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담임
은퇴식 날이 정해지니 은퇴하시면 교회를 떠나시나요? 교회는 안 떠나시는 거죠? 집은 어디다 마련하실 거예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는 저가 향상교회를 떠나 어딜 가겠어요.”라고 대답은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후임자인 김석홍 목사님도 은퇴하시더라도 계속 출석하시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은퇴하면 본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통념을 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합니다. 말은 고맙지만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후임자를 은혜 중에 잘 세우고 명예롭게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만나면 자주 물어봅니다. “목사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어떻게 하고 계세요?” 대답은 아주 다양합니다.

어떤 분은 주일아침 1부 예배에만 참석한다고 하였고, 어떤 분은 매달 첫 주일에는 1, 둘째 주일은 2이런 식으로 다닌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후임 목사의 요청으로 설교나 상담 등으로 적극 도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목사님은 후임목사가 자리를 확실하게 잡을 때까지 약 2년 동안은 교회를 떠나 있는 게 좋겠다는 팁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젊을 때부터 총회에서 정년단축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교회에 명예직[원로 목사, 공로목사, 원로 장로 등]을 두는 일을 반대해왔습니다. 1992년에 교단헌법을 개정할 때 원로직 폐지를 주장하였지만 오히려 그 전에는 없었던 원로장로직이 생겨났습니다.

2010년에는 나도 헌법개정위원이 되었는데 위원들은 원로직을 없애자는데 일단 합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대부분의 목사·장로들이 반대하여 개정에 반영하는 일에는 실패하였습니다.

내가 원로직을 반대한 이유는, 첫째 이것이 명예직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목사의 경우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목회한 연수(年數)만을 조건으로 하여 원로목사로 우대하는 것은 누구나 거의 한평생을 목사로 헌신한 분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 오며, 셋째는 은퇴하신 분들이 이런 직분을 이용하여 실제로는 은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즉 은퇴한 목사가 상왕 노릇을 한다든지, 원로장로가 시무장로들의 의견이나 결정을 무시함으로써 당회의 권위가 서지 않아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몇몇 교회들의 경우 교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결정권은 사실상 원로목사가 행사하고 있으므로 후임 담임목사가 목회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또 어떤 교회들은 은퇴장로들이 단합하여 당회를 압박함으로써 후임 담임목사가 쫓겨나고 교회가 많은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명예직은 없는 게 좋고, 더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 은퇴하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라 하겠습니다. 은퇴하면 진짜 은퇴하는 것 말입니다. 원로목사나 원로장로가 보면 후배들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어설퍼 보이겠습니까?
그렇다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교회가 혼란을 당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처음에 말한 대로 나는 교회를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는 나에게 평신도로 돌아가 찬양대라도 같이 봉사하자고 말합니다. 정말 그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입장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교회의 유익입니다. 내가 계속 우리 교회에 다니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그러나 혹이라도 교회에나 후임자에게 누가 될 수 있다면 홀연히 떠나야 하겠지요.

그런데 아마 은퇴 후 1-2년 정도는 우리 교회에 나올 시간이 없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업자가 과로사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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