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許 文寧 박사 평화한국 대표 통일연구원선임연구위원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2인자 장성택이 숙청(2013.12.8)된지 나흘 만에 전격 처형(12.12)되었다. ,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북한은 어떤 상황이고, 김정은정권은 어떻게 될 것인지 각종 루머들이 난무하였다. 남북통일은 언제 될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련해서도 도하 신문에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되었다. 그만큼 김정은정권의 붕괴와 대남도발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일 터이다. 게다가 갑오(甲午)년을 맞이하여 제2의 구한말을 연상시키는 상황도 그 배경이 될 수 있겠다. 민족분단 70년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통일을 통해 19세기 시대적 과제인 근대민족국가건설을 뒤늦게라도 이룩해야 할 뿐 아니라 21세기 우리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열방의 기대에 부응해야 함을 생각해야 한다.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1. 장성택사태 전말 : 전격 숙청사형 

김일성 사위이자, 김정일 매제이고, 김정은 고모부인 장성택은 왜 전격 숙청, 처형되었는가? 유일지배체제에 대한 장성택의 불경적 도전에 대한 김정은의 숙청 주도설, 정치적 권력투쟁과정에서 장성택 세력으로부터 제압당했던 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합작에 의한 체포설, 경제적 이권투쟁과정에서 외화벌이사업을 장성택세력에게 빼앗긴 군부세력의 반격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연계되어 공통의 적인 장성택을 처형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식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장성택이 12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출당제명되었다는 점과 12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집행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장성택의 죄를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로 규정했다. 죄목은 3가지 제시됐다. 정치적으로 유일적 영도체계 저해김정은의 권력에 도전했고, 경제적으로 내각 경제사업 지장경제난의 주범이며, 사회적으로 부패 타락한 생활방탕 패륜의 파렴치범이라는 것이다. 이에 특별군사재판소는 국가전복음모행위죄로 사형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 권력 2인자도 반항은 커녕 힘 한번 못쓰고 즉결처분되는 나라임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2. 김정은정권의 안정성 : 단기 안정, 중장기 불확실 

앞으로 김정은정권은 어떻게 될까? 일부 신문과 정치인들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초해 붕괴가 이미 시작되었고, 2015년 통일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과장된 주장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김정일정권의 유일독재적 성격은 더욱 강화되고, 북한체제는 외양상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찍과 당근으로 고위층과 주민들을 결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선전선동활동과 더불어 장성택계열에 대한 숙청작업을 대대적으로 그러나 은밀히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들이 갖고 있던 경제적 이권과 정치적 지위를 다른 세력과 인물들에게 제공하면서 충성심을 회유할 것이다. 북한 전역에 피바람이 부는 가운데, 북한주민들은 숨죽이며 바짝 엎드려 사태전개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은정권은 불확실성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포정치로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김정은정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4가지(정통성,유효성,통제성,연대성)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일체제의 정당성 확보, 경제난의 해결, 주민 통제와 장악, 정치경제적 지원확보를 위한 원만한 대외관계 조성이다. 이 가운데 김정일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문제는 경제난과 대외관계다. 공포정치는 대외관계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경제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김정일 사망 ‘3년상추도를 언급하고 있는 북한은 3주기가 되는 금년 12월까지 대내체제결속에 몰두하고, 대외관계개선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대중/대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에 실패할 경우, 내부 불만은 가중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김정은정권의 장래와 북한체제의 장래를 구분해서 보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겉으로는 미국과의 세계패권경쟁과 일본과의 동아시아주도권충돌과정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기 위해 계속 대북관계를 중요시할 것이다. 그러나 친중파 장성택을 제거하고 북중경제협력 추진과정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지속적인 핵무기개발로 6자회담을 지연하고 있는 김정은정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본격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북한문제가 국제적 흥정물이 되서는 안된다. 2 구한말 사태가 재연되서는 안된다.

 

