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WCC부산총회를 앞두고 보수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 사이에 나타난 갈등이 다시 재현될 전망이다. NCCK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단체가 한국교회에 대대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천주교는 기독교가 아닙니다.” “영향력 있는 교회들과 대형집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반(anti)천주교 정서입니다.” “반대시위, 존중과 배려의 차원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WCC 신앙과 직제위원회’ 모델을 따라 ‘신앙의 공통점’ 찾기

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2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이하 한국신앙과직제)를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발을 알렸다.

한국신앙과직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 한국 개신교와 천주교가 ‘차이’에 초점을 두고 분열해 왔던 과거를 딛고 ‘신앙의 공통점’을 찾아 복음 전도와 선교를 함께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이래 동방교회인 정교회(이미 NCCK에 가입)와 서방교회인 가톨릭 그리고 종교개혁을 통한 개신교가 공식적 기구를 결성해 일치 및 선교 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1967년 처음으로 교회일치 기도주간을 함께 지키면서 일치운동을 시작해 그 동안 일치 포럼, 신학 대화, 신학생 교류 등 공교회 차원의 교류를 지속해 왔다. 한국신앙과직제 창립은 이러한 일치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다짐의 선언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앙과직제는 “선교현장에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 배타적 무관심과 상호비방을 중지하고, 분열의 책임을 서로 느끼며 내적 회심과 영적 대화를 통한 일치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문구를 정관에 명시했다.

한국신앙과직제는 2년 임기의 운영위원을 두고 '가깝게 사귀기', '함께 공부하기' ,'함께 행동하기', '함께 기도하기' 등의 사업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재건과 신앙적 친교를 도모하는 사업 수행을 해 나갈 예정이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이단적인 가톨릭에 넘기려는 것”

한편, 한국신앙과직제 창립총회가 열린 성공회 서울대성당 앞에서는 최근 결성된 ‘WCC 반대운동연대/로마가톨릭·교황정체알리기운동연대’(조직위원장 송춘길 목사) 등이 창립총회를 반대하는 시위를 창립총회 전부터 벌였다.

이들은 ‘혼합주의 천주교와 일치 NO’ ‘바로 알자 가톨릭’ ‘한국 신앙과 직제 반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신앙과 직제협(한국신앙과직제)의 창립은 한국교회 뿐 아니라 세계교회의 치욕이다” “일치를 명목으로 종교개혁의 역사를 무너뜨리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송춘길 목사는 “한국교회와 십자가의 도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한국신앙과직제 창립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이단적이고 비성경적인 가톨릭에 넘기려는 것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기독교가 아닌 가톨릭과 하나 되는 ‘일치’를 모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신앙과 직제협(한국신앙과직제)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한국교회에 알릴 것”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톨릭의 정체성들을 파헤친 ‘흑백보다 더 다른 기독교와 가톨릭’이라는 제목의 책자 22만부를 전국 교회에 배포했다”면서 “영향력 있는 교회들과 연대해 대형집회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NCCK 김영주 총무는 창립총회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지나친 반(反) 천주교 정서”라며 열린 마음을 가져 줄 것을 요청했고, 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는 신앙을 수호하려는 열정은 이해하나 존중과 배려의 차원에서 아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뉴스앤넷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