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 손인웅 목사 한목협명예회장 덕수교회
목회자 그는 누구인가?

제사장 전통을 따라 목사들이 구약시대의 제사장직이나 가톨릭시대의 사제직 전통을 선호하거나 모방하는 목회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러한 목회자들을 위해서 위대한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지금도 개혁운동은 진행 중에 있다. 목사직의 전통은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三重職)에 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보여주신 역사 속에 새겨 놓으신 목자상은 교황이나 금권으로 감독이나 총회장이나 일부 교회의 제왕적 목회자들과 같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었다.


예수께서는 요한복음 10장 10절에서 선한 목자상을 그려주시면서 그렇지 못한 목자상도 그려 주셨다. 거짓 목자는 삯군(돈만 위해 일하는 자)이나 도적(남의 것을 훔치는 자)과 강도(남의 것을 강탈하는 자) 같은 목자요 양의 탈을 쓴 이리라고 하셨다. 참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자기희생적인 목자이다. 구약의 제사제도에서 제사장직을 미화시키고 복장이나 외형을 무게있게 치장한 것은 그들이 하는 사역이 힘들고 잔인하게 짐승들을 잡아 제물을 취급하는 일을 감당하는, 세상적으로 보면 천박한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또한 성정(性情)이 과격했던 레위 지파가 하나님의 거룩함을 보존하기 위해 성전봉사 직무를 맡았던 것이다. 제사장은 죽음과 함께 하면서 죽음을 가장 많이 체험하고, 생각하면서 희생의 제사를 드리고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 뵙는 영성이 충만한 직분자인 것이다.


그러나, 제사장직이 교권화되어 성전의 모든 제사 업무를 관장하고 재산권까지 장악하여 권력화되면서 타락하여 예언자들의 공격의 제일 표적이 되었다. 예수께서 가장 신랄하게 채찍으로 꾸짖으신 대상이 예루살렘의 제사장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인 장로들과 서기관들이었던 것이다. 교권을 장악한 대제사장들과 산헤드린 의원들이 해체의 대상들이 되어서 예수님의 채찍을 맞은 후 AD 70년에 로마의 장군 티투스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목사직이 모든 부와 권세와 명예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선망의 대상이 됨으로 신분상승의 디딤돌로 삼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여 목회자들의 자질이 급격히 저하되었고, 그러한 가치관의 타락과 함께 파생되는 온갖 비리가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과정을 통해서 목회자들의 사회적 신뢰도가 추락하였고, 교회 내에서도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어 목회자의 리더십은 총제적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목회자가 지도력을 상실하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를 보면 첫째는 돈과 이성과 교권과 이단에 관계된 스캔들 때문이었고, 둘째는 질병이나 노혼(老昏)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위임목사라 할지라도 지도력에 문제가 생기면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달라고 요구하는 불행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풍조는 학교나 회사에서 능력위주의 사회를 따라가는 풍조가 교회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Ⅱ. 목회자의 지도력 위기는 왜 오는가?

1. 소명의식의 약화는 직업의식의 표출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목회자도 분명 전문직임에 틀림없지만 목회자의 전문성은 하나님의 부르신 직분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자신과 모든 교인들이 함께 확신할 때 지도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소명의식이 부족해지면, 지도력에 심각한 손상이 생긴다.


2. 주님 피로 사신 교회라는 교회론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회를 섬기게 될 때, 교회는 자신의 생계를 해결하는 직장이 되고, 목회자가 삯꾼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피로 값주고 사신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육체에 채워가면서 생애를 바쳐, 교회를 위해서 충성해야만 교회의 머리되시는 그리스도, 주님으로부터 발원되는 목회자의 지도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3. 목회자의 가치관이 교인들보다도 저속하면 교인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도력을 상실하게 된다. 목회자는 성경에서 나오는 최고의 진리를 바르게 섭취함으로 가장 고상한 가치관을 소유하게 된다. 교인들은 연령과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연소한 목회자 앞에서라도 그가 지닌 고상한 가치관 앞에 머리를 숙이고 경의를 표하게 된다.


4. 목회자가 복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체험적인 뜨거운 신앙심이 부족하여 미지근한 상태에 있을 때, 목회자의 지도력에 위기를 맞게 된다. 목회자는 복음에 대한 명료하고 확실한 신앙을 가지고 순교적인 신앙으로 성도들을 이끌어가야만 하고 실제로 그 복음의 능력이 목회전반에 나타나야만 영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5. 목회자가 신학의 애매성이나 이원론적 갈등 구조의 신앙으로 목회를 하면, 교인들도 갈등 속에서 무거운 짐 진자 같이 수고로운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신앙과 신학적 지도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통전적 신학과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신앙으로 교회의 온전성을 회복하여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는 목회를 할 때 목회자의 뚝심있는 지도력이 발휘된다.


