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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훈 목사살림교회담임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위기 대처 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 뼈아픈 일로 기록될 것이다. 승객들을 탈출시킬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몸 빠져나오기 바빴던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나 평소에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해운회사뿐만 아니라 침몰 후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 등 이번 사건 관계자들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사건을 둘러싼 책임자들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배의 침몰과 관계된 사람들을 성토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주변을 살펴야 한다. 특히나 교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 안전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고 수많은 수련회가 열릴 것이다. 필자도 많은 수련회에 다녀보고 직접 운영도 해보았지만 수련회 안전문제는 소홀하기 십상이다. 경험적으로 수련회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사고가 별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도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한 번 터지고 나니 그 피해와 상처가 어마어마한 것을 보게 된다. 

특히나 수 백에서 수 천 명이 참석하는 청소년 수련회는 더욱 조심스럽다. 예를 들어 대형집회장이나 숙소에서 불이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며, 학생들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가? 이런 위급 사태 시에 매뉴얼을 가지고 실제로 연습까지 해 보는 사례는 거의 없는 줄로 안다. 행사 진행요원들도 건물 내에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주최측에서는 행사 진행에만 신경이 집중되어서 안전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쉽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모두가 둔감했기 때문에 넘어갔던 일이나 지금 온 국민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일각에서는 안전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수련회나 수학여행도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교회나 선교단체에서는 더욱 각별히 안전문제를 챙기지 않을 수 없다. 

대형 집회뿐만 아니라 각 교회에서도 이번 기회에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사고가 나면 담임목사는 모든 걸 뒤집어쓰게 되어있다.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교회 내 소화기가 어디 있는가? 소화기 분말은 언제 교환했는가? 비상구 유도등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소방시설은 문제가 없는가?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만 만일 주일 예배 때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왕좌왕하다가는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적어도 교역자들과 중직자들은 파트별로 나누어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여름철은 아무래도 교인들이 물가로 나갈 기회가 많으니 수상안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고, 겨울철은 눈이나 화재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모두가 안전에 대해 민감해져 있다. 이 시기에 교회가 안전에 대해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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