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 교회나 개인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곧 Q&A 방이 마련되면 관심있는 문제에 대하여 서로 묻고 답하는 일이 가능해 지겠지만 최근 MBC의 기획보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 '붉은 악마' 논쟁도 그 중의 하나이다. 다른 종교에 비하여 유독 많은 소위 '안티'세력에 직면하고 있는 기독교회는 '악마' 논쟁으로 다시 안티들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악마'의 파워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정도이니 그냥 사용해도 괜찮은가? '악마'는 그야말로 반기독교적이고 어두움의 세력을 표현하는 언어이니 우리 국민을 그런 악마로 지칭하는 것은 모독적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되어 현대인에게 무시되고 있는 영의 세계를 인정하게 하고, 철저하게 물질주의에 빠져버린 세상이 영적인 세계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유익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인가?

언어와 표현의 문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는 것이 최상책인가? 아니면 강력하게 변혁을 시도해야 하는가?  흔히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상식논리를 앞세워 매사에 입장표현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게 교회가 취할 최선책인가? 아니면 언어표현 문제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 맞서, 역사적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기독교의 '전투적'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하는가?

기독교와 문화, 기독교와 반기독교, 세상과 교회 등 갈등이 불가피한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을 '악마'논쟁. 더 이상 피하기만 해서는 곤란할 것같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오늘의 화두로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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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시사매거진2580, 붉은악마 문제 집중조명
                       “악마는 국민정서에 반하는 용어”… 교체 필요성 주장

MBC 시사매거진2580이 응원단 ‘붉은악마’ 명칭의 문제점에 대해 7월 9일 집중 조명해 관심을 모았다. MBC는 방송에서 ‘악마’와 같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용어는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MBC는 ‘악마’라는 용어에 대해 “불경에는 마구니, 마귀, 사악한 귀신으로, 성경에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으로 의미가 사용되고 있다”며 종교지도자들의 우려들을 전달했다.

방송에서 송월주 스님(조계정 전 총무원장)은 “국민정서에 마땅치 않는 용어”라며 “축구협회나 당국이 설득해서 응원단 이름을 바꿔야 하는데 어째서 방치해 두는가”라고 질책했다. 가톨릭신학대학교 손희승 교수도 “성경의 ‘Devil’을 뜻하는 ‘악마’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변경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특히 독일 현지에서 붉은악마에 대한 외국인의 입장도 방영됐다. “강력하고 전투적인 인상을 준다”는 외국인도 있었으나 대체로 “어감이 좋지 않다” 혹은 “그런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올해 독일 한인동포들이 별도로 응원단 ‘붉은호랑이’를 조직해 활동한 것도 ‘붉은악마’에 대한 명칭문제 때문이었다. 방송은 붉은호랑이 응원단의 정빈 홍보위원의 말을 인용해 “독일은 뿌리깊은 기독교 국가인데 여기서 ‘사탄’이라는 단어를 쓰면 큰 문제를 초래한다. 현지에 그런 단체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방송은 프랑스는 수탉을 상징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뢰블레’, 호주는 캥거루를 상징하는 ‘사커루’, 일본은 전설의 새를 상징하는 ‘울트라 니폰’을 사용하고 있는 점에 대해 “대체로 친근하고 밝은 것들”이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가슴에 그려진 것도 호랑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에는 중국의 CCTV나 미국의 CNN 등이 한국을 ‘붉은악마’로 통칭하는 점도 함께 방영됐다.

‘붉은악마’에 대한 기업들의 홍보 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KTF가 ‘4천8백만 붉은악마’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등 노골적으로 전국민을 ‘붉은악마’화 하다가 최근 ‘붉은함성’으로 문구를 수정한 것에 대해서도 “악마에 대한 종교계를 비롯한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MBC는 방송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응원단의 자율이겠으나, ‘붉은악마’라는 이름이 국가대표팀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잡아가는 시점에서 ‘악마’라는 명칭을 변경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원 기자 dwkim@chtoday.co.kr  <크리스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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