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 내 문제들이 절실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글로벌한 이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고, 온 세상 사람들이 흘릴 눈물을 생각하면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너무 지엽적이었다. 복음 전도의 시급성이 있지만
사회적 책임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문제가 풀려서라기보다는 세계의 필요에 더 민감해져서 그 절실성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서재석:
서약서 문안이 마지막 날 나왔다는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미리 준비했던 거라면 대회 초반에 나누어 주고 적극적인 의견을 구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대회 중에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서 나름 최종본으로 나누었고 행동 서약이 담길 2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진정 피드백을 원했다면
참석자들이 초안이라도 들고 대회에 오도록 해야 했다고 본다.
이강일:
이 운동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운동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1974년에는 대표적이었던 인물이 빌리 그레이엄, 존 스토트, 그리고
사회적 책임 부분을 도와 줬던 사무엘 에스코바, 르네 빠띠야 이렇게 세 축이었다. 이번엔 더글러스 버셀이라는 펀드레이징과 프리젠테이션에 탁월한
미국 선교사, 린지 브라운이라는 IFES(국제복음주의학생회)의 온건한 중도 성향의 학생운동단체 영국 출신 지도자, 그 다음이 크리스토퍼
라이트인데 이 사람이 존 스토트 역할을 한 거다. 사무엘 에스코바와 르네 빠띠야 등의 위치가 안 보인다. 그 자리가 빠진 상태로 진행된 것인데,
다행히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총체적 시각으로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소화해 준 셈이다.
한국
교회의 과제
황병구:
한국에서 참가하신 목회자 그룹과 신학자 그룹은 로잔운동이 한국 교회에 잘 소개되지 않은 걸로 인식하고 있지만, 평신도 운동가 그룹과 선교사
그룹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로잔’이라는 브랜드로 유통되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로잔정신이 반영된 대중적인 신앙서적도 번역되었고,
선교한국이나 학원복음화운동 등 복음 전도를 위한 연합 운동은 물론, 의료‧교육‧법률‧언론‧시민사회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문 운동들이 일어난
것을 로잔운동의 영향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지역 교회와 교단의 무지가 문제인 것이다. 신학자들은 로잔언약을 연구책자 중 하나쯤으로
취급하고, 지역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이란 과제가 현안이었으니 자연히 로잔정신을 소화하는 것은 파라처치의 몫이 되고 말았다. 다만 현재 사역
전선에 있는 청년‧학생 운동과 선교 운동, 기독 대학 등이 과연 로잔운동의 내용을 숙고하며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
서재석:
이번에 참석한 네 그룹은 사실 서로 조금씩 다른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가는 것 같다. 네 그룹간의 소통도 과제 중의 하나다. 제일 중요한 것은
로잔이 운동이고 정신이라면 조금 더 쉬운 말과 개념으로 이야기되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부족하고 참석자의 이해와 관심이 서로 다른 것도 문제다.
로잔정신을 가지고 성도들을 각성시킬 쉬운 해설집이나 적용집이 나오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일반 성도들은 물론 <복음과상황>
독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장년들에게도 로잔에 대한 분명한 소개가 있어야 하는데, 참석자들이 각자 다양한 주제를 소화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소
모호한 것이 아쉽다.
이대귀:
목회자들은 로잔에 대한 소개를 지역 교회에 소극적으로 했을뿐 아니라 ‘사회참여’라는 단어에 선입견도 갖고 있다. 교회의 의무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면 정치적인 이슈들과 연결되기에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처럼 ‘화해’라는 주제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한 듯하다.
황병구:
평화, 화해, 협력이라는 단어 역시 보수적 목회자들에게는 WCC(세계교회협의회)가 연상되면서 종교다원주의와 맥락이 닿아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지만, 이번 대회 첫날부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진리로 선포하고 대회를 열었던 것은 이런 의심의 무장을 해제시킨 효과가 있었다.
이강일:
목회자들의 문제에 기여하려면 성경신학자와 조직신학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복음주의 전통 속에서 사회적 책임과 화해의 사역이 어느 영역에서
동반가능한 일인가, 회심과 구원의 영역이냐, 성화와 제자도냐, 교회성장과 선교냐 뭔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여전히 힘든 과제로 남을
것이다.
조준모:
한동대학교를 통해 관찰한 바로는 사실 복음의 총체성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경적 이해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선교하시는 분들이
‘총체적 선교’를 언급하면서 그 매듭이 풀리며 반전이 일어나게 되었다. 총체적 선교라는 이야기가 회자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총체적
복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전공과 영역에 상관 없이 누구나 열심히 선교할 수 있다는 인식의 진전도 가져왔다. 지역 교회에서도 복음의 총체성과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총체적 선교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 적절할 듯하다.
평가식
후일담을 모아놓고 보니 까칠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편집 과정에서 독자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모았다. 이야기는 한동안 더
계속되었고 매일 밤 잠들기 전 나눈 이야기까지 덧붙이자면 책이 한 권이겠지만 다음 이야기들은 각자가 자기 영역에서 실질적 기여를 나누면서
이어가자는 약속으로 마무리 되었다. 커피값 계산은 가장 연장자였던 서재석 전 편집장님이 하셨다.
좌담
참석자들이 뽑은 대회 Best 5 1.
회중 모두가 참여했던 개폐회식 예배, 한국 교회가 많이 배워야 할 부분. 2 . 지구촌 인종과 의상이 다 모인 200여 국의
모임 그 자체, 우물 안 개구리들이 경천동지할 경험. 3 . 6명이 한 조가 된 주 집회 현장 테이블 그룹, 6개국 사람들과
서로를 이해해 가는 멋진 과정. 4 . 남녀노소 차별 없는 식사시간, 누구나 줄을 서고, 계단과 바닥이 모두 식사처가 되는 평등
경험. 5 . 메시지를 능가하는 퍼포먼스와 스크린에 펼쳐진 예술적이고 신비함이 넘치는 이미지들.
참석자들이
뽑은 Worst 5 1.
느려 터진 인터넷, 한국 참가자들이 가장 고생했을 듯. 2. 주일에 시작해서 주일에 마치는 낯선 일정, 여러 한국
목회자들이 참석 포기. 3. 스크린에 영어 자막이나 한국어 동시통역을 요청했어야 한국 측 어르신들이 고생 덜하셨을
텐데…. 4. 한국 상황이 탈북소녀의 간증 하나로 인상 지워진 것은 한국 교회의 평화적 노력이 무시되는
결과. 5. 비싼 참가비와 고급 환경은 대회가 강조한 검소한 삶의 양식과 모순되는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