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준공식에 참가한 지역 유지 및 참관자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우리 몸의 70%는 물로 되어 있다. 우리가 갈증을 느끼는 것은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는 몇 십일을 버틸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는 단 며칠을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은 곧 생명”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그동안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도 인간에게 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 우물 개통식
그런데 어느 날, 우리 경주대광교회가 후원하는 파라과이 이정건 선교사 부부가 우리 교회를 방문하여 선교사역 보고를 하는 중에 그들이 파라과이에서 하고 있는 우물사역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파라과이는 물은 많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인데, 이선교사 부부는 교회개척과 신학교 사역을 통해 직접 복음을 전하는 사역과 함께 부족한 식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역을 통해 간접적인 선교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나는 예배 후에 이선교사에게 우리 교회도 이 사역에 동참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 교회는 전통적으로 선교에 그렇게 열심 있는 교회가 아니라 그저 30여 교회 및 선교사를 매월 얼마씩 후원하는 것이 전부인 교회였다. 그러나 이 우물 사역의 비전이 나와 우리 교회의 선교관을 바꾸어 놓았다. 마침 우리 교회 여전도회 주관으로 바자회를 하기로 기획하던 중에 이 바자회의 목적을 파라과이에 우리 교회 이름으로 우물을 하나 파는데 필요한 기금으로 사용하자고 결정을 했다.


▲ 우물 앞에 모인 참관자들
그래서 2010년에 바자회를 하여 7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으로 우물을 하나 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우리는 그 이듬해인 2011년에 우물을 위해 두 번째 바자회를 다시 열었다. 이익금은 1,000만원이었다. 이 두 번의 바자회 이익금을 파라과이로 보내어 당장 우물공사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안식년으로 귀국해 있던 이정건 선교사의 국내 사역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연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2월에 이선교사가 선교지로 귀임하게 되면서 드디어 이 사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총 예산은 15,000달러(1,700만원)이며 공사기간은 약 1달, 장소는 파라과이의 이따꾸루비 데 로사리오(Itacurubi de Rosario)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게 되었다.


이따꾸루비 데 로사리오 지역은 전통적으로 물이 부족한 도시이다. 그나마 그동안은 우물 5-6개를 파서 조금씩 얻은 물을 모아 큰 탱크에 집수하여 각 가정으로 공급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제일 물이 많이 나오던 우물이 말라버려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곳 시장님을 통해서 듣고 그 지역에 우물을 하나 파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이 선교사 부부가 사는 델에스떼 지역과는 400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역이며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6시간쯤 가야한다. 그러나 이선교사 부부는 이곳을 멀다하지 않고 여러 번 왕복을 하면서 시공회사와 함께 우물을 파는 일에 집중했다.


▲ 콸콸 쏟아지는 물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나와 아내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이선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보통 지하 100미터를 파면 물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100미터를 팠음에도 물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우물 시공자는 이선교사에게 계속해서 더 팔 것인지 아니면 여기에서 중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교사는 믿음으로 더 파내려 가라고 했다. 20미터를 더 팠다. 그러나 역시 물은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100미터부터는 모래층이 시작되면서 아래로 파내려 갈수록 자꾸만 벽이 무너져 내려서 모래가 구멍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선교사는 기도하고 믿음으로 더 팔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내게 긴급하게 경주대광교회의 온 성도들의 기도를 부탁했다. 나는 교회 앞에 긴급기도를 선포하고 중보기도에 들어갔다. 우리가 기도하는 동안에 공사는 계속되었다. 모래가 무너지지 않도록 특수보강 작업을 하면서 파내려갔다. 드디어 140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 샘의 근원이 터졌다. 맑고 시원한 물이 솟아 올라온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셨다. 온 동네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드디어 이 선교사는 내게 서둘러 준공식에 참석하러 오라고 전화를 했다.


▲ 김재곤 목사 진주노회장 경주대광교회 담임
나는 아내와 함께 남미 행 독일 국적의 루프탄자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난생 처음으로 가는 남미행이라 많이 긴장이 되었다.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남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하나도 모르니 어찌할 것인지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주님의 인도하심과 나보다는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난 아내를 믿고 지구의 반대편인 남미를 향해 출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브라질 쌍파울로를 거쳐 이과수 폭포로 유명한 브라질의 이과수시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선교사 부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파라과이에서부터 브라질까지 우리 내외를 영접하러 온 것이다. 우리는 이선교사 부부와 함께 국경을 넘어서 파라과이 땅에 도착하여 12일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집을 떠난 지 만48시간 만에 파라과이에 도착했고 더구나 시차가 13시간, 계절도 반대이고 밤과 낮도 거꾸로 이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우리가 도착한 후 첫 번째로 맞은 주일은 마침 파라과이의 ‘아버지날(Dia del  padre)'이었다. 파라과이에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각각 따로 있는 것이 특이했다. 나는 마 6:9을 본문으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예배 시간에 우리 교회에서 헌금한 선교비를 이선교사가 시무하는 아과비바 교회에 전달했다. 이 헌금으로 14년 된 낡은 음향기기를 교체했고, 낡은 교회버스를 교체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선교사와 교회 성도들은 우리 경주대광교회에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


