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문턱을 낮추려는 몇 가지 시도들

▲ 이세령 목사 코닷연구위원장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도 기독교 국가로 존재하다가 현재 세속화의 물결 속에 휘말려 있다. 그래도 네덜란드 교회들이 아직은 모이는 교회로서 그리고 선교하는 교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네덜란드 개혁교회들은 독일을 비롯한 북구의 루터 교회들과 달리 국교 개념을 일찍 포기했다(복음을 위한 교회 정체성 확보에 기여). 그리고 시대적인 형편 속에서 교회들이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열되는 아픔을 가지면서 지내왔다. 분리(afscheiding), 아브라함 까이뻐의 돌레앙시, 그리고 클라스 스킬더를 중심한 소위 31파의 분리, 그리고 최근 주류 개혁교회가 개신교회(Protestant church)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보수적 개혁 신앙을 지닌 무리들이 분리가 되었다.

 

분리가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러나 이로 인해서 교회들이 나름 정화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교회의 고백적 정체성과 실천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백과 실천을 개혁 교회의 성도들이 다음세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이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교회와 가정 그리고 기독교 학교라는 거룩한 삼각형이 협력해서 만들어낸 산물이다. 교회가 자녀들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쳐서 양육하고, 학교가 학부모의 고백에 일치하는 세계관을 가진 교사들을 통해서 자녀를 가르치고, 가정에서 말씀과 기도로 자녀를 양육한 결과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비록 주류 개신 교회들이 많은 격감세를 보이는 중에도 건전한 개혁교회들은 약보합세와 증가세를 가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주 보수적인 개혁교회들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개신교회로 일치한 교회들중에서 신앙의 자유화로 인해서(동성애, 안락사 등) 일치된 교회를 떠나서 보수적인 교회로 돌아오고 있다. 고신 교회와 자매 교단들은 최근들어 미미하게 줄어드는 거의 현상 유지 상황이다.

 

이런 중에 격감세의 개신교회들은 교회의 내일을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주류 교회들이 정책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한인교회들과 같은 소수 민족들의 이민교회이다. 네덜란드 주류 교회들과 달리 성장하는 교회들이 이민 교회들이다. 지난 번 남아에서 열린 로잔 대회는 선교의 축을 다시 한번 재 조정했다. 도시의 이민 교회들이 선교의 중심축으로 등장했다. 네덜란드 주류 개신 교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전도에 관심을 깊이 가지고 있다. 너무 기울어진 교회들은 전도에 대한 꿈도 소망도 없기도 하다. 그러나 나름 개혁교회들은 세속화와 싸워가면서 복음 전파의 현실적인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거의 모든 개혁교회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다. 바로 알파 코스이다.

 

1. 알파 코스에 대해서

한국에서 알파코스가 가진 피해가 많다. 금이빨 변화, 쓰러짐, 혹은 트레아스디아스 운동과 연계 등 수많은 폐해들로 얼룩져서 이단 시비까지 가고 있다. 대부분 성령의 주관적 체험이란 주제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혁교회들이 이런 알파코스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성령을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요소는 과정에서 배제한다. 전통적으로 개혁교회는 성령의 사역을 말씀과 관련해서 이해한다. 진리로 인도하고 계시를 비추는 성령의 사역이다. 성령도 그리스도 중심적인 이해를 하는 것이 개혁교회의 성령론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알파코스는 문제가 있는 성령의 체험 부분을 제외하고 15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이 된다. 여기서 성령과 관련된 주제를 소개한다.

7주제 성령님은 누구신가?

8주제 성령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9주제 어떻게 나는 성령의 충만함을 받을 수 있을까?

이상의 세 주제를 성령론에 할당한다. 보다시피 성령의 체험과는 다른 입장에서 전개된다. 이렇게 개혁교회는 알파코스를 자신들의 고백에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사는 알파 코스를 왜 하는가이다.

알파코스는 불신 세계를 향해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목적으로 시행한다. 그래서 원래 의도하는 것처럼 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나누고 15개의 중요한 기독교 신앙의 주제들로 대화를 하면서 신앙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네덜란드 사회에서 친하지 않은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식사 초대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소위 다과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관계 유지에 부담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낯선 이웃과 식사를 같이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말한다. 복음을 가지고 이웃에게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이런 알파코스는 이미 네덜란드 개혁교회에서는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나 그 열매로서 성인 세례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섬기는 로테르담 사랑의 교회가 빌려쓰는 31조파 교회(익투스 교회)도 알파코스와 베파코스를 하고 있다. 가끔 성인 세례를 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 교회와 같이 성인세례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리이다. 전도의 노력이 지금 당장 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실하다.

 

이런 노력은 복음에 대한 순종이다. 이것을 귀하게 평가해야 한다.

