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 담임목사
 1.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설교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설교라고 하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작은 목자인 우리는 대목자이신 주님의 사역을 따른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요10:9) 신자들은 교회에 출입하며 양식을 얻는다.

     

사람의 요구들 가운데서 가장 원초적인 요구는 배부름이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만사가 다 문제가 된다. 목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행정이나 심방 등 다른 여러 가지가 좀 미흡해도 배가 부르면 교인들은 잘 참는다. 그러나 다른 것을 열심히 해도 설교가 약하면 온갖 불평이 다 일어난다. 교회에서 생명의 양식을 얻을 수 있어야 양이 따르며 쉼을 얻는다. 양은 배가 고프면 눕는 법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을 알면서도 설교사역이란 하루아침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우선 손쉬운 일에 매달리게 되고 그래서 설교사역은 오히려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심방, 전도, 신유, 능력 등을 강조하면서 온갖 목회 아이디어들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으면 왔던 사람들도 다 떠난다. 병이 나아서 좋긴 하지만 굶어 죽을 지경인데 어찌 붙어 있겠는가?

    

 “주여 영생의 말씀이 계시매 우리가 뉘게로 가오리까”(요6:68) 무엇이든 정도를 택해야 하고 정공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목회의 생명을 설교에다 걸어야 한다.


2. 설교자의 세 가지 고민

2-1. 인격적 성숙

     많은 사람들이-과거 필자를 포함해서-설교라고 하면 항상 Skill에만 관심이 많았다. 당장 어떻게 써 먹을 것이 없나?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까? 등 그러나 설교를 하면 할수록 Skill 보다는 Person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설교의 기술보다 설교자의 인격이 더 중요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새삼 절실히 느껴지고 있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설교가 아니라 설교자가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M. L. Jones 목사님의 말대로다. 그러나 이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나의 졸열하고 빈약한 사람됨을 안타깝게 여기며, 성령충만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2-2. 지적 향상

     먼저 성경지식이 풍부해야 하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고민이다. 때로는 신학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원망해 보지만 신학교가 나의 빈약한 설교를 변명해 주지 않는다. “신학교는 성경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성경을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성경을 약 20번 이상 읽었는데 이것도 주로 신학교 다닐 때까지의 실적이고 목회를 시작하고부터는 별로 읽지 못했다-읽는 방식이 달라졌다 해도, 이러니 설교가 사변적으로 흐른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전체를 정독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다. 선배 목사님들은 성경을 최소한 자기 나이만큼은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성경 외의 독서도 풍부하고 경험이 다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특히 나는 같은 신학교에서 7년을 공부했다. 장점도 있지만 일반대학 인문계에서 공부를 하고 신학대학원에 갔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폭넓고 다양한 독서가 중요한 줄 알면서도 우선 급한 설교준비 만으로도 허덕거리는 판이니 고민이다. 독서를 많이 할수록 설교는 풍성해지고 깊어진다. 기도와 독서는 설교준비의 기본이다.


2-3. 시간관리 문제

     차츰 많아지는 교회 일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느냐 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나이가 들고 교회가 성장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일들이 더욱 많아진다. 그 중 나에게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심방이다. 지금까지 교인들과 가까이 지내고 또 그것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한데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사람은 중요한 것보다 바쁜 일을 우선하기 쉽다. 교인들은 설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목사가 서재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자기들과 어울리고, 대접받아 주는 일들을 더 좋아한다.

     

기도하는 일도 우리의 약한 부분이다. 나는 30년 전부터 QT를 해오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시간은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설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야 한다.


3. 설교준비의 실제

3-1. 강해설교와 주제설교

     나의 설교는 크게 둘로 구별된다. 하나는 강해설교이고 다른 하나는 주제설교이다. 강해설교를 주로하며, 주제설교를 할 때라도 합당한 본문을 강해하는 방법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강해설교의 경우 - 일년에 성경 한 권씩을 택하여 계속 강해하며, 절기나 혹은 필요하다고 여겨질 경우는 자유롭게 다른 성경 본문들을 택하여 설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택한 성경의 모든 본문을 다 설교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각 장에서 중심 되는 구절들로 설교하고 과감히 지나가기도 한다. 강해할 성경을 결정하는 일은 제법 많은 시간을 요한다. 주로 다음 해의 목회계획과 함께 일찍부터 구상하고 결정한다.

     

주제설교의 경우 - 주로 교인들을 교육하거나 훈련할 목적으로 했고, 예를 들어 교회론, 인간론, 영성론 등을 주제로 설교한다.

