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학생이 목사에게 이래라저래라 한다." 홍 아무개 목사가 이 성명을 보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일개 신학생이 교단 어른들에게 한기총을 탈퇴하라고 요구했으니 말이다. 총신대학교(총신대·정일웅 총장) 신학생들이 소속 교단인 예장합동 총회에 한기총 탈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4월 28일 발표했다. 총신대는 예장합동 직영 학교다.

한기총 금권 선거 의혹은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까지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다. 하지만 예장합동은 이번 사태가 문제없다며, 지난 4월 13일 한기총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이에 비통함을 느껴, 교단의 행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교단에 한기총 지지 입장 철회와 탈퇴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목사들을 치리하여 합동 교단 본연의 개혁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했다. 만일 교단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학생 차원에서 이에 항거하는 서명운동 및 다각적인 비판 운동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또한 학교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이번 사태를 자각하고 함께 한기총 해체를 위한 개혁 운동에 나서 달라고 했다. 이들은 명백한 불의를 보고서도 눈을 감는 행위는 종교개혁 정신과는 거리가 먼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길자연 목사를 포함하여 한기총 금권 선거에 연루된 목사들에게는, 혐의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회개하고,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사죄하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적극적인 사죄를 표하라고 했다.

한기총에는 자정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 스스로 보였기 때문에 당장 해체하라고 했다. 더 나아가 한기총의 지금까지 행보가 특정 기득권자들의 교권주의와 명예욕을 고취시키고, 개신교와 사회의 소통을 막았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기총을 유지한 채 개혁하려는 것은 진실된 개혁도 아니고, 이광선 목사 측과 길자연 목사 측의 세속적 권력투쟁을 온 세상에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이것이 오히려 교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니, 한기총은 이를 인정하고 해체하라고 했다.

성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작성했다. 온라인에서 사람을 모으고 주변 사람에게 동참을 권유, 총 27명의 졸업생과 재학생이 참여했다. 총학생회에도 함께하자고 했지만,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성명에 참여한 학생에게 불이익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믿음 학생(신학과·08학번)은 "불이익을 각오하고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교단 어른들도 문제를 알고 있다. 다만, 교단 구조상 어른들은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실질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집단은 학생들이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한기총 사태를 아예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분명한 입장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다. 이번 성명을 통해 한기총 사태를 많은 학생들이 알게 되고, 학생들이 해체 운동에 쉽게 동참하게 되길 바랐다. 성명에 참여한 학생들은 앞으로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을 펼칠 예정이다.(뉴스앤조이제공)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합동 교단의 한기총 탈퇴와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총신대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 27인의 성명서

한국교회의 부패상이 드러나 성도의 마음을 찢어 놓는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금권 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까지 크나큰 물의를 일으켰다. 또한 이와 관련한 많은 사회적 지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동 교단은 이 사태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담아 한기총 지지 성명을 발표하였다(4월 12일 국민일보 광고란에 기재된 성명서).


이에 본 총신대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 27명은 비통한 마음을 담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방관자로 살아온 것과 관련하여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리고 사회 앞에 먼저 사죄의 뜻을 표한다. 또한 이 사태에 대한 한기총의 파렴치한 행동에 개탄하여 여러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뜻을 모아 이렇게 성명을 발표하는 바이다.


1. 이번 한기총 금권 선거의 장본인인 길자연 목사 및 이 사건에 연루된 해당 목사들은 금권 선거 혐의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회개하라. 또한 한국교회 및 사회 앞에 진실된 마음으로 사죄하라. 현재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기총의 금권 선거는 여러 정황상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판단된다. 더욱이 법원의 판결에서 드러난 인준 과정 절차상의 모습은 당사자들의 혐의 부정을 신뢰할 수 없게 한다. 따라서 한기총은 언론의 보도와 법원의 판결을 따라 작금의 사태가 단순 부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임을 직시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사죄를 표하라.


2. 한기총은 스스로 당장 해체하라. 금권 선거 의혹은 비단 이번 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으며, 또한 이후 한기총의 행적들은 스스로가 자정 능력이 없음을 보여 주었다. 더 나아가 한기총은 지금까지 목회자 및 특정 기득권자들의 교권주의와 명예욕을 고취시키고 사회와의 소통 단절을 낳았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와 사회의 해악으로 전락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작금의 사태에서 한기총을 유지하여 개혁한다는 것은 진실된 개혁이 아니라, 이광선 목사 측과 길자연 목사 측의 세속적 권력투쟁을 온 세상에 보여 줌으로써 오히려 교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킬 뿐이다. 한기총은 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해체하라.


3. 합동 교단은 당장 한기총 사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철회하고 한기총에서 탈퇴하라. 그리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목사들을 치리하여 합동 교단 본연의 개혁주의적 정체성을 확립하라.


4. 만일 합동 교단에서 한기총 탈퇴 및 이번 사건 해당자 치리와 관련한 움직임이 없다면, 우리는 학생 차원에서 이에 항거하는 서명 운동 및 다각적인 비판 운동을 시도할 것이다.


5. 우리는 총신대학교 학생들 및 교수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자각과 함께 한기총 해체를 위한 개혁 운동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명백한 불의를 보고서도 눈을 감는 행위는 종교개혁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안일한 태도일 것이다. 이에 본 한기총 사태와 관련하여 학생들과 교수들의 자성 및 행동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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