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굉호 목사 남천교회 담임

지난 417일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세월호의 구조율은 37.8%1912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생존율은 32%로 보다 고작 5%포인트 높다승객 475명 중 179명이 탈출한 세월호의 구조율은100년 전 (북대서양 망망대해에서 침몰한타이태닉호 2224명 중 710명이 구조된 타이태닉호의 생존율과 같은 수준이라는 데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선진국을 바라다보고 있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능한 대한민국’,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한탄과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참사가 전형적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선 네티즌 수백만 명이 "두 시간 동안 가라앉는 배만 쳐다보다 아이들을 잃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며 분노와 좌절을 쏟아냈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겪고도 '인재'를 반복하는 우리에겐 답이 없다’ ‘사고 공화국이었던 1990년대로 시계가 되돌아갔다’ ‘우리나라는 이런 참사를 겪으면 그때그때 수습에만 급급할 뿐어떠한 교훈도 간직하지 않는다경제적으론 좀 성장했을지 몰라도사회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대부분의 실종자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라는 데 있다진도실내체육관에 있는 실종 가족들이 호소문에 "국민 여러분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까?"라며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다시한번 부탁드린다도와 달라"는 피맺힌 절규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1993년 292명을 희생시킨 서해 훼리호 사고 이후 그런 후진국형 사고는 다시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조선업이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하는 이 시기에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났으니 배 만드는 기술은 1등일지 몰라도 운영하는 수준은 다시 19세기에 돌아가거나 머물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17일 오전사고 당시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을 한 뒤 승무원들과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은 젖은 지폐를 말리며 "나는 승무원이다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든 국민들의 규탄이 쏟아져 나왔다.

"임진왜란 때는 왕이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고, 6·25 때는 전쟁 지도부가 한강 다리를 끊고 도망가고이번엔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내뺐다"고 했다이러한 가운데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선장,항해사선박 설계자 등 책임자들이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를 돕다가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이 새삼 화제에 올랐다.

"이것이 바로 1912년 영국과 2014년 한국의 국격 차이" "위정자들이 늘 노래하던 '국격'의 실체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자조가 쏟아졌다국제 여객선은 국제기구에서 한 달에 두세 번 비상훈련 점검을 하고 이 훈련에 응하지 않으면 아예 운항을 못하게 한다.

국내 여객선도 법에는 10일에 한 번 비상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그러나 감독기관인 해수부와 해양경찰청이 제대로 감독을 안 하고선사(船社)들이 감독에 불응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세월호의 구명벌(천막처럼 퍼지는 구명보트)은 46개 가운데 1개만 펴졌고구명조끼도 270개로 승객 수보다 적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배가 올해 2월 선박 정기 검사를 버젓이 통과했다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검사 통과에 비리는 없었는지 의심스럽다. 1분 1초가 안타까운데 어제 기상 악화로 실종자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어 국민을 더욱 비통하게 만들고 있다.

하드웨어는 발전했으나 이를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과 국민의식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꿈 많은 우리의 꽃다운 자녀들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한 이 사실에 온 나라가 통곡을 하고 속속 드러나는 사고원인과 구조진행을 보면서 모든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우리 모두 기적적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위해서 구조대원의 분발과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슬픔 속에 있는 가족을 위해서 기도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성경은 말씀한다.  12:15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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