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포드 대학은 영국의 수상에 오른 동문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전통이 있다. 옥스퍼드 출신의 마가렛 대처는 150만에 가장 오랜 기간 수상직을 수행한 특별한 정치인이다. 교육장관으로 교육혁신에 공을 세워 전격적으로 수상에 올랐던 그녀는 그 어떤 남자수상보다 더 대찬 모습을 보여 'Iron Lady' 철의 여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1년 이상 계속된 전국적이고 전방위적인 파업을 통해 국가의 근간을 흔들던 당대 최대의 회원과 힘을 가졌던 석탄노조의 대표 스카길과 싸워 마침내 항복을 받아내었던 무서운 정치인인 대처의 통치 철학은 마침내 20세기를 풍미한 정치철학이 되어 ‘대처리즘’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지난 10년간 노동당 정부를 다스려온 블레어는 사실상 대처리즘의 계승자로 불릴 정도였다.
레이건과 동시대에 미국과 영국을 지배하며 냉전시대를 마감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대처가 때로 영국을 미국의 51번째 州로 만들었다는 비야냥을 듣기도 하지만 영국병을 고친 대처의 영향력은 역사에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위대한 20세기말의 역사를 만든 대처가 모교인 옥스포드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수상이 되고서도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지 못한 유일한 케이스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처가 영국병을 고치는 과정에 너무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들을 몰아부쳤다는 것이다. 실업자들의 수당지급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들고, 교육과 복지예산에 매스를 가하는 등 결국은 가지지 못한 자가 더욱 어려움을 당하는 풍토를 만들었다하여 학위수여를 거부했다. 한동안 논란을 벌였던 名博 거부 사건은 내가 80년대 영국 유학중에 받았던 충격적인 사건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엊그제 노무현대통령이 원광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것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정치중립의 의무를 어겨 경고를 받은 다음날 학위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노명박이 된 듯하다느니, 이명박도 노명박만큼만 하면 잘하는 것이라는 등 예의 그 비쭉거리는 입심을 보여 주었다. 그날 있은 그 대학에서의 특강 내용 때문에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논란에 휩싸일 판이다. 한 신문은 아예 1면 중앙에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箚子(차자)’라 이름 하는 조선조식 상소문을 싣기까지 하였다.

박사학위, 특히 명예박사학위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수여하는 법이다. 학문성에 대한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주는 것이 정식 학위라고 한다면 명예박사학위는 그야말로 그 방면에 혁혁한 공을 세운, 기념할만한 인물에게 주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자본인 토지 값이 폭등하여 생산원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위한 기본 자산인 주택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만든 대통령. '쪽 팔린다', '깽판쳐도 좋다', '막가자는 거지요?', '그 놈의 헌법 때문에'....등 셀 수도 없는 천박한 언어를 5년내내 구사한 수상에게 영국의 대학이라면 명예박사를 줄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영국병으로까지 불리던, 지나치게 정부 주도의 복지제도를 고치려 사력을 다한 수상에게 名博을 거부한 대학이 있음을 아는 내게, 노무현 명박의 소식은 어째 절망감을 더한다. 한국의 대학 수준이 '쪽 팔린지' 오래되긴 하지만 다시 한번 한국 대학 수준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엄청 '부끄럽다'.

다시 한 번, 천만 가까운 성도를 말하는 한국교회가 ‘지금 여기서’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를 확인한다. 여전히 천박한 자본주의, 천박한 노동운동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 속에서 고급의 그리스도인들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서 천박한 사람들이 감히 자신을 주류의 반열에 설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그런 날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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