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라면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는가?

지난 해 12월 기독교보에서 시론을 한편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글을 쓰는 것이 부담이지만 교단내의 큰 관심사인 수도 남 노회의 전권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글을 하나 써서 보냈다. 기독교보에서는 처음에는 성탄 시론과 내용이 맞지 않으니 차츰 싣도록 하겠다고 해서 그 동안 기다렸다. 거의 두달이 지난 2월 1일쯤 이제는 게재할 수 있을 것인지 묻기 위해서 전화를 했더니 싣지 못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필자의 글이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 논란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진 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끝없는 반론이 이어지고 교단을 시끄럽게 하는 글이기 때문에 싣지 못하겠다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총회가 다룬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기독교보 사장이 직접 한 얘기이다.

필자는 그 글의 내용을 반대하는 분도 있겠지만 찬성하는 분도 많이 있으며 그런 찬반 토론을 기독교보를 통해서 해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 필자의 글은 단순히 교단 정치 문제를 다룬 글이 아니고 치리와 교회의 문제에 초점이 있으며 그런 토론을 기독교보가 하지 못한다면 신문이 어디에 쓰이겠느냐고 열심히 항의하고 부탁했지만, 총회 임원회가 허락하면 싣겠다는 것이다.
 
글 하나를 기독교보에 게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총회 임원회 안건이 되게 할 수 없어서 그만 물러서고 말았다. 그리고 분명히 말했다. 기독교보 사장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의하는 뜻으로 샘물교회는 앞으로 1년 동안 기독교보를 구독하지 않겠다고. 관보 역할이나 하는 신문이라면 돈 주고 사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며 특히 사장이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해야 앞으로 독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독교보사 사장으로서 갖는 판단을 동의하지 않지만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비판은 해야겠다. 그 신문은 사장 개인의 신문이 아닌 고신인 모두의 신문이며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신문이기 때문이다. 구독 거부라는 강한 항의를 택한 것에 대해서 열심히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기독교보사의 여러분들께 죄송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현재로서는 그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람데오닷컴에 기독교보에 싣고자 했던 글을 조금 손을 보아 올린다.


치리와 하나님의 교회 세우기

25년 동안 목회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성도들에 대한 치리를 결정할 때였다. 불신 결혼, 혼전 성관계, 제사, 일찍 태어난 애기 문제 등으로 인해 당회가 치리를 결정할 때마다 늘 두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자신의 허물을 생각하면 누구를 치리한다는 것은 당치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야 하는 책임을 맡은 당회원으로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담임목사인 내가 잘못 가르쳐 그들이 치리를 받게 되었으니 사실 벌을 받아야 할 자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늘 회개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벌하는 마음으로 치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 남 노회가 교단을 위해서 수고해 온 중요 직분자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전권위원회를 구성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교단을 위해서 수고해 온 분을 향해서 비록 그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 일을 하다가 실수해 본 경험이 있는 자가 아니던가? 모두 가지고 있는 개인의 부족함을 생각하거나 그의 수고를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거짓은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일이며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일을 위해서 책임을 맡은 자들은 그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거짓을 행한 소속 노회원을 노회가 다루는 것은 부흥을 열망하며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를 이 땅에 세우고자 하는 우리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일은 한 두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함께 회개하는 마음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미 총회가 이 치리 건을 다루었으므로 노회가 다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알다시피 총회는 목사 개인의 신상 문제를 다룰 수 없으며 만약 다룬다면 그것은 불법이 된다. 총회가 목사 개인의 문제를 다룬다면 그 목사가 소속된 노회에 지시해서 다루게 해야 한다.
 
총회가 소속 직분자의 실수를 다루고 그 직을 3개월간 정직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결정은 이 직분자의 도덕성 문제를 다루고 치리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만약 총회가 목사의 치리 문제를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노회가 그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총회가 불법을 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고신 교단의 대표적인 노회인 부산 노회가 소속 목사인 신대원 교수를 무기 정직 시켰다가 해벌한 예가 있다. 그 사건과 비교한다면 국가 기관을 상대로 교단 직분자가 거짓 문서를 만든 것은 비교가 되지 않는 중대한 사건이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처음 교회를 세우실 때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재정적으로 많은 헌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거짓을 엄격하게 다루셨다. 거짓은 어떤 죄보다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흔드는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거짓을 두고 노회가 소속 목사의 잘못을 벌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앞으로 거룩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총회로부터 벌을 받았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에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한 분이 노회의 치리로 인해 또 고통을 받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개인의 아픔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하나님의 교회의 거룩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에서 교회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이 즈음에 교단과 교회의 장래를 위해서 이 문제가 수도남노회 전권 위원회에서 사랑과 공의 가운데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 정죄하고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회개하는 마음으로 다룬다면 교회가 다시 한번 부흥의 축복을 누리는 기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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