서구 사회는 개신교회가 로마 천주교회보다 더 냉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개신교회의 교회당 문은 언제나 닫혀있다. 회집 때가 아니면 열려있지 않다. 그래서 네덜란드 말로 손님에게 친절한 분위기가 아니다(Gastvrijheid).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반대로 천주교회당은 오히려 교회가 개방되어 있다. 얼마든지 기도하러 가기도 한다. 물론 돈을 받고 개방하는 오래된 성당들도 있지만 그래도 성당은 대부분 무료로 개방되어 쉼을 준다. 그런데 이런 것이 시간이 오래 누적되면서 사회가 교회를 보는 인식을 만들어 준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교회당 그렇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그 문을 열고 이웃을 불러서 함께 식사하는 곳이 되고 있다. 알파코스가 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익투스 교회의 경우 알파 코스를 하기 전에도 주변에서 매주 노천 시장을 여는 날에는 교회를 개방하기도 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가고,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나마 문을 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전도는 오백년 이상 노후화된 기독교를 다시 대중들에게 매력이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런 노력들 중에 한가지를 더 소개하려고 한다. 소위 여름 방학 기간 중에 한주간을 특별 기획해서 동네를 위한 모임을 가진다.

 

2. 여름 Project 2012

매년 익투스 교회는 여름 행사를 7월 중순에 가져왔다. 우리 여름 성경학교 비슷하다. 그런데 대상이 주일학교 어린이들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중고생 1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 그리고 성인들 프로그램, 또한 60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보통 월요일에 시작되어 다음 주일 예배에로 인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기본적으로 주일에 예배에 참석하여 복음을 듣게 하는 전도가 목적임을 알수 있다.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기에 일년내내 준비하여서 실행을 한다. 아주 철저히 준비하고 헌신을 하여 시행한다.

 

프로그램은 아침 10에서 8 10대들을 위한 고함 지르고 악을 쓰는 밴드 음악회를 가지는 것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간대별로 모든 연령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세대별로 나누어지는 모임도 있다. 성경 동화를 들려주기도 하고, 성령의 주제를 성인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함께 만드는 수공예 프로그램도 있다. 노인들을 위한 클럽 활동같은 것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 중에도 식사는 교회에서 하지 않는다. 단지 간식을 나누는 정도이다. 대부분 지역 사회 즉 동네 분들이기에 식사는 집에서 하고 다시 오후에 모인다. 그리고 밤에 모이기도 한다. 금요일 마지막 날 정도 점심때 아이들에게 팬케익 구워주고, 저녁때에는 바비큐 파티를 하는 정도인데, 바비큐 파티는 그나마 부담되지 않는 약간의 돈을 받는다. 네덜란드 사회는 거의 공짜는 없다. 프로그램 참여는 공짜이다.

 

이런 여름 기획 행사를 하는 동안 교회당이 개방되고, 교회 앞에 주차장은 놀이터로 삼아서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들이 진행된다. 교회가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는 기회이다. 한주간이지만 호감을 이웃들에게 주는 기회로 활용한다.

 

이것 역시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당장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익투스 교회는 지난 10년간 교세가 줄었다. 로테르담이 도시이기에 인구 이동이 잦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으로 떠난 출교자가 많기도 하다. 그러나 더 충원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도의 효과가 작다.

 

그러나 노력하고 있다. 애를 쓰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열매를 거둘지는 누구도 모른다. 씨를 뿌리지만 다른 사람이 거둘 것이다. 이런 노력도 하지 못할 정도로 기진 맥진한 서구 교회들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감사하다.

 

네덜란드 사회는 기독교 사회에서 세속화로 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복음을 가지고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교회들이 있다. 전통적인 교회 의식 보다는 성령 운동이나 복음주의적인 교회들 중에 성장하는 교회들도 있다. 미국 같이 대형교회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개혁교회들이 전도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단지 네덜란드 사회 아니 서구 사회에 오랜 관용의 정신이 뿌리박혀 있어서 남의 삶에 간섭하고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 구조를 어떻게 극복하고 서로를 초대하고 복음을 소개하는가에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냉정하고 고리타분한 모습으로 인상지워진 교회의 문턱을 낮추어서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활력을 주는 교회가 될 것인가를 노력한다.

 

전도가 복음을 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을 함께 수반해야 한다. 이런 네덜란드 개혁교회들의 노력들을 보면서 한국 교회가 어떤 인상으로 한국 사회에 지워지는가를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개독교의 인상을 계속 주면 내일이 어둡다. 전도가 복음이 주는 포괄적 세계관을 함의하는 교회가 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나아가서 구체적으로 복음으로 초대하고 부르는 일들이 함께 잘 진행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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