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호산나교회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12년 전부터 입양부 모임, 교회 안 다니는 사람위해 입양부모 모임 100여 차례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 최고의 경건은 입양"


"친엄마는 열여덟 살 미혼모였대요. 재작년 1월에 갓 7주 된 은찬이를 데려왔는데, 한 2주 동안은 정말 쉬지 않고 울어댔어요. '어린 것이 뱃속부터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싶어, 아이가 울면 같이 울면서 기도했죠. '아픈 기억이 남았다면 낫게 해 주세요.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제 3살이 된 은찬이는 유모차에 누워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엄마'인 도미숙(46)씨가 조심조심 아들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도씨는 "고생 고생해서 딸 둘(21세, 16세) 다 키워놓고 또 애를 키우고 싶으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가슴으로 낳아 기르는 기쁨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했다. "쉬는 날이면 낚시 다니는 게 낙이었던 남편(48)이 은찬이 덕에 사는 맛이 난대요. 은찬이가 우리 가족이 된 뒤 정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아픈 기억 다 나았으면"


지난 6일 오후 부산 명지동 호산나교회(담임목사 홍민기)에서는 은찬이네 가족을 포함해 30여명의 입양 가족들이 참석한 입양부(담당 황수섭 목사) 모임이 열렸다. 호산나교회는 지난 2000년 1월 처음 입양부 모임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교인 40가정이 52명을 입양했다. 입양을 망설이는 부모들을 위해 20여 차례 입양학교를 열었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참여하는 입양부모 모임을 100여 차례 개최했다.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박성희(48) 부산지부장은 "부산지부에서 1년에 50가정쯤 입양을 보내는데 그중 20~30%가 황수섭 목사와 호산나교회 입양부를 통해서 온다"고 했다.


▲ 6일 부산 호산나교회 입양부 모임에 참석한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5월 생일을 맞은 아이를 축하해주고 있다. 가운데 검은색 양복 입은 이가 황수섭 목사.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매달 열리는 입양부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그달 생일 맞은 아이를 위한 축하 파티. 목청껏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합창으로 유아부 예배실이 시끌벅적했다. 입양한 둘째 재민(3)이가 형·누나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는 걸 지켜보던 아버지 심동섭(40)씨는 "친자인 첫째는 외모도 성격도 저를 꼭 빼닮았지만 둘째는 저와 달리 애교도 재롱도 많아 늘 새롭다"고 했다. "평범한 월급쟁이에겐 빠듯한 살림이지만, 부족한 가운데서도 서로 양보하고 의지할 수 있는 형제로 키우고 싶어요."


◇교인 40가정이 52명 입양


호산나교회가 입양에 관심을 쏟게 된 데는 작년 7월 은퇴한 최홍준 원로목사의 열정이 컸다. 어릴 적 삼촌 집에 양자로 들어갔던 최 목사는 젊은 부부 교인들을 만나면 꼭 자식이 몇인지 물었다. "하나"라고 답하면 최 목사는 말했다. "호산나교회 기본이 '셋'인 거 아시죠? 한 명 더 낳고 한 명은 입양!" 최 목사의 1남 2녀 중 외아들인 최무열(40) 집사는 결혼 3년 만인 2005년, 첫 아이를 낳기도 전에 아들 영우(7)를 입양했다. 최 목사는 2000년엔 '입양 전도사'로 황수섭 목사를 영입해 교회 내에 정식으로 '입양부'를 만들었다. 황 목사는 지난 1997년 쌍둥이 아들을 공개 입양해, '사랑으로 낳은' 두 딸(아름, 다운)과 '가슴으로 낳은' 두 아들(대한, 민국)까지 '아름-다운-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알려진 목회자다. 작년에 새로 부임한 홍민기 목사도 "입양은 성경 말씀에 따른 최고의 경건"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이고 과부의 재판장"이며 "최고의 경건은 어려움에 빠진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만 지나면 똑같은 내 자식"


이 교회 선교부 담당 금대현(47) 목사는 교인 가운데 베트남 이주여성의 딸을 입양했다. 막내딸 은혜(5)다. 이 여성의 전 남편은 알고 보니 베트남 여성과 두 번, 중국 여성과 두 번 결혼한 경력이 있었다. 일단 결혼만 했다가 아내가 한국 귀화 조건을 갖추기 전에 버린 셈이다. 이혼 당했을 때 이 여성은 이미 임신 상태였다. "피부색도 생김새도 너무 달라서 걱정이 컸는데 지금은 우리 부부보다 딸(19)과 아들(17)이 더 좋아해요. 막냇동생 돌보는 재미에 애들이 사춘기 겪을 새도 없었다니까요."


황수섭 목사는 입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다들 '잘 키울 수 있을까, 친자식과 차별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입양해 보면 알게 돼요. 며칠만 지나면 그냥 다 똑같은 내 자식이 된다는 걸. 오히려 그 아이를 통해 누리는 기쁨에 가족 모두가 감사하게 된다는 걸." (출처 조선일보 부산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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