 감사 선거가 완전히 정치적인 대결의 양상을 띠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경영은 오히려 뒷전이 되고 사사건건 정치적인 이슈들로 부딪쳤다. 그러므로 이사회의 정치화를 막고, 이사들이 경영 지원에 전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선이 좋다고 본다. 일단 이사회가 총회 전에 교단 지도부와 기관구성원들과 광범위하게 의논해서 임원들을 추천하면 총회가 이를 인준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리적으로도 무리가 없고 원만하리라 생각된다.


하여간 이제 정상화의 때가 가까이 이른 것 같다. 우리의 준비가 아직은 매우 미흡하긴 하지만 정부 당국이 호의를 가지고 있을 때 재단의 경영권을 회수하고,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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