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1,200만 성도를 다스리나?

한기총, 49개 단체장 명의 성명 발표…예의 모르는 불교 신자 판사 거절

▲ 한기총이 4월 11일 <국민일보>에 명예회장 이성택, 지덕, 이만신, 박종순, 이용규 목사 외 49개 단체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 (<국민일보> 갈무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명예회장 이성택, 지덕, 이만신, 박종순, 이용규 목사 외 49개 단체장 명의로 성명서를 4월 11일 <국민일보>에 발표, 김용호 대표회장 직무대행과 이광선 목사와 한기총 해체 운동 그룹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들은 먼저 이광선 목사 측의 금권 선거 양심선언을 가리켜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개혁은커녕 한국 기독교를 망치는 행동"으로 폄하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16명에 대해서는 "극단적 소수가 교단의 지시 없이 독단적인 돌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소송 취하 조건으로 2억 원을 요구하고 직원 해임을 요구한 파렴치한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광선 목사와 16명의 응분의 책임을 물어 소속 교단에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법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대표회장 유고시 공동회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되어 있는데, 법원은 기독교를 우롱하는 판결을 내렸으므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판사를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대표 자리는 가톨릭 추기경과 불교 총무원장 자리와 다를 바 없는데, 평신도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수장 자리에 앉아 1,200만 성도를 다스릴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법 이전의 상식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한기총을 평가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용호 직무대행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먼저 김 대행에 대해서 '집사'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김 대행이 인사말에서 '형제, 자매'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한국 기독교 원로들에게 형제, 자매란 표현을 한 것이 황당하고 비참하다고 했다. 영적 아버지인 원로 목사와 원로 장로들에게 '리더들'이라는 폄하 발언을 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기총 모든 회원들을 도매금으로 정죄하는 것은 사태 파악을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며, 한기총 해체 운동을 벌이는 인사들까지 만나겠다는 김 대행에 대해 '누가 그런 권세를 주었느냐'고 따졌다. 4월 21일까지 임시총회를 소집해 인준 절차를 처리하지 않으면 김용호 집사가 고의적으로 한기총을 음해하고 해체할 음모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면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500만 원을 직무대행 월급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은 정중히 거절한다고 했다. SBS가 4월 6일 보도한 내용도 한기총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고, 기독교 내에서 사소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공격적으로 보도해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대해서 1,200만 성도의 이름으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날 좌파와 용공 분자들이 날뛰고 민주화 미명 아래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 불순 책동을 막아 왔는데, 오늘날 극좌 분자들이 모략과 중상을 하며 언론을 통해 한기총과 지도부를 음해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한기총 소속 교단이 더욱 단결해 민족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일하는 영적 항공모함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며 끝냈다. 이 성명은 지난 4월 7일 열린 '한기총 회원 교단장, 단체장 및 총무 연석 간담회'에서 길자연 목사 측이 5명의 한기총 명예회장들에게 작성을 위임한 것이다. 한기총에는 총 88개 단체(교단 69개, 기관 19개)가 소속했지만, 이번 성명에는 절반 조금 넘는 49개 교단과 기관이 참여했다. 예장통합(총회장 김정서 목사), 예장백석(총회장 노문길 목사), 기감총회연합(길용목 감독) 등 교단 및 한국복음주의협의회(김명혁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박성민 목사),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정정섭 회장)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뉴스앤조이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도 한기총 탈퇴 월드비전에 이어 두 번째…기아대책은 행정 보류 요청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4월 11일 홈페이지 공지 사항을 통해 한기총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월드비전이 지난 3월 3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탈퇴한 데 이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성희 이사장)도 4월 11일 한기총에서 탈퇴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사항을 통해 "최근 장기 기증 등록에 참여하신 여러분께서 한기총과 관련된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탈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에 본부는 장기 기증 운동에만 전심을 다하기 위해 한기총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한기총을 탈퇴하지만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단체, 기업 등과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장기 기증 운동을 널리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기아대책·정정섭 회장) 역시 한기총에 행정 보류를 신청하고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지난 6일 한 후원자의 한기총 탈퇴 요청 질문에 "한기총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의사 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번 사태(월드비전의 한기총 탈퇴)와 관련하여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저희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행정 보류 신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판단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행정 보류란 회비 납부와 총대 파송을 보류하는 탈퇴 전 마지막 단계이다. 한편, 한기총개혁을위한기독인네트워크(담당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남오성 목사)는 한기총 가입 단체들에게 탈퇴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한기총 해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제공)

 

예장통합, "한기총 탈퇴하자"

탈퇴는 한목소리, 해체는 주저

▲ 예장통합 내에서 한기총 탈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은 4월 11일 기도회 및 공청회를 열어, 예장통합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예장통합 내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탈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들(한기총사태해결을위한예장목회자기도회준비위원회)은 4월 1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이성희 목사)에서 '한기총 사태 해결과 교회 갱신을 위한 예장 목회자 참회 기도회 및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예장통합 목사들은 한목소리로 한기총 탈퇴를 주장하고,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 한국교회의 현실을 개탄했다. 행사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약 2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예장통합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형태 목사도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예장통합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기총이 살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김형태 목사(연동교회 원로)는 설교에서 "우리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 우리가 탈퇴해야 합동과 다투지 않고 한기총이 새롭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청회에서 발제한 서일웅 목사(마가교회)는 "한기총은 군사정권이 민주화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니, 한국교회가 존엄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고 했다.

예장통합에서는 이미 탈퇴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4월 5일과 6일에 경북노회와 경안노회가 각각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결의했다. 주최 측은 이번 기도회를 광주, 대구 등 지방에서도 개최하여, 다른 노회도 탈퇴를 결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총회에서는 헌의안이 하나라도 올라오면 안건으로 다루게 되어 있다. 예장통합은 한기총에서 두 번째로 큰 교단으로, 이들이 탈퇴하면 한기총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를 바라는 기도도 이어졌다. 한국교회의 갱신을 주제로 기도한 이정원 목사(인창교회)는 "한국교회가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다. 한국교회의 명예욕과 정욕의 역사가 그치기를 바란다. 목사는 죽는 날까지 목사답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믿지 못한다"고 했다. 김승민 목사(분당남부교회)도 "세상의 빛과 소망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염려와 걱정거리가 되니 부끄럽고 아프다"며, 개인의 욕심에 눈이 먼 목사들이 회개하기를 기도했다.

   
▲ '한기총 사태 해결과 교회 갱신을 위한 예장 목회자 참회 기도회 및 공청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를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 해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김정운 목사(광덕교회)는 합심 기도에서 "한기총이 무너져야 한다"고 했다.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도 "한기총은 위법, 탈법, 불법 선거의 온상이다. 한기총은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한국교회가 강도의 소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김형태 목사는 탈퇴는 해야 하지만 해체는 답이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한기총이 해체되어도 결국 비슷한 조직이 다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이영 기자(CBS 종교부장)도 한기총 해체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체가 금권 선거에 대한 따끔한 경고는 되겠지만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가 권력화, 이익집단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제2의 한기총이 생겨난다고 했다.(뉴스앤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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