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주 목사 주님의교회담임

한국축구의 마지막 평가전을 보면서 실망한 국민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마지막 평가전이니까 기대감을 가지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으나 결과는 대실망이었습니다. 상대팀이 지난 번 월드컵 때 8강까지 올랐던 강팀이라고 해도 너무 속절없이 지는 경기였기에 시청한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라고 말하는데 더욱 화가 났습니다. 월드컵 첫 경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마지막으로 전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허무한 패배라니!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2002년 우리를 즐겁게 했던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 월드컵 1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를 때 체코와 프랑스에 연이어 5대0으로 져서 감독의 별명은 오대영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약속대로 국가대표팀은 점점 강해졌고 월드컵을 앞 둔 시점의 평가전에서는 스코틀랜드에게 4대0으로 이기는 쾌거를 거둡니다. 당시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고 선수들의 사기도 드높았습니다. 물론 한일월드컵은 홈구장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경기들이었고 심판들도 우리 대표팀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패기와 투지는 굉장했습니다. 선수들의 구성면에서 보면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변변하게 없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선수는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폴란드를 첫 경기에서 이기고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평가전은 너무 느리고 움직이지 않았으며 서로의 호흡도 맞지 않고 수비 뿐 아니라 중원, 공격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전력을 숨기려고 한다 해도 믿어지지 않는 모습들뿐이라서 이번 월드컵은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 구성면으로 보면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선진 축구를 경험한 사람도 많습니다. 선수들의 나이도 상당히 젊어졌습니다. 특히 올림픽 동메달을 딴 경험도 가지고 있고 그 때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감독도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이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고 봅니다. 지도력의 문제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감독이라 믿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올림픽은 23세 이하가 주축이며 3명의 와일드카드를 넣을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올림픽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2진급 선수들이 출전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지도력의 공정한 평가를 줄 수는 없습니다. 실제 선수들의 기량은 향상되었습니다. 반면 지도력은 조금의 발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선진 축구를 경험한 선수라 하더라도 다 지도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도력은 선수시절과 마찬가지로 훈련되고 경험되어져야만 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 4강에 들었던 히딩크의 지도력은 하루아침에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은 많은 향상을 가져왔지만 한국축구의 지도력은 세계문턱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이를 위해 지도자를 전략적으로 키워내는 미래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이름 있는 스타선수를 부러워하고 그런 선수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지도력은 훨씬 중요합니다. 지도력은 개인의 기량을 극대화시키고, 사기를 고취시키며 분명한 목적과 비전을 줄 수 있기에 좋은 지도자를 키워내는 일에 시급히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평신도를 만들어 내는 일 못지않게 좋은 지도자를 키워내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도력은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비록 평가전이 우리를 실망시켰어도 그래도 한국축구의 월드컵을 기대합니다. 더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한국교회의 미래도 기대합니다. 한국축구 화이팅! 한국교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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