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신학적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가족을 향한 ‘배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의 공간을 예전적으로 제공해야
사실 죽음은 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 중 하나이지만 생을 마감하는 방법이 자살일 경우에 이에 반응한 교회는 늘 불편하고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을 뿐만 아니라 자살을 사회적 현상이나 개인의 정신적 질병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몸에 대한 살인이라는 범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극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실은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죄의식과 수치심을 그들의 삶에 깊이 각인시키게 됐다”며 “신학적 논쟁보다는 자살이라고 하는 죽음의 특수성을 고려한 가족들을 위한 의례의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이 필요한 까닭은 자살도 일반 죽음과 같이 개인의 위기를 넘어서는 공동체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는 해체적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가 강화되고 재형성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양면성은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결국 한 사람의 비극적 죽음이 가족들과 자살자가 속한 공동체에 미치는 위기와 영향을 고려해 장례예식이 갖는 기능과 의미를 살피고, 자살자를 위한 한국 교회의 모범적인 장례예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이날 제시된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식의 모범은 현재 한국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례예식의 방법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예배를 진행함에 있어서 자살이라는 비극 속에서 인간의 고통을 지시는 하나님 자신이 인간과 함께 탄식하고 계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됐다. 한 개인과 공동체의 고통이라는 내러티브가 구원의 내러티브 안에서 스며들며 승화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례예식에 있어서의 감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자살은 유족들의 마음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갑작스런 상실의 충격으로 극심한 혼돈을 경험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혼돈은 하나님에 대해 의심과 신뢰, 저항과 찬양이라는 이중적 감정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장례예식은 종교적 교리만을 전파하는 도구로 제한될 수도 없고, 치유라고 하는 의례의 특정기능 또한 강조될 필요도 없다”며 “참여자들이 의례를 통해 죽은 자와 교감하며, 남은 감정을 표현하고 절망하고 아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죽은 자와 산 자가 교감하려고 주어진 공간에서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 각자의 삶 속에서 잊혔던 가치들, 생의 목표와 가치 등이 점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교회 안에서 터부시되어온 자살 문제를 현실로 인정하고,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살자와 그 가족을 위한 장례예식을 기획해야 한다”며 “자살에 대한 교리적 해석을 넘어서는 자살자를 위한 장례예배의 특수성과 목회적 효과,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목회적 배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의 공간과 기회를 예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연쇄적 자살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출처:아이굿뉴스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