3. 남북통일 전망 : 준비 미흡 

김정일 사망(2011.12.17) 이후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있었다. 하나는 조기 통일론이다. 미국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2010. 2. 16)는 김정일 사후 북한정권이 급히 붕괴하여 남북이 통일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최근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장성택처형 이후 북한정세를 분석하며 급변사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2013.12.20)하는 대신, 북한의 도발과 추가 핵실험에 대비할 것을 강조하였다. 다른 하나는 장기 통일론이다. 러시아 국책연구기관 IMEMO2020년대 후반 남북한이 실질적 통일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2011.9). 김정일 퇴진 이후 개방파’(관료집단)수구파’(군부·보안집단) 주도권 다툼에서 전자가 승리할 것이며, 최대 100만 명에 달하는 김일성체제 지지자들이 중국과 러시아로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쪽으로 진행되든, 점진·단계적 통일 준비와 급변사태 대비 모두 소홀함이 없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면 언제 통일될 수 있을까? 혹자는 김정은정권이 붕괴되면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서독이 동독을 편입(흡수)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독붕괴보다 그 배후 종주국이었던 소련의 붕괴가 더 근본적 이유가 된다. 그런데 북한 배후에 있는 중국은 약화되는 흐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G-2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의 유일 동맹국가이다. 최근 한미고위당국자간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회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2014.1.9)가 나오자, 중국은 백두산부근에서 10만 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군사훈련(1.13)을 진행하였다. 이 훈련의 함의가 무엇이겠는가? 친중파 장성택을 처형한 북한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중국의 동의가 없는 한미 중심의 한반도 정세변화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민족문제이나, 주변4국의 국익이 걸려있는 국제문제임도 거듭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평화를 유지하며, 통일을 맞이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려면 환경·능력·의지 3가지가 구비되어야 한다. 현재 3가지 모두 다 미흡한 상태다. 국제환경과 관련, 해양세력 미·일과 대륙세력 중·러 대립구도 속에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의 패권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주변4국은 외교수사학적으로만 지지할 뿐 실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남북정상의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냉기류 상황 속에 있다. 우리 또한 이념대립과 지역·세대·계층갈등이 겹쳐져 국민불화가 심각한 상황 가운데 통일비용 부담감과 북한 혐오감 등으로 인해 통일에 대해 부정적 태도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4.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교회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우리 민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향후 10년 사이에 한반도를 완전히 풍비박산 낼 만한 절대폭풍(북한위기안보위기경제위기)이 다가오고 있음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목회와신학, 20136월호 절대폭풍의 도래졸고 참조) 절대폭풍을 피하고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한반도 통일문제가 국제적 흥정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통일문제, 이렇게 보고 풀자. 첫째, 외눈이 아니라 두 눈으로 보고 풀자. 한반도분단과 통일문제는 남북한이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민족문제이자, 주변 4국의 국가이익이 걸려있는 국제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내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미국 및 중국 등 국제정세도 함께 보고 풀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들은 한편으로 치우쳐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둘째, 조급함이 아니라 올바름으로 풀자.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하는 것은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급변사태 가능성만 과장하고 평화통일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것은 잘못된 노력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셋째, 정치경제제도적 통일 준비와 더불어 사회문화가치적 통합 준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영역에서 말씀에 기초해 남북한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복음통일을 맞이하자. 첫째, 평화통일 의지를 함양하기 위해 통일선교아카데미를 개최하자. 사분오열된 우리사회를 복음으로 치유하기 위해 교회가 노력하자. 거대담론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 하나님나라에 기초한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 조롱과 멸시를 넘은 상생적 태도를 교인들이 가질 수 있도록 설교하고, 연민적 눈물만 지나치게 유도하거나 극단적 분노만 촉발시키는 감정적 대북접근을 자제케 하자. 나아가 21세기 세계선도국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케 하자.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태평양시대 중심국가로 일어날 통일한국이 어떤 국가적 정체성을 갖고 세계사에 기여할 것인지를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과거 패권국가들과 같은 Pax Koreana가 아닌 새로운 선도국가로서의 New Peace Koreana 시대를 열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속 한국역할이 한국인의 생각보다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음을 많은 해외석학들이 강조하고 있다.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 후후발 추격국가에서 새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도국가로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둘째, 평화통일능력을 키우기 위해 흡수통일아닌 변혁(Transform)통일을 추구하자. 통일한국은 자유평등정의사랑평화가 구현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런 나라는 남한체제 확산론이나 남북한체제 수렴론을 넘어, 남북한체제 변혁론적 접근으로만 가능하다. 상대방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 우리 사회에서부터 이상적 통일한국을 먼저 실현하도록 노력하자. 남한을 희망의 등대로 만들자. 박근혜정부의 경우, 접촉을 통한 변화를 통해 서독중심의 통일을 이뤄낸 브란트식 대북정책(햇볕정책,평화번영정책)과 경쟁을 통한 변화를 통해 소련의 붕괴를 이끌어낸 레이건식 대북정책(상생공영정책)의 한계를 극복한 제3의 정책인 한국식 변혁적 대북정책을 적극 수립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가정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 말씀에 기초한 영역선교를 이제 활발히 준비해야 할 때다. 개교회로는 어렵다. 연합해서 일어나야 한다. 

셋째, 평화통일환경조성을 위해 평화의 사도(Peace Maker)로서 균형십자외교와 평화목자외교를 전개하자. 균형십자외교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접점에 있는 한반도가 미러 주변 4국 모두와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평화번영 지대가 되도록 하는 외교를 뜻한다. 평화목자외교는 국가간 패권쟁탈을 초월하여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외교이다. 핵무기개발을 통해 전투력을 키워가는 독사북한과 4마리 맹수인 러시아, ‘사자중국, ‘악어일본, ‘독수리미국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이 살 길은 목자로 발전해서 맹수들의 전쟁을 끝내고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뒹구는 세계’(11:6; 65:25)를 이뤄가는 데 있다. 북한의 공산화 통일전략과 주변 4국의 대한반도 영향력확대경쟁 외교의 각축 속에서 우리는 복음적 평화로 남북한 관계 개선과 동아시아 평화를 끊임없이 구축하여 평화통일을 이뤄나가자. 이를 위해 동아시아 선교 강화와 국제평화회의 개최를 통해 미국의 재복음화와 중국의 복음화 그리고 쓰나미 이후 좌절하고 있는 일본선교와 러시아선교를 적극 추진하여 동아시아 복음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자.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힘을 기울여 복음적 평화통일 기도운동을 확산시키자. 박근혜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분단 70이 다가오고 있음을 언급했다. 김정은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조선노동당 창건 70돌을 잘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바로 2015년이 우리민족이 분단포로로 잡힌 지 70년 되는 해다. 2015815일 평양에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남·북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세계선교를 위해 참여하는 대성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기도하자.  

복음으로 우리사회를 먼저 건강하게 만들고, 주변4국 국제사회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계속 구축하며 글로벌 섬김이(New Peace Korean) 소양을 지속적으로 키울 때, 북한의 변화 속도에 대해 낙심하지 않고 꾸준히 신뢰조성 노력을 병행할 때, 복음통일의 서광이 비춰질 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다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우리의 진실함과 꾸준함만이 그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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