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우 목사는 영신교회를 떠나 부산 부민교회로 부임한다.
제 아버지는 목사님이셨는데 70에 은퇴를 하신 후 몸이 급격히 약해지셨습니다. 은퇴하시고 한 5년 쯤 지나니 몸도 연약할 뿐 아니라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하셨습니다. 다리에 힘이 없어진 것은 기도하시느라 앉아만 계셔서 다리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던 같습니다. 점점 쇠약해지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오래 사시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떠나시기 전에 효도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궁리하다가 아버지가 젊었을 때 목회하셨던 교회들에 제가 모셔가기로 했습니다. 아버지도 기뻐하셨고 그 교회들에 미리 연락을 해서 아버지가 목회하셨을 때 계셨던 분들 중 살아계시는 분들과 만남의 기회도 가졌습니다. 그 곳의 산수가 좋은 곳, 야외 예배 드렸던 곳도 방문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건강하시니 오래 사실 거다. 아버지 먼저 세상 떠나시면 어머니는 내가 모시고 살면서 그 때 어머니 가고 싶은 곳들도 방문해야지.’ 저는 이남삼녀 중 장남입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장남을 특별히 사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저도 형제 중 어머니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로서는 아버지를 즐겁게 해 드린 다음 당연히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겨울에 어머니가 쓰려지셔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한 달 가량 누워계시다가 의식 한번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어머니께 효도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제 마음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사람 사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절감했습니다.


저는 태어나기 전부터 목사가 되기로 작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목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자연스럽게 바람직스러운 목사상이 제 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람직스러운 목사 상 중 하나가 목회는 평생 한 교회 아니면 두 교회를 목회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가 교회를 자주 옮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마음이었으니 처음 교회에서 15년 목회하고 교회를 옮길 때 당연히 두 번째 교회에서 은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교회에서 4년을 못 채우고 세 번째 교회로 교회를 옮겼습니다. 저로서는 꿈도 꾸지 않았던,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교회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 교회에서는 건강을 잃고 교회를 사면했습니다. 이 또한 지금 생각해도 그 때는 그 길 외에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영신교회로 올 때 당연히 내가 은퇴할 교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또 이런 자리에 섰습니다.


인생은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나그네 인생길 하나님 인도하시는 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말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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