6. 목회자의 경건생활과 윤리적 실천력이 부족하면 도덕적인 흠결이 생겨서 목회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의 훌륭한 메시지와 신학적인 수준과, 목회적 테크닉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할지라도 그의 지식과 전하는 말씀이 그의 삶과 일치하지 않고 도덕적 능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지도력이 흔들린다.


7. 목회자의 인격과 성실성을 검증받아서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목회자는 하루 이틀 유하고 지나가는 과객이 아니고, 한 평생 함께 살아야하는 가족과 같기 때문에 목회자의 모든 삶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깜짝쇼를 통해서 교인들을 이끌어 갈려고 하지 말고 한 가족과 같이 함께 살면서 자신의 인격과 성실성을 인정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도력이 발휘된다.


8. 교회의 사역에 충실한다고 하면서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고, 기교를 지나치게 부리면, 사역의 질적 저하와 왜곡현상이 나타나서 지도력에 손상을 입는다. 교회의 본질적 사역인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등은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의 표현 양식으로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예배는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기뻐하며 경외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예배를 포함한 다른 사역들도 너무 기능적인 차원에서 다루지 말고, 성도들의 삶의 표현과 존재양식으로 이해하고 순수성을 강조할 것이다.


9. 교회도 하나의 조직체이기 때문에 행정과 경영에 대한 능력을 발휘하여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재정관리를 잘해야만 지도력이 생기는 법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실패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행정력의 부족과 경영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인력자원과 물적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조직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능률이 달라진다. 목회자는 맑은 영성과 정직성에 기초한 탁월한 행정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추어야만 지도력이 발휘된다.

10. 목회자는 변화의 촉진자와 변화의 관리자가 되어서, 조직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일으켜나가야만 지도력이 강화된다. 지도자는 언제나 창의력을 가지고 개혁과 갱신을 주도해 나가야만 하고,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일으켜나가야만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도자가 메너리즘에 빠져서 구태의연하거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면 교회는 쇠퇴해지고 목회자의 지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목회자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개혁의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어야만 하지만 개혁의 방법론은 다양한 변화이론을 적절히 선택하되 변화의 촉진자 못지 않게 변화

의 속도와 방향과 내용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변화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11. 목회자의 지도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작아지고 낮아질 때 강화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해야만 한다. 사울왕은 스스로 작아질 때 지도력을 훌륭하게 발휘했으나 스스로 커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지도력은 곤두박질하였다(삼상 15:17). 사도 바울은 스스로 작아질 때 하나님께서 더욱 크게하시고 더욱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셨다(고전15:9, 엡3:8, 딤전1:15). 목회자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작게 만들 수만 있다면, 하나님께서 최대한으로 높여 주신다. 성공하는 목회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항상 긴장하고 겸손해야 한다.


12. 목회자는 언제나 자신이 평화로워야 하고, 다른 사람을 평화롭게 하며 교회의 화평을 도모하는 평화주의자가 되어야만 그리스도적인 참된 지도력이 발휘된다. 목회자가 성령의 은혜로 항상 기쁨과 평안이 넘칠 때 교회가 평안하며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그러므로 교회의 코이노니아 사역을 극대화함으로 모든 성도들의 힘이 모아지고 그 힘이 에너지가 된다. 자신이 평화롭지 못한 자는 평화로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13. 목회자가 교회 정치에 집착하여 양 떼를 돌보지 않고 교권에 눈이 어두워지면 교인들의 정치에 몰락하게 된다.


14. 지나친 경쟁심을 가지고 교인들에게 이웃 교회의 양도적질을 시키면 목회자의 지도력에 손상을 입는다.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를 건강하게 양육하면서 지도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15. 교회 이기주의 풍토를 교인들에게 주입시켜서 교회분열을 조장하거나 교인들의 사회참여와 봉사를 막으면 목회자의 지도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Ⅲ. 목회자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유혹

1) 돈에 대한 유혹

2) 이성(異性)의 유혹

3) 명예의 유혹

4) 사이비 이단의 유혹

5) 잡기(雜技)에 대한 유혹

지도력을 상실하여 목사직은 박탈당하거나 스스로 버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위의 다섯 가지 중 한두 가지 유

혹에 빠진 자들이다.


Ⅳ. 목회자가 힘써야 할 다섯 가지 덕목

1) 겸손, 겸손, 또 겸손 (겸손)

2) 참고 또 참고, 참음 (인내)

3) 긍휼히 여기는 마음 (사랑)

4) 신뢰성 (믿음)

5) 미래에 대한 비전 (소망)

이상의 덕목은 목회자의 기본적인 필수 덕목으로서 힘써 갈고 닦아야 한다.


