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의 구조조정은 학교 당국과 총회의 가장 절실한 시대적 과제다-

구조조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학 특히 지방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의 감소는 대학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따라서 고신대학교의 긴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구조조정이다.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설립이념 구현보다 더 다급해진 현실적인 과제는 살아남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학당국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 해 한 해 버티며 나가고 있지만, 다가오는 상황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4-5년 후면 고등학생 수가 2/3로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

고려신학대학원도 교단 직영이라는 지붕 아래 안주할 형편이 아니다. 대학이 어려움을 당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 있다. 복음병원이 부도가 났을 때 신대원의 재정지원이 중단되었던 것과 같다. 그리고 한국교회 전체로 보면 신학대학원 지원자들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주요 교단 신학교들의 입학 지원생들이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고신의 경우는 입학 지원자들의 수는 줄지 않았지만 지원생들의 수준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기다 고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신학교의 재정지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들 곧 신대원 지원을 총회부담금으로 하지 말고 따로 모금을 해서 지원하도록 하자는 안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교계는 목회자 과잉배출로 목회자의 위상 추락은 물론 이들의 생계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나 신대원이나 영적이고 실제적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고려신학대학원은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신대원 교수들은 자주 신대원과 대학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는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지만 아마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까 재삼 강조할 것이다. 곧 법적으로는 신학대학원도 대학 안에 있는 하나의 특수대학원일 뿐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신대원의 위상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차별성의 강조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학교의 차별성과 위상은 법적인 구조나 위치가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의 영적인 리더십이 세워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리더십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이 인격과 신앙과 능력에서 리더십이 나온다. 목사는 한 지역교회의 목회자이지만 신학교수들은 총회 산하 모든 교회들의 교사이다. 그러므로 그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교회의 교사로서 성경해석의 표준을 제시하고, 선악을 분별하는 영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시대적 정황들을 분석하며 예언적인 가르침을 제시해야 하고, 인격과 신앙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리더십이 분명치 못하면 학교뿐 아니라 교단까지 영적인 침체를 면치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신대원은 교단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려신학대학원의 패컬티(교수단)가 보여준 모습은 교회의 교사로서의 덕성과 능력에 대해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특히 세상에서도 놀랄 악한 일들이 신학교에서 일어났던 것과 또 이런 불의한 일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세상 법정에 의존해야 했던 일은 역사에 사무칠 부끄러움이었다. 선악에 대한 영적인 분별력이 부족했고, 따라서 교수들도 정치적인 흐름에 편승하며 양분되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의 존경도 받지 못하는 교수들이 더러 있다는 소문은 교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교수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선생과 학생이라는 조직과 제도에 따른 권위만 주장하면 피차간에 조직의 쓴 맛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일은 결국 신학교에 대한 교회의 신뢰와 물심양면의 지원을 약화시킨다.

교수들은 왜 밖에서 목사 장로들이 교수들의 봉급을 가지고 시비를 하며, 너무나 당연한 신대원의 재정지원을 왜 새삼 문제 삼는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며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적인 면에서도 교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내핍과 절제로 짐을 나누어 저야 한다. 교수들의 사례금도 일반 교수들의 사회적 위상으로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교회의 기관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튼 신학교가 든든히 서야 교회가 산다.

고신대학교의 구조조정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문제는 재삼재사 강조할 필요가 없는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법인 이사회는 대학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고, 대학당국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섯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같다. 구조조정이라는 게 생사를 거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총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재정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없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학과를 폐지하려면 당장 급한 것이 해당 교수들에 대한 대책이다. 재배치를 하든 명퇴를 시키든 그분들에 대한 예우가 따라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반발을 설득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학과와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었을 때 따라오는 재정적인 부족을 어떻게 메꾸어야 할지도 난감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더 어려워질 뿐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지고 범교단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학당국이 티에프(TF) 팀을 만들어 계획을 세우고, 공청회도 하고, 그리고 필요한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과거에 법인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듯이 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해 모금도 해야 한다.

그런데 구조조정 이전에 좀 더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고신대학교의 정체성 문제와 함께 과연 교회가 직영해야 할 기관인지, 직영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서도 설립 정신을 어떻게 구현해맬 수 있을 것인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과연 고신대학교가 기독교대학인가? 앞으로 기독교대학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전망은 있는가?

지난 번 사설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그동안 고신총회는 신학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서 결론을 낸 적이 없다. 아주 본질적인 문제들을 항상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뭉개버리며 지내왔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교회가 대학을 직영하는 게 옳은지, 또 직영한다면 설립이념대로 확실하게 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

직영하는 것이 옳고 확실하다면 교회와 완전히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어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넘겨야 한다. 단순한 애착과 명분으로만 붙들고 있다가는 머지않아 공멸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사회와 대학당국이 그 동안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학교를 발전시켜 온 것에 대해 치하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화급해진 미래를 주목하며 과감하게 그것에 대비해 줍시사고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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