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코닷연구위원
저는 지난 4월에 처음으로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완전초보 담임목사입니다. 사실 저 같은 초보가 경험이 많은 선배님들 앞에 목회계획이랍시고 뭔가를 내어 놓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오직 초보만이 할 수 있는 겁 없는 시도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감히 내어 놓아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하면서 듣고 보고 배우고 심지어 혼자 생각했던 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목회계획을 세웠습니다. 읽어 보시고 애정 어린 조언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계획 수립의 전제와 절차

전제: 먼저 저는 목회계획을 세우기 전에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분명한 교회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부임하면서부터 6개월간 주일오전에 에베소서를 설교하면서 성경적 교회론을 전했습니다. 에베소서가 말하는 교회론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막힌 담이 무너지고 만물의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에베소서는 사탄과의 영적인 전쟁을 강조했는데, 그 영적 전쟁의 핵심적인 요소는 말씀과 기도와 찬양과 전도였습니다. 저는 교인들에게 일치와 화평을 강조하면서 부수적인 일이 아닌, 정작 필요하고 시급한 일, 즉 말씀과 기도와 찬양과 전도에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자고 설파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회가 이러한 본질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 있게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절차: 다음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일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절차가 합법적이고 민주적이지 않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교인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 같은 생각과 같은 방향을 가지게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저 자신의 판단이 정확한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러한 절차의 문제에 상당한 지혜와 기도가 요구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번에 계획을 세우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구성원들과 잘 의논하면서 감당하려고 합니다.


2. 목회방침과 주요계획

저는 다음의 5가지를 내년도 목회방침으로 세웠습니다: 1) 개혁주의 신앙관 확립, 2) 교역자의 교육적 역량강화, 3) 당회 중심의 행정, 4) 집사.권사의 역할 강화, 5) 효율적이고 빠른 일처리. 이러한 방침 아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떻게 하면 교역자들과 제직들의 역량을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 집중시키느냐 하는 것과, 이 과정에서 어떻게 잡음을 최소한도로 줄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요계획에 대해서는 몇 가지 특징적인 것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성경대학: 저희교회는 오랫동안 담임목사가 부재했기에 현재 성경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성경대학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2년 4학기 과정인데, 성경공부, 성경통독, 성경암송, 경건훈련, QT훈련 등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제가 직접 교재를 만들어서 가르칠 것이고, 때로 부교역자들을 특강강사로 활용할 것입니다.


2) 금요기도회와 교리교육: 제가 지금 가장 열정을 쏟고 있는 시간은 금요철야기도회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은혜롭게 인도하기 위하여 금요기도회로 유명한 여러 교회들을 방문한 적이 있고 많은 시간을 혼자 기도하고 연구하면서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 시간에 설교보다는 성경과 주요교리를 가르치는데, 깊이 있는 공부와 열정적인 찬양과 뜨거운 기도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교인들의 반응도 매우 좋습니다. 지금 금요기도회에는 제가 부임할 당시보다 약 2배 정도의 인원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3) 전도: 저희 교회는 지금 주일오전에 20세 이상 장년교인이 약 350-370명 정도 출석합니다. 내년에는 400-450명 정도가 출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전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중에 노방전도를 시행할 것이고, 남녀전도회가 말 그대로 전도에 주력하게 할 것이고, 봄에 1+1 초청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특히 교인들의 지인들이 전도를 받을 수 있도록 관계중심전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교실과 같은 행사는 아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당분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4) 새 가족 교육: 내년에 가장 주력할 부분이 새 가족 양육입니다. 즉, 뒷문을 닫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새 가족부에 전담 교역자를 배치시켜 놓았고, 효율적인 새 가족 교육을 위해 양육 교재를 제가 직접 만들었으며, 새 가족 양육사 5명을 훈련시켜서 새 가족을 가르치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의 수고로 새 가족 정착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내년에는 새 가족부를 더욱 강화하여 새 가족들이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5) 대학선교: 저희 교회 바로 옆에 경북대학교가 있습니다. 한때 저희 교회에 경북대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으나 그간 다른 일들에 힘을 쏟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북대 선교에 소홀했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다시 경북대 선교에 힘쓸 생각입니다. 이를 위하여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놓을 것이고, 경북대 안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 간사님들이나 교직원(신우회)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전도에 힘쓰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을 저희 교회로 인도할 생각입니다.


6) 교육부서: 저의 내년도 목회방침 가운데 하나는 교역자의 교육적 역량강화입니다. 교육기관을 담당하는 교역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질을 보다 소신껏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교역자들이 학생들과 보다 친밀하게 지내도록 하고, 교사들을 강하게 훈련시키며, 교육기관 전체에 보다 많은 힘을 발휘하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즉, 담당 교역자가 충분히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담임목사가 여건을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3. 선교정책

저는 선교정책수립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세웠습니다: 1) 우리 교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선교사를 굳이 후원할 필요가 없다. 2) 그동안 아무런 소식, 인사, 연락이 없는 선교사를 후원할 필요가 없다. 3) 우리의 소중한 선교헌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은 문제이다. 4) 돈만 보내는 선교는 부족하며, 주파송(주후원), 단기선교, 선교현황파악, 집중기도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선교정책을 세웠습니다.


1) 교단 선교부와 협의하여 선교사 1명을 파송(주후원)하고, 선교사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교인들의 단기선교를 적극 장려한다.

2) 우리 교회 출신이나 우리 교회에 도움이 되는 분들을 집중적으로 후원한다.

3) 후원 선교사를 일정한 기준이 되는 분들(예. 총회파송 선교사 등)을 선정한다.

4) 교회당 벽에 선교 현황판을 부착하여 선교사 소개, 현지 사진, 선교자료 등을 게시한다.

5) 선교부장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분이 장기적으로 맡도록 하고, 선교부원들 역시 선교에 실질적인 관심과 지식을 가진 분들로 구성한다.

6) 장기적으로는, 주파송 선교사를 2~3명으로 늘리고, 해외에 선교센터를 건립하여, 교회 근처에 선교사 안식관을 마련한다.


나오면서

이상이 제가 세운 목회계획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입니다. 선배님들께서 읽어 보시고는 피식하고 웃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세웠습니다. 위 내용들 중 거의 대부분이 이미 당회에서 통과되었고 일부는 아직 논의 중에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집단들과 분명히 다릅니다. 교회는 세상의 집단들과 목적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고, 자세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생각하고 일하던 방식으로 교회에서 생각하고 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회의 본질을 잘 유지하면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방식으로 일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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