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재산관리의 심각성

복음병원 부도사태 이후 교단의 재산관리가 대단히 허술하게, 그리고 때로는 편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법인 고려학원에 관선이사가 파견되는 등, 교단총회가 비상사태에 있다는 핑계로 실무부서 인사들이 수십억이 넘는 유부동산의 처리가 총회의 결의 없이 - 사후승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비상사태 초기에 이런 처리를 보면서 경악하였고, 당시 교단 언론기관의 부서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런 사실도 제대로 보도할 수 없다는데 대한 책임을 지고 붓을 꺾었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고, 작금에 이르러서도 역시 이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있었던 일은 총회회관과 대전 선교부 재산을 담보하고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기채한 일이다. 심지어 선교사들의 노후자금으로 저축되어 있는 돈까지 복음병원부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차용했다. 그리고 한 때는 목양장학회의 기본재산까지 내놓으라고 위협한 일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교회의 연보는 구별되게 사용해야 한다는 영적인 의무의 관점에서 엄숙한 반성이 필요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헌법에 분명히 “기본재산의 취득, 매도, 증여, 교환, 또는 용도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노회와 총회는 정기회에서 결의한다”로 되어 있고(교회정치 120조 2항), 헌법적 규칙에는 “기본재산은 어떠한 담보에도 제공될 수 없다”(헌법적 규칙 제7장 제1조 3항)는 법이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특별위원회가 총회운영위원회의 허락을 받아 처리했다. 그리고 사후에야 저촉된 법을 총회에서 개정하고 소급 적용하는 불법을 행하였다.

그리고 인천 부평의 학교 부지를 매각할 때도 총회의 사전 결의가 없었고 온전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렇다면 앞으로 학교의 기본재산이나 병원의 재산처리도 총회의 사전 허락 없이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모든 교단교회를 상대로 수십억을 모금하는 일도 총회의 결의 없이 특별위원회(정상화준비위원회 등)나 임원회 등의 결의로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고 있다.
30억 모금을 결의할 당시는 필자도 준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이었고, 다만 그 때 제2기 관선이사가 파송될 시기임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지적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총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보고용으로 결의하자고 해서 묵인한 것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결의를 해놓고 어떤 사람들은 “교단을 위해서 한 푼의 헌금도 하지 않는 교회들과 지도자들이 많다”는 등의 비난을 하며 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음병원 부도해소를 위해 헌금하지 않으면 교단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많은 교회들이 각기  재정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많은 상회비를 어김없이 납부하고 있고, 선교사 지원과 총회산하 각 기관들을 열심히 도우고 있다.
필자의 양심으로는 복음병원의 부도해소를 위해, 그리고 그 해결방안도 분명치 않는 일에 교회의 헌금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단 내에는 필자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의 양심을 함부로 정죄하고 비난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또 요즈음은 과거 은급재단이 복음병원에 빌려준 20억원의 변제를 총회가 책임지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언제 총회가 이를 승인한 일이 있는가? 역대총회는 은급위원회가 은급자금을 복음병원에다 사채로 대여해준 것을 계속 문제 삼아왔는데, 총회의 허락도 없이 이를 총회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그리고 바로 지난 5월 26일에도 총회운영위원회가 모였다. 거기서 총회회관을 담보로 하여 15억원의 융자를 추가로 받는 일을 결의했다. 지난 번의 차용금 중 20억원 정도를 갚았으니 다시 15억원을 추가로 받겠다는 것이다. 교회들이 납부하는 상회비, 곧 주로 신대원에 지원되어야 할 헌금이 해마다 수억 원씩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는 일에 사용해왔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20억원을 변제했는데 다시 추가대출을 받는다니, 그것도 송도복음병원이 김해복음병원에 부당하게 지출한 돈을 갚는 일에 쓴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런 처리를 운영위원회 결의로 계속 할 수 있는지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총회운영위원회란 그야말로 총회운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곳이다. 총회의 절차라든지, 총대의 부서배정 등 지극히 제한된 사무적인 일을 수행하는 기관일 뿐이다. 이 기관은 헌법기관도 아니며, 물론 치리회도 아니고, 총회 규칙에 의해 운영되는 단순한 사무기관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총회운영위원회가 총회를 대행하는 기관처럼 일을 하고 있다. 또 본지 사설에서는 소총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장로교 정치의 놀라운 파행이다. 장로교 총회는 상존하는 것이 아니며 폐회하면 파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집행부의 전횡이다.

더우기 대부분 운영위원들은 교단전반의 일들을 총촬하지 못하고 주로 총회임원들이나 특별위원들의 제안만 듣고 승인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어 운영위원회가 일부 실행위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교단재산을 관리하는 일에 교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물론 총회규칙에는 운영위원회가 총회폐회 후 긴급한 일을 처리하고 차후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실무자들은 지금이 비상시라는 이유로 이 규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규칙은 헌법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위헌이 된다. 특히 교단의 재산문제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정기회에서만 다루는 것이 합헌적인 처사이다.

우리가 이런 무질서와 편법을 언제까지 묵인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힘들고 급해도,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우리는 질서대로 하고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법이란 비상한 때를 위해 있는 것이다. 은혜롭고 형통할 때 무슨 법이 필요한가? 어려운 때라고 해서 편법으로 하기 시작하면 곧 전혀 겉잡을 수없는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복음병원의 정상화를 위해 교단을 파행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 정주채 목사 / 향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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