 

3-2. 강해설교 - 본문성경 전체의 구조 연구

     어느 한 성경이 택해지면 혹은 택하기 위하여 그 성경 내용을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한다. 성경개론들을 읽기도 하고 주석들의 서론을 주로 읽는다. 그리고 그 성경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연구하며 기도한다.

     

우선 각 성경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다. 구조와 내용의 개요를 살피면 설교할 때 문맥을 벗어나지 않으며 전체에서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어 유익하다. 설교 한 편 한 편의 구조(outline)를 만드는 일이 설교작성의 기본이듯이, 강해할 성경을 전체적인 구조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역시 기본이다. 이를 위해 그 성경을 반복해서 읽고 연구를 해 보면 성경공부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그 성경의 첫 설교에서 소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성도들이 기대를 가지기도 하며 성경을 대하는데 자신감도 갖게 된다.


3-3. 본문 선택

     강해설교의 경우는 본문선택의 어려움이 없다. 이미 본문이 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 연속설교를 잠시 떠나 다른 설교를 할 때도 연속설교를 하는 동안 마음에 떠오른 말씀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메모해 두었다가 설교함으로 본문선택의 고통에서는 벗어난다.

     

주제설교는 그 해의 주제를 선택하고 제목을 잡으면서 미리 선정하여 강해설교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를 따라 연구한다.


3-4. 본문 읽기

     가급적 반복해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다른 번역서들을 비교해 가면서 읽는다. 다른 번역서들을 읽으면 새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는 지루함을 극복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면 본문 말씀이 암송되는 경우도 생긴다.

 

본문을 읽는 과정에서 확실히 가장 많은 것을 얻는다. 많이 읽게 되면 자연히 오며 가며 본문을 묵상하게 되고 설교를 구상하게 된다. 본문을 많이 읽지 않았을 경우는 토요일에 아주 혼이 난다. 붓지 않은 쌀로 급하게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3-5. 본문연구와 자료 읽기

     주석서들을 읽는다. 좋은 자료들은 메모한다. 원어성경을 참고한다. 본문을 분석하되 문맥을 중시하며 읽는다. 본문의 틀을 상하지 아니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너무 많은 자료가 문제가 된다. 잡다한 자료들을 이리저리 엮어 보았자 살아있는 설교가 되지 못한다. 특히 설교집들이 많으므로 유혹을 많이 받는다. 쉽게 준비하면 우선은 좋으나 발전이 없으므로 결국은 손해를 본다.

     

연구를 많이 하다보면 설교가 길어지게 되고 핵심 메시지가 없는 설교가 되기 쉽다. 어떻게 정해진 설교시간에 중심 있는 메시지를 효과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나의 경우 설교시간은 30-35분을 넘지 않는다.


3-6. 설교의 윤곽을 잡아본다.

     필자가 가장 고심하는 곳이 여기이다. 설교의 아웃라인이 작성되면 나의 경우 설교준비의 70%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원고작성 과정에서 잡은 틀이 새롭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도무지 대지와 소지가 논리적으로 짜지지 않을 때는 서론부터 작성을 해 들어간다. 설교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음이 잘 풀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서론에 비중을 아주 많이 두는 편이다. 아우트라인이 잡히면 좋은 서론을 위해 고심을 많이 한다. 경험으로 볼 때 서론이 좋은 경우 대개 설교가 잘 풀려나가고 청중들의 반응이 적극적이 된다. 그러나 어떤 대는 과감히 본론에 뛰어들기도 한다.


3-7. 원고 작성

     비교적 원고를 꼼꼼이 작성하는 편이다. 목회 초기에는 작성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지금은 그 때 보다는 상당히 원고에서 자유로워졌으나 역시 작성은 완벽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원고 작성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원고 작성을 안 하면 우선 게을러지기 쉽다. 그리고 어휘나 문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위 ‘완벽한’ 원고 작성은 성령 하나님보다 원고를 더 신뢰하거나 설교를 할 때도 원고에 메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나는 아직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든 최선을 다하고 성령 하나님을 의지할 때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은혜를 주시는 것을 경험한다.


3-8. 설교 후

     종종 인터넷으로 들어본다. 원고를 다시 작성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러나 가급적 지나간 설교에 너무 마음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결과는 본인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들뜨거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목회자는 설교의 결과를 그 날 그 날의 반응으로 알아보려고 하기보다 교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매일 은혜를 받는 것 같아도 삶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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