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위정복 집사의 작품이다.

 

콩깍지 폭탄되어  /위정복 집사

우리 집 고구마 밭에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씨 주머니가 아주 작은 콩이 여물었다. 
이제 수확하려고 익은 주머니를 만지자마자 폭탄처럼 쉽게 '폭발'해 버렸다. 그래서 조심스레 
한 움큼 따서 잘 익은 것을 고속촬영모드로 찍어보았는데, 순간 작은 콩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 
유심히 살펴보니 벌어진 콩깍지 모두 꽈배기처럼 뒤틀려 있었다. 그래서 터지는 순간 막강한 힘으로 
멀리까지 씨앗을 퍼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씨 주머니는 강한 햇볕에 바싹 마른 뒤에 터지게 
되는데 어떤 종류는 장장 15미터나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동물처럼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식물들은 이와 같이 빠른 속도로 멀리 보내거나
바람, (수매, 水煤), 동물 그리고 해류 등을 통해서 씨앗을 퍼뜨린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 운동장 뒤에 
커다란 단풍나무가 있었는데 가을이 깊어지면 씨앗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하던지...그 당시 친구들과 땅에 떨어진 씨앗들을 주워 힘껏 멀리 던지면서 놀던 기억도 
희미하게 떠오르고...이들은 바람에 의해 멀리 퍼지는데 강풍이 불면 무려 10 km까지 여행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는 민들레도 하얀 낙하산처럼 보이는 작은 씨앗이 바람을 이용하는데 비오는 
날처럼 이동할 수 없는 날은 깃털을 접고 있다가 맑은 날에 실바람만 불어도 낙하산을 펴서 멀리 이동하게 된다
또한 텀블위드(tumbleweed, 회전초)라는 풀은 하나의 뿌리로 지탱하는 둥근 형태인데 다 자라면 밑동이 잘려진다
그리고는 바람이 부는 대로 굴러가면서 약 25만개의 씨앗을 계속 뿌리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 곤충을 이용해 씨를 멀리까지 보내는 종류가 있는데 금낭화나 애기똥풀, 얼레지등은 
씨앗에 개미를 유인하는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는 향기 나는 지방덩어리가 붙어있다. 그래서 씨앗을 
집으로 가져와 이 방향체를 먹고 난 후 개미가 씨를 버린 자리에서 싹이 나게 된다
지난 봄 야생화 사진작가와 함께 완주(운주면) 깊은 산속에서 촬영한 깽깽이풀도 개미가 씨앗을 운반하는데 
이 꽃 이름의 유래도 개미의 깽깽이 뜀처럼 꽃이 띄엄띄엄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코넛은 특이하게 해류에 의해 멀리 이동하는데 몇 년에 걸쳐 수백km까지 이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생겨난 섬에도 누가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어김없이 코코넛 나무가 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 외에도 까끄라기는 주변공기가 습하면 움츠려 들고 건조하면 펴지는 반복된 
운동으로 씨앗이 앞으로 전진할 뿐 아니라 땅속 깊숙이 들어가 발아가 되게 한다. 지금까지 몇 종류의 예를 
들어 보았지만 모든 식물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얼마나 놀랍고 감탄할 만한 씨앗들의 여정인가
이런 지혜를 식물 스스로 터득해 진화되어 왔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결국 처음부터 창조주의 설계에 의해 멀리 퍼뜨려 온 땅에 식물을 
충만하게 번성시키시는 지혜와 능력이 이런 씨앗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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