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우 목사 부민교회담임

1989년 제가 우리 교회의 후원으로 미국의 유학을 갔을 때 여러가지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통질서를 지키는 모습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멈춤(Stop) 표식이었습니다. 저는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갔고, 가자마자 중고차를 샀기 때문에 현지 면허증을 따기 전에 운전을 했습니다. 한번은 신호등이 없는 주택가의 사거리를 지나려고 하는데, 사거리에서 제 오른편 길에 차가 한대 서 있었습니다. 저는 차가 멈춰서있기에 우리나라에서 하던 대로 사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얼른 먼저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거리에는 멈춤 표식이 있었고 그 차는 멈춰서 제가 멈추기를 기다렸던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멈춤 표식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일단 멈추고 그 다음 다른 편에서 오는 차가 와서 멈추면 먼저 멈추었던 차가 가는 것이 철칙이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제가 먼저 갔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 입니까?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 다음 제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거리에서 푸른 신호등에도 차가 가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우리는 사거리에서 푸른 신호등이 들어오면 차들이 정체되어 있을 경우도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는 진입을 합니다. 결국 나중에 진입한 차들은 사거리 중앙에 멈추게 되고, 다른 편에서 오는 차의 진행을 막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푸른 신호등이 들어와도 앞의 차들이 정체되어 있고, 그래서 내가 진입했다가 신호등이 바뀌면 내 차가 다른 편에서 오는 차들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일체 진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푸른 신호등인데도 가지 않는 모습이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였는데 마침 신호등이 고장이 났고 사거리를 중심으로 네 개의 길이 전부 약 100m 정도차가 밀려 있었습니다. 교통 정리하는 사람도 없는데, 정확하게 차가 차례대로 한대씩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길에서 한 대가 가면 그 다음 길에서 한 대가 가고, 한 한도 두 대가 가지 않았습니다.정확하게 돌아가면서 한대씩 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했고,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들추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면서 자꾸만 이 문화적 충격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잘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제가 말한 미국의 교통질서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모두의 현주소라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맨얼굴 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그에 걸맞는 의식의 성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모여서 일어난 사건이 세월호 참사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부의 사람들이 바뀐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 참사를 내 탓의라고 생각하고 내가 좀 더 수준 있는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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