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우리의 공로가 조금도 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은혜로 우리의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는 왜 또한 선행을 해야 합니까? 

답: 그리스도께서 그의 보혈로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 아니라 그의 성령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여 그의 형상을 닮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삶으로써 하나님의 은덕에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찬양받으시기 위함이며, 또한 우리 각 사람이 그 열매로써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얻고, 경건한 삶으로써,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선행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86문은 “왜 선행을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합니다. 선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길가는 사람 붙잡고 선행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물어보십시오. 모두가 다 선행은 해야 한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왜 선행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대답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선행을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선행이 있어야 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신자들도 선행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답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선행을 통해서 죄와 비참으로부터 구원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요리문답은 정확하게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공로가 조금도 없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은혜로”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가 왜 선행을 해야 합니까? 선행의 필요성에 대해서 교회 역사 속에는 두 가지 큰 잘못된 생각이 존재해 왔습니다. 

행위에 관하여 가장 잘못된 생각 중에 하나는 율법의 행위를 통하여 의를 확보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부류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리새인들이었고, 초대교회에는 펠라기우스와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성령의 도움 없이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선을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것을 통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 심지어 적지 않은 신자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결과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옥에 가야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와 그의 은혜에서 끊어지는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이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이유가 여기에 있고, 또한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저주를 선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행위에 관하여 잘못된 또 다른 생각은 신자의 선행을 불필요하다고 보거나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선행이 구원과 전혀 상관없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율법을 강조하는 사람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십계명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율법주의라고 비난합니다. 그들에게서 있어서 선행이란 그저 교회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선행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참된 신자들에게는 이 두 극단을 피하고 신자의 삶 속에서 선행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 점에 있어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에 따라서 우리가 선행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실천해야 할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행의 가능성

먼저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무슨 목적으로 죄와 비참에서 구속하셨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요리문답은 분명한 답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보혈로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성령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자신의 형상을 닮게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속과 그 구속의 적용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나서 우리가 이제는 마음껏 자유롭게 살도록 방임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하셨다면 우리는 다시 옛 사람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분의 보혈은 헛된 희생이 되었을 것입니다. 

인간은 죄를 지음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이 형상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짐승과 같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이 비참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셨고 그 이후에도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선행의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선행을 왜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가 선행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선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선행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행의 이유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선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성령으로 새롭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선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새롭게 된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죄와 비참 아래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진노만 쌓을 뿐입니다. 선행은 이런 상태에서 해방되어 새롭게 되고 성령의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행할 수 있습니다. 성령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고 그 결과 그분을 닮게 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있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실천하셨습니다. 이제 하늘에 계신 그 분은 성령을 이 세상에 보내셔서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의 은혜로 구속을 받았듯이 이제 성령의 능력으로 선행을 행할 수 있습니다.

선행의 목적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가 건짐을 받았고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그리스도를 닮게 된 결과 우리는 하나님과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이제 하나님께 감사의 삶이 됩니다. 또한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찬양을 받습니다. 이것을 로마서 12장 1절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구원 이후 우리의 목표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우리 삶의 목적이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 제1문답이 명시하듯이 “사람의 제일 된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구원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구원 받고 나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도 구원받은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선행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들에게 큰 유익을 줍니다. 비록 우리가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선행이 우리에게 또 다른 구원이나 새로운 구원을 주지는 않지만 구원과 관련된 중요한 영적인 유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구원이나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실체이지만 그 열매들은 우리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이 열매들은 우리의 신앙생활에 대단히 큰 유익을 줍니다. 요리문답에 따르면 이 열매들을 통하여 우리가 믿음의 확신을 얻게 됩니다. 

선행은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다는 확신을 줍니다. 물론 우리는 말씀을 들을 때 우리 안에 믿음이 생겨나게 되고, 성례를 통하여 그 믿음이 강화됩니다. 또한 말씀과 성례 속에서 믿음의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성경은 결코 믿음의 확신에 있어서 선행의 중요성을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우리의 선행은 우리가 구원 받았음을 확신시키는 아주 중요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설교도 들어야 하지만 선한 행위를 하는 것에도 힘써야 합니다. 

선행의 열매는 우리에게 믿음의 확신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합니다. 믿음은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믿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믿음의 열매인 선행은 불신자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습니다. 불신자들은 믿음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보이는 행실만 볼 뿐입니다. 그리고 보이는 행실을 통하여 우리의 믿음을 판단합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데 그의 행실이 선하지 않다면 불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교회가 성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요리문답에 따르면, 신자들이 선행을 열심히 행하는 것입니다. 선행을 한다고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행 없이 교회 성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요리문답이 선행에 대해서 우리에게 가르치는 중요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