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글 사진 : 최 홍종
싸돌아 헤집고 다니나
아무런 소출 없는
흠씬 비 맞아 힘 빠진 풀 죽은 장 닭이 얼른 생각난다.
등 뒤엔 이웃 할멈들이 소주 몇 잔에 흥겹다
든든히 맛있게 잡수신 돼지고기 수육이
우물우물 열심히 씹어 삼켰지만
새우 젖에, 곰삭은 막장에, 묵은 김치에 찌들려 버렸나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건만 오늘따라
정말 가당치도 않게 조금 넘치게 채워 진 뱃속은
연신 꾸물대고 살살 아프다
무슨 생각이신지 골몰하신 모습에
한사코 한 번 웃어보시라고 소릴 질러도
고개만 멍하니 드실 뿐
웃을 일이 오랜 세월동안 참으로 없었나 보다
빠진 앞니가 원망스러워
감추고 또 감추고 그러나 어쩌랴
이렇게 나오고 만 것을
먼저 가버린 할멈이 오늘 따라 더 원망스럽고
남들은 봄맞이 꽃놀이가 흥겹기만 하건만
또 살살 뒤틀리며 꾸물럭 거리는 아랫배
들리지도 않는 귀에 저 친구는 무슨 소릴 지르나..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
(전도서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