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사 고시 제도의 변화와 사건의 전말

고신교회의 강도사 고시를 신학대학원이 주관하다가 총회 신학위원회 주관으로 바뀐 지 겨우 3년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 사고가 생기고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강도사 제도를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금년 3월에 시행된 강도사 고시에 30여명의 후보생들이 최종 탈락 하였다. 그런데 그중 군목 후보생 한 명과 강도사 재고시생 한 명이 뒤늦게 구제를 받았는데 이는 신학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교수가 점수를 조정함으로 인하였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목사가 되는 필수 과정인 강도사 고시가 정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사태다. 지금 고신대에서는 재산 처리 문제로 왈가왈부 하고 있는 판에 이런 일까지 발생하면 교회의 신뢰성에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으니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강도사 고시에서 탈락한 목사 후보생들이 수십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한두 명에게만 점수 조정 등의 특혜가 주어졌다는 것은 정직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교회의 행정 처리상 있을 수 없는 일로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신교회는 또 한 번 수치를 당하게 될 전망이다.

 

44년 전의 총회 결정

군목후보생의 강도사 고시 불합격 문제는 이미 지금부터 44년 전인 1970년 제20회 총회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당시에 고신 교회는 일견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결정을 하면서까지 강도사 고시의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20회 총회의 결정을 보자.

군목지원자는 강도사고시를 별도로 취급할 수 있고(실시할 수 있고) 전 과목이 합격하지 않아도 목사 고시하여 안수 파송할 수 있게 한다.”

군목을 파송하기 시작한지 몇 해 되지 않았지만 벌써 강도사 고시에 불합격하는 군목후보생이 생겨났던 것으로 보이고, 군목은 반드시 파송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강도사 고시에 완전 합격하지 않더라도 목사 고시에는 응할 수 있게 하는 비상조치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강도사 고시에 불합격한 사람을 목사 고시에 응하게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목사 안수 과정의 절차는 절차대로 인정하면서 또한 상황은 상황대로 받아들이는 이중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한 총회는 또 다른 모순점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여 다음 해인 21회 총회(1971)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군목으로 안수 받은 자로서 강도사 전 과목에 합격하지 못했으면 어디서나 축도는 할 수 있으되 전 과목 합격하기까지 일반 교회 시무는 하지 못한다.

강도사 고시 불합격한 군목이 축도는 할 수 있으나 혹시라도 일반 민간인 교회 목회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상당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총회는 일반 민간인 목회와 군인목회를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완전히 분리시킨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목사는 어디가나 목사이고 목사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결정은 군인들을 위한 목사는 조금 자격이 미치지 못해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된다. 마치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 셈이다. 군인교회 성도들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았다면 엄청난 저항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다른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었다. 총회의 결정은 지금도 유효한 규정이다.

그러니까 굳이 강도사 고시에 불합격한 사람을 억지로 합격생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목사 고시에 합격하면 군목으로 파송 받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며, 다음 해에 강도사 고시를 치러 합격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특정인만 성적을 조정하여 강도사 고시 합격생으로 만든 것은 정직하지 못한 억지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일은 고신교회 안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한 사람을 위하여 총회의 절차를 왜곡하는 것은 엄중한 제재를 받아야 하는 일이다. 총회 임원회는 지금이라도 사실을 살펴 주관부처인 신학위원회에 시정하도록 통보하고 해당자를 적절히 징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학위원회는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낙방한 고시생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분명한 특혜로 밖에 보이지 않는 불공평이다. 점수를 일률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아니고 모든 낙방생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하여 재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도사 고시의 방향

차제에 우리는 강도사 고시를 총회가 주관하는 상황에서 과연 3년의 목회학 신학과정을 마친 목사후보생들에게 또다시 암기력 테스트에 가까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고신 총회는 197626회 총회에서 강도사 고시를 폐지하고 신대원에서 실시하는 졸업종합시험으로 강도사 고시를 대체하도록 가결 하였다. 강도사라는 직명까지 없앴다. 27회 총회 때 노회 수의를 거쳐 공포함으로써 시행에 들어갔다. 아마도 강도사 고시를 치르면서 나타나는 폐해들이 심각하여 내린 결정일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강도사 고시는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괘씸죄에 걸리지 않아야 함격한다는 말들이 돌아다녔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설교 점수 59점을 받아 그 한 과목 때문에 불합격한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늘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198333회 총회에서 강도사라는 명칭은 부활시키기로 하였다. 199545회 총회 때 강도사 고시 부활안이 제기되었으나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57회 총회 때에 당시 총회장으로 선출되는 김성천 목사가 소속된 서부산노회가 제안하여 강도사 고시 부활이 결정되었고 58회 때에 구체적인 방안을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강도사 고시 제도의 역사적 변화과정에 대한 검토나 현재의 제도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짐작건데 한 사람의 과도한 주장에 눌려 그냥 쉽게 통과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본래 2010학년도 졸업생부터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헌법 개정이 미루어지는 바람에 2011학년도 졸업생(20122월 졸업생)부터 총회 주관의 강도사 제도가 마침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강도사 고시 총회 주관을 최종결정하던 바로 그 해에 김해노회는 강도사 고시제도를 환원하자는 건의안을 내 놓았다. 강도사 고시제도를 변경하기도 전에 이미 다시 나타날 폐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강도사 고시의 부활이후 학생들의 고통이 배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2월에 졸업한 학생들이 3월에 다시 강도사 고시를 치러야 하니, 졸업 후에 풀타임으로 일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험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강도사 고시는 문자 그대로 강도의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신학교를 졸업하면 풀타임 사역자로 설교하는 일을 맡아야 함으로 신학교를 나설 때 강도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강도사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 맞다. 졸업종합시험까지 치러 신학적 자격을 확인한 목사후보생들을 목회자로 구성된 신학위원들이 목회적 소양과 자질을 점검하여 최종적으로 강도사의 자격을 주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굳이 졸업 후에 다시 같은 내용의 시험을 반복해서 치도록 하는 것은 암기의 부담만 줄뿐 아무런 실제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합동측처럼 목사후보생들을 과다 배출한 다음 강도사 고시에서 탈락을 시켜 수요 공급을 맞추어야할 형편도 아닌 우리로서는 이러한 이중적인 시험과정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고신교회의 모든 제도는 형식논리를 따르기 보다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하나님 중심의 제도로 발전 되어가야 한다. 바뀐 강도사 고시 제도로 과연 목사후보생이 새롭게 얻는 유익은 무엇이며, 우리 교회가 얻게 되는 또 다른 유익은 무엇인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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