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성수의 꿈에 대해 설교하고 여러 좋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많이들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주일은 정말 쉬는 날, 주 안에서 행복한 날, 성도의 교제로 인해 기쁨이 넘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오던 관습입니다. 전통입니다. 전통을 우리말 성경에는 유전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본래 유전은 좋은 의도로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율법을 더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결과 구체적인 행동규범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율법의 정신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게 되었습니다. 유전은 성경 위의 자리에 앉아서 호령을 하곤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유전에 철저했던 바리새인들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안수집사회 임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유익한 대화들을 나누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월례회 모임이 잘 되지 않는데 좋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꼭 월례회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 해오던 거니까 계속 한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두서너달에 한번씩 파티를 하시면 어떨까요? 각자 음식 조금씩 해 와서. 부부 동반으로요.” 다들 좋아하시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진짜 잔치로 바꾸실지, 아니면 오랜 전통을 바꾸지 못하고 잠깐의 해프닝 토론으로 끝날지.


저는 여러 해 동안 남녀전도회 월례회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월례회를 재미있게 하십시오. 회비 거두는 월례회 하지 마십시오. 웬만하면 주중에 하십시오.” (참, 제 생각에, 월례회 때 회비 내시는 분은 월례회 안 해도 잘 내실 겁니다. 회계가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시면요.) 또 월례회 때 예배드리는 것도 반대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말씀까지 드렸습니다. “아니 이제 막 예배 마쳤는데 제 설교가 그렇게 부족했습니까? 또 설교 들으시게요.” 전도양육위원회에서는 전도회를 돕기 위해서 월례회 개선안을 만들어서 나누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몇몇 전도회에서는 주중에, 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는 월례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집에서 저녁을 마련해놓고 회원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해서 수많은 헌신예배를 없앴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반대했습니다. 헌신예배 수입이 해당 기관 예산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에 대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반대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헌신이라는 것은 내 것을 드리는 것이지 내 것을 챙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신예배라면 우리의 헌금을 드리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헌금을 거두어서 우리 재정에 챙기는 것은 헌신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헌금예배지 헌신예배가 아닙니다.


헌신예배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생겼을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의 제단을 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헌금을 하니까 수입이 적지 않았습니다. 회비도 얼마 없는데 재정적으로나 사업계획 수행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앞뒤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헌신을 위한 헌금이 헌금을 위한 헌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헌신은 없는 헌신예배, 형식에 묶인 헌신예배가 되어 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전통은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형식은 점점 멋있어지는데 처음의 정신이 사라지곤 합니다. 전통의 진정한 보존은 처음의 정신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 처음 정신만 있다면 형식은 하늘의 새처럼 자유로워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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