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났던 근본주의 신앙은 성경의 모든 초자연적인 것을 부인하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항해서 성경의 무오,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그의 대속적인 죽음, 육체적인 부활, 임박한 재림은 양보할 수 없는 신앙의 기초임을 믿어야 한다는 운동이었다. 당연히 성경적 신앙이요 사도들과 종교 개혁자들의 신앙 전통을 이어받는 아름다운 신앙운동이었다. 그러나 얼마못가 이 근본주의 신앙운동은 미국에서 완전히 외면을 당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이 득세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근본주의는 자유주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기 이전에 스스로 몰락을 길을 자초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근본주의는 세상을 대하는 지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925년 근본주의의 몰락을 재촉한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유명한 ‘원숭이 재판’이었다. 당시 아직 보수주의적이었던 미국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한 주가 많았다. 그러한 주 중 하나인 테네시 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존 스콥스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쳤다. 근본주의자들이 주도가 된 보수주의자들은 존 스콥스를 법정에 고소했다. 보수주의자들 중에는 세상 법정에까지 고소할 것이 있겠느냐는 주장이 많았지만 근본주의자들이 이 재판을 밀어붙였다. 성경에 위배되는 것을 가르쳤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이 재판은 전 미국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방청객이 천 명이 넘었고 특별히 당시 미국은 신문이 보편화된 때였기에 신문을 통해 양측 변호인들의 변론의 내용이 중게 방송하듯 보도되었다. 신문은 근본주의자들을 매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존 스콥프스의 변호인은 클레어런스 대로우는 근본주의자들의 신앙이 얼마나 현대인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폭로했다. 대로우는 고소인 측의 변호인인 윌리암 제닝스 브라이언에게 어떻게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는지, 가인이 아내를 어디서 만났는지, 요나를 삼킨 물고기는 어디서 왔는지 등을 물었다. 브라이언은 이런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논쟁이 대로우가 묻고 브라이언은 얼버무리는 식이었다. 신문은 연일 변론의 내용을 보도했고 근본주의자들은 치욕을 당했다. 근본주의는 편협하고 고집 센 무식쟁이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 이후 세상은 근본주의를 외면했고 조롱했다. 그 후 근본주의는 사분오열 되고 말았다. 근본주의자들은 세상의 변화를 몰랐다. 특별히 당시는 신문이 보편화된 시대였는데 신문을 통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때 어떻게 알려질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가 신문이 보편화된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사건은 굳이 신문에 보도 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신문보다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이 세상의 통로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이 인터넷의 영향력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릎을 꿇게 했다. 기독교인들이 생각할 때 대통령이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사건을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드릴지 생각을 해보았어야 했다. 일본의 재앙이 일어난 후 유명한 목사님들이 일본의 재앙이 하나님의 진노로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적으로 맞는 말일 수 있다. 일본은 팔백만 귀신을 섬기는 나라요, 일본의 재앙은 저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동정적 분위기 속에서 이 말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난도질이 될지 생각을 해보았어야 했다. 재앙을 당한 일본에 대해 성경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얼마든지 많이 있지 않는가? “일본은 지금 강도만난 이웃이다.” “일본에 복음이 전파될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다 성경적 진리이다. 그런데 하필 일본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해야 하는가? 봉은사와 조계사 땅 밟기 사건은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자기 밖에 모르는, 무식하고 폭력적인 편협한 독선주의자들이라는 인상만 심었을 뿐이다.


이미 한국교회는 일부 대교회 목사들의 물량주의, 황금만능주의, 세습 문제, 그리고 한기총의 금권선거 등으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어있다(당연히 이런 문제들은 회개하고 고쳐야 한다). 여기에 ‘무릎 꿇은 대통령 사건’과 ‘일본 심판 발언’ ‘봉은사, 조계사 땅 밝기 사건’ 등은 더욱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비상식적인 이상한 집단으로 보게 만들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인터넷을 의식해야 한다. 인터넷을 무시하거나 그냥 적그리스도 대하듯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곧 세상이다. 세상을 대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교회도 근본주의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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