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있는 공동체, 희망 있다

고신대학교가 행복기숙사를 건축하기로 한 문제를 두고 대학에서 중요보직을 맡았던 분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되었고, 신임 전총장이 그 타당성을 상세히 설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임 있는 총장으로서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와 함께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일을 이미 퇴직한 분이 소상하게 살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흔히 자기가 근무하던 기관에서 은퇴하고 나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법인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샅샅이 조사하여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하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교회 담임목사는 소위 주의 종이라고 불리는 목사이면서도 남의 설교를 모아 팔아 돈을 벌려했다는 기막힌 소식이 들리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어쨌거나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거기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은 그 공동체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단 긍정적이다.

 

문제의 핵심

지금 고신대학교가 200억원이 넘는 기숙사를 지을 때가 아니라는 문제제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아무리 대학당국과 이사회가 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임 총장은 특히 대학입학 가능 학생 수의 연도별 변화를 면밀히 따져보고 건축여부를 다시 재고해야 한다는 점은 문제 제기자의 강조점이다. 그러나 신임총장은 이미 결정과정을 모두 거쳤고 현재의 기숙사가 너무 낡아 당장 건축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김 전() 사무처장은 30년간 부채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리면, 그 돈을 갚기 위해서는 매년 18억원 이상, 56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 것이냐고 묻고 있다. 물론 총장은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한다. 총장이 직접 계산해 보거나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자들이 가능하다고 대답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토목공사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건축을 위한 대지 400평을 얻기 위하여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 무엇보다 총장은 4, 다른 보직교수들의 임기는 2년인데, 과연 30년간의 부채정리를 누가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말한다. 결국 교단이 부채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는 타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당국자들은 기숙사가 급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영도까지 오게 하기 위해서는 기숙사 건축이 필수적이다. 그렇잖아도 학생수가 줄어든다하고 대학들이 폐교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 길을 피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고신대학교에 현재 기숙사가 없어서라고 한다든지, 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드는 이유가 기숙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학교는 10년 후의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200억원이 넘는 빚을 질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의 방안을 강구하여 학교가 살아남을 방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그런 시점에 200억원의 빚을 오히려 지겠다는 것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교단 내에 대학을 바라보는 한 편의 시선은 냉정하다. 복음병원 부도로 200억원 이상의 돈을 구해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교단의 인사들은 더 이상 부설 기관들로 말미암아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의 본질이 위협당하는 일에 학원이 원인제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져왔다. 교회의 일차적 임무는 복음전파이므로 교회의 학교인 신학대학원 운영까지는 몰라도 대학이나 병원이 교회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서는 아직 그런 공감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학원을 처분해서라도 교회의 복음전파에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의견이 강하다. 이런 논쟁점에 대한 것은 차제하고서라도 업자와의 계약시에 금융권 보증을 서는 것과 매학기 입사률 80% 미만시에는 손실을 보전한다는 점은 사립학교법을위반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김 전 처장은 지적한다.

 

이사회 권한의 한계를 설정하라

여기서 다시 기숙사 건립 문제를 살펴볼 때, 그러한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물론 신임총장의 주장처럼 법적인 절차야 하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교무위원회, 이사회를 거졌으니 외견상 법적 절차적 정당성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학은 교단의 직영대학이다. 물론 이사를 총회가 선출하여 경영을 위임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사들도 겨우 4년간의 임기를 채우면 아무 상관이 없이 되는 사람들이다. 현재나 과거의 이사들이 대학이나 병원, 신대원을 위하여 특별히 자신의 재산을 내 놓거나 한 적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전혀 책임을 질 구조도 상황도 아니다. 이전에는 해마다 천만원씩 이사회비를 내는 제도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정도의 헌신도 없다. 그러면서 개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각기 독자적으로 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일들을 교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물어야 한다.

현재의 고려학원 이사회는 가진 재산이 없다. 실제적으로 이사들이 대학경영에 재정적으로 이바지하는 바가 없다. 그러면서 대학이 211억원이나 되는 금액을 대출받도록 허락하는 것이 과연 이사들에게 주어진 권한에 속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고신 총회가 이사들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한 적이 있는가? 시중 은행들도 작은 지점이 대출을 허락할 수 있는 금액과 지역 본부가 재량을 가진 액수에 제한이 있다. 큰 금액은 반드시 중앙본부의 심사와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200억원이 넘는 돈을 대학이 갖지도 않았고 실제로 제대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그냥 허락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부채상환에 실패하는 순간에 이르면 대출을 승인한 이사들이 전 재산을 털어 갚도록 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참에 총회는 고려학원 이사회에 법인이나 대학, 병원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게 될 때,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적어도 50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을 때에는 총회의 허락을, 50억 이하일 때는 운영위원회의라도 모이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0년 동안 갚아야 하는 거액의 대출을 11명의 이사들에게만 그 권한을 맡겨놓을 때, 향후에 감당키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교단은 대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김전 총장의 '이 일에 대하여 취소해도 어떤 페널티도 없다'고 한 댓글에서 이는 대학당국의 기획이 아니라는 강한 인상을 받는다. 누군가가 다른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아직 시작하기 전에 총회 임원회는 긴급하게 이 문제를 다루어 총회 전체의 공감을 얻도록 하는 지혜로운 절차를 밟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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