Ⅴ. 목회자가 개발해 나가야 할 잠재능력

1) 창의성, 창조적 사고

2) 자발성 (자율성)

3) 원만한 인간관계

4) 진취성 (개혁성)

5) 원칙중심의 리더십


Ⅵ. 목회자가 버려야 할 악덕

1) 독선과 자만

2) 위선과 거짓말

3) 편심과 붕당

4) 무절제와 태만

5) 책임전가와 핑계


Ⅶ. 성취해야 할 다섯 가지 목표

1)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개인과 교회의 궁극적 목표)

2)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어지도록 (목회자의 영성 강화)

3)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온전하심에 도달하도록 (하나님의 백성들의 지속적 성장)

4)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감 (생명을 살리는 목회)

5) 하나님의 나라실현 (목회영역 확장)


Ⅷ.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무기

1) 능력있는 말씀 선포, 고상한 가치관

2) 변화를 일으키는 기도

3) 사랑의 실천을 통한 희생적인 삶

4) 성결을 기초한 윤리적인 삶

5) 목회의 전문성


Ⅸ. 변화에 대응하는 통전적 목회

통전적인 목회라 함은 하나님 중심의 온전한 교회를 회복하는 목회를 의미한다. 2000년 교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의 지식의 한계 때문에 하나님의 계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깨닫고 이해한 정도밖에 더 자랄 수 없었던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고전 13:9~12). 그러나 교회는 언제나 부분적으로 알고 행하던 것을 극복하면서 그리스도의 온전함에 도달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다원화 사회이면서도 하나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회에 있어서도 다양성 속에서 일체성을 추구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

이다. 하나님의 통전적인 눈을 통해서 세계와 역사와 교회와 인간을 재조명하면서 통전적 신학과 교회론을 정립하고 전인적인 인간 이해를 근거한 목회영역을 설정해서 목회의 사역을 기획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Ⅹ. 제언

목회자의 윤리강령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모든 전문직종마다 윤리강령이 제정되어 있어서 공동체의 기강을 확립하고 구성원들의 품위와 질적 향상을 통해서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여 나간다. 뿐만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그 전문직의 신뢰도를 강화하여 품격을 높임으로 그 공동체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여 공동의 유익을 도모하고 있다. 종교계야말로 가장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세상의 중생들을 계도하고 구원의 등불을 밝혀주는 향도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믿을만한 조사기관의 종교계의 조사에 의하면 종교계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30%대에 머물고 있어서 세상이 오히려 종교계를 걱정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별히 성직자들 중에 천주교와 불교, 기독교 순으로 기독교가 가장 낮은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분별한 교단 분열, 무인가 신학교를 비롯한 교역자 양성기관과 교역자 교육훈련의 총체적 부실과 교역자의 평생계속교육의 부재, 수급계획 없는 교역자 과잉 공급 등의 문제가 첫째 원인이다. 그리고, 경쟁적인 교회개척과 대형교회와 중소형 교회의 격차와 갈등, 교단마다 권징제도가 무력화된 것과 교단의 사법권의 불신으로 사회법정에서 이전투구하는 모습이 언론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규범과 율법이 있어야 그 규범을 따라서 교육하고 규제하고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범교단적으로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강령”을 모든 교단이 연합해서 제정하여 실행하도록 제언한다. 이 일을 위해서 한국기독교 윤리학회 학자들이 앞장서도록 후원 및 독려하고 여러 연합기관들과 NGO들이 연대해서 동참하여 제정하도록 우리 한목협이 중심역할을 할 것을 제언한다.


ⅩI. 나가는 말

목회자는 순간에 살면서도 영원 속에서 살아가는 여유를 가지고, 마라톤 경주와 같이 목회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흐르는 물에 빵을 던지는 사람과 같이 멀리 보는 눈을 가지고 목회를 해야 한다. 그리고 흐르는 물과 같이 순리를 따라서 기다릴 줄도 알고, 피해갈 줄도 알고,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흐르는 물이 가지고 있는 힘을 소유해야 하며, 언제나 낮은 곳에 마음을 두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향을 가지고 가난하고, 어렵고, 고통당하는 교우들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목회는 아름다운 과원을 가꾸는 농부와 같아서, 항상 부지런해야 하고, 진, 선, 미를 가꾸어 거두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목회자의 궁극적인 목표로 하나님 앞에서 좋은 평가는 받는 것이어야 하고, 자기가 섬기는 교회가 주님 앞에 서는 단장한 신부가 되어 칭찬받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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