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숙 /윤지원 선교사의 아내로 인도에서 함께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한국에오니 여성들이 새삼 참 아름답게 보여진다. 가까이서 보니 옛날보다 화장이 좀 진해진 것 같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키도 커졌고 용모도 많이 예뻐졌다. 아마도 식생활과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이 그 원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인도에서는 여성의 나이 40세가 넘으면 노인 축으로 넘어간다. 뜨거운 기후에 피부노화가 빨리 오고 석회가 많은 수질은 이를 빨리 함몰시키며 무엇보다도 다산과 생활고가 여성으로 하여금 쉬 늙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건축 시 몰딩을 돕는 집시 패밀리나, 꿀리, 구걸녀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검붉은 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비트립스를 거의 매일 씹는다. 비트립스라 함은 츄잉 할수록 껌처럼 되는 작은 나무의 줄기와 잎을 말린 마약종류인데 아주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고 지천에 깔린 나무에서 손쉽게 따말려 쓰기도 하니 너도 나도 그것을 입에 넣고 츄잉 하는 것이다 특히 북쪽서 온 이들이 심하다.


이들은 거의가 수드라(불가족 천민)카스트에 속하는 족인데 간디가 살아생전 "신의 자녀들"이라는 이름으로 호칭하게 했으나 아무도 그렇게 부르는 이 없다. 그냥 조상 대대로 그렇게 살았으니 신분 상승의 기회는 평생 꿈도 못 꾸며 살아가는 억장 무너지는 카스트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예수님을 만나면 생활이 180도로 달라지는 챤스를 얻게 된다. 우리가 전도하여 그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면 규칙적인 일자리를 주고 거리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너나없이 예수님을 영접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인도사람들은 힌두 철학적인 사고를 하며 가족과의 고리끈이 단단해서 쉽게 개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주마다 법이 있는데 타밀주만 하더라도 개종을 하면 5만 루피의 벌금과 우리나라로 치면 호적에서 파내는 종류의 벌을 받게 되니 쉽게들 개종하지 못 한다.


내가 처음 만난 뷔놀리아라는 여인은 눈이 예쁘고 큰 젊은 수드라인데 애가 4명이고 자기 나이를 정확히 모르는 여인이었다. 냄새가 심했지만 씻겨가며 집안 일을 가르치면서 함께 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비트립스를 하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 공복을 면하기 위하여서라 했다.


너무 불쌍해서 되도록이면 끼니 때마다 많이 먹이려고 했는데 잘 먹지도 못 할뿐 아니라 굽힌 허리를 펴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허리를 펴고 밥을 먹으라고 타이르면 큰일 날 소리라고 "그렇게 밥을 먹다 위가 늘어난 뒤, 당신 같은 주인을 잃고 나면 늘어난 내 위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냐"며 슬픈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난 할 말을 잃었고 속울음을 삼키었다.


어떤 선교사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밥만 먹이면서 선교비를 다 소비하고 보고거리(눈에 보이는)가 없어 본국으로 호출되었다는 이야기가 남의 말 같지 않았다. 이렇게 정 깊은 사람은 어찌 보면 본국으로 돌아감이 옳을 것 같은 생각이 살아가면서 들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인도정부에서도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무료로 10%의 학생을 한 학급에 수용하는 제도가 있으나 대부분의 가난한 집 자녀들은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주는 직업으로도 밥을 먹어야하니 이 좋은 제도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만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모스커로드에서 카마나할리로 들어오자면 거리에 야채 전을 많이 만난다. 이곳 노점의 여인들도 대부분 검붉은 이를 하고 있다. 오늘은 이빨에 대하여 계몽하리라 작정하고 그들을 만났다.


13시 이후 뜨거워지면 손님도 뜸해지고 이들도 졸리게 되는 데 2루피 짜리 파이타입의 빵과 칫솔 치약을 사가지고 그들을 만나면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아준다. 나이 이야기로 말문을 열면서 내가 40세가 넘었다며 내 이를 보여주면 그들은 못 믿겠다는 투로 내 입속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다.


저들은 내 이는 여기는 아프고 여기는 흔들리고 하면서 입 안을 보여주는데 하나같이 모두 엉망이다. 그래서 비트립스가 이를 빨리 망가트리니 그것을 끊고 양치를 자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냥 피식 웃는다. 어렵다는 뜻으로.....


한국엔 싸고도 맛난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허리를 구부리고 먹지 않아도 되고 또 남아 버리는 음식으로도 내 인도친구들을 배불릴 수 있는데... 비트립스 안하고도 공복을 면할 수도 있는데...  한국에 나와서 2kg 쪄버린 내 살이 이 밤에 너무나 미안해서 비트립스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적어 본다.


참고로 우리 집에서 4개월쯤 함께 지낸 뷔놀리아는 사람이 좀 깔끔해지니 주위의 유혹이 생겼고 이란에 가면 돈 많이 벌게 해 주겠다는 사람의 꾐에 빠져 폼페이로 도망갔다는 풍문만 들었을 뿐 찾을 길이 없었다.


인도가 살아나려면 한국과 같이 신앙의 자유를 시민들이 선포하고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와야 하리라는 생각이 한국에 돌아와 보면 더욱 절실히 여겨진다. 한국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나라가 틀림없다. 그 축복을 잘 지켜야 할 것이고 또한 나누어야 할 것이다. 나누는 것이 축복을 지키는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