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호 목사 광주은광교회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었습니다. 시냇물은 말라붙었습니다. 마을은 심하게 황폐해졌습니다. 노인들은 탈진했고 어린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갔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죽음의 동네로 변할 지경입니다. 추장은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면서 계시를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이 왔습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세속적인 물질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욕심이 지나쳤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져가면서도 하나님과 땅에게 아무 것도 되돌려주지 않았다. 마을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희생이다. 마을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재산을 태워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재산을 바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가지고 온 제물을 언덕 꼭대기에 모아서 단을 쌓고 태워서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물을 태웠던 언덕 꼭대기 위에 검은 구름이 나타났습니다. 그 구름은 마을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천둥소리도 들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만물이 소생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비구름은 단 한 방울의 빗방울만 뿌리고 금세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전보다 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다섯 살도 안 된 한 소녀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잠깐 동안 생각에 빠졌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무엇을 바칠 수 있을까?” 그날 저녁 소녀는 언덕 꼭대기를 올라갔습니다. 그곳에는 제물을 드렸던 불꽃이 아직 연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작은 가죽 자루를 들고 갔는데, 자루 주둥이는 끈으로 단단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소녀는 언덕 꼭대기에 오르자 자루를 열고 작은 인형을 꺼냈습니다. 그 인형은 소녀의 유일한 재산이었고 소녀가 끔찍이 좋아하던 것이었습니다. 소녀는 인형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고 불기운이 남아 있는 장작더미 위에 그것을 올려놓았습니다. 소녀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자기의 제물을 받고 마을을 살려달라고. 그러다가 차가운 땅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소녀는 아침 햇살에 잠이 깨었습니다. 소녀의 눈앞에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야생화들이 눈길 닿는 곳 끝까지 펼쳐져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소녀는 돌아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워했습니다. 마을 노인들부터 한 사람씩 자기들이 애지중지하던 것들을 한 아름씩 안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제단에 태워 바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불길이 보물들을 다 태워 땅으로 돌려보내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의 전설입니다. 긁어모을 줄만 알고 돌려주거나 나눠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꼭 쥔 손으로는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다. 하나라도 받을 수 있으려면 그 전에 반드시 베풀어야 한다.” 받기 위해서는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신앙인의 기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준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많이 흘려보내고, 나눠주면서 말입니다. “참, 많이 베풀고 세상을 떠났구나.” 이런 사후담(死後談)을 듣고 싶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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