우물 준공식 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이따꾸루비 데 로사리오 시의 근처에 있는 쇼레(Chore)시의 한 여관에 하루 전날 도착하여 밤을 지내고 다음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번에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한 엘리다 마레꼬(Elida Mareco) 시장님은 여자인데 우리 부부와 이선교사 부부를 초대하여 도착한 날 저녁과 다음날 점심식사 대접을 하면서 감사의 표시를 했다. 이 시장님은 교장 출신의 교육가로서 시장에 두 번 당선된 분인데 이선교사 부부의 전도로 예수를 믿게 되었고 내년에 실시되는 주지사 후보 0순위라고 한다. 나는 이선교사를 통해 예수를 믿게 된 시장님을 보면서 너무나 감사했다.


지난 6월 19일(화)은 이따꾸루비 데 로사리오 지역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이날 우물 준공식이 있었는데 이 준공식에는 이 행사를 주관하는 쇼레시의 엘리다 시장 및 두 명의 시장과 그리고 관공서의 직원들이 참석했고 이따꾸루비 마을 촌장인 호세 레기스만(Jose Leguizman)씨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참석했다. 먼저 양국의 국가를 부르는 시간에 우리 애국가를 불렀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이래서 외국에 나오면 모두가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구나 싶었다. 이날 여러 가지 다양한 순서를 가졌는데 특이했던 것은 20여명의 파라과이 젊은 남녀 청년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추는 것이었다. 정말 매력적이고 정열적인 춤이었다.


나는 이정건 선교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설교를 통해서 한국이 50년 전에는 전쟁으로 잿더미에 앉은 세계 최대 빈국이었으나 하나님을 잘 믿음으로 오늘날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수많은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렇게 경주대광교회가 여러분들에게 우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지금 내가 담임목사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이 물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생명수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도록 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모두들 말씀을 경청했다. 그리고 중간에 몇 번씩이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나 가슴이 뭉클했다. 선교사도 아닌 내가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 파라과이 땅에서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 이정건 선교사 부부와 함께
말씀을 전하고 난 후 이 마을 촌장인 호세씨가 우리를 향한 인사말이 있었다. (이정건선교사 통역)“우리는 그동안 우물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서류들을 가지고 여러 관공서를 뛰어다니며 호소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때로는 곧 우물을 파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기대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서류 한 장 없이 말로만 약속했지만 오늘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서류 한 장 없이 말로만 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김목사님이 전해준 그 이야기도 믿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얼굴로 눈빛으로 우리에게 표현했었다. 얼마나 가슴이 찡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주민들의 집에서 따 온 각종 과일들이 담긴 무겁고 커다란 광주리를 몇 명의 사람들이 들고 와 우리내외의 품에 안겨주고, 전통복장을 한 예쁜 소녀들이 집에서 직접 만든 파라과이 전통음식인 커다란 찌빠를 선물해주었다.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우리는 그저 우물 하나를 파 주었을 뿐인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며 고마워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우리가 좀 더 성의를 표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준공식을 마치며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해주는 사역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예배당은 그 지역 사람을 전도해서 훈련시키고 예배하고 전도의 전초기지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우물을 파서 제공하면 최소 200가구 800명~1000명 정도는 예수 안 믿는 사람들까지도 혜택을 보면서 물을 마실 때마다 한국교회에 감사하며 이 사역을 통해 생수 되신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간접전도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이번에 몸소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이 우물 사역은 정부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높은 관리들을 접촉하여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니 참으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이번 기회에 우리 부부에게 남미 파라과이를 방문하여 우물 준공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 주신 경주대광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또한 거의 2주 동안 동행 하며 이 사역을 함께 한 이정건 선교사 부부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바라기는 우리 경주대광교회를 이어서 파라과이나 그 밖의 남미 지역에 우물을 파서 제공하는 교회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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