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경제윤리 다시 세우자―(상) 혼탁한 세상, 혼란한 크리스천] 물질만능세태 속 기독교 富 관점

최근 증시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직장인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화 됐고, 주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농부들마저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돈에 대한 욕망과 질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지배하는 최대의 동력이 된 지 오래다. 돈에 대한 욕망을 얼마만큼, 어떻게 충족시키고, 어느 선에서 제어해야 할 지 문제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크리스천에게는 커다란 고민이다.

'성경으로 돌아가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성경 가르침을 복잡다단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 관행에 맞서 싸우는 의로운 크리스천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기관과 사회단체들을 3회에 걸쳐 다룬다.

#1.재테크를 위해 2년 전부터 부동산 경매에 뛰어든 김모(40·여·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씨는 요즘 그만둘지 심각히 고민중이다. 그는 경매도 분양과 같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문제는 낙찰 후였다. 대부분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이 세입자들의 피땀어린 돈이 얽혀 있고 낙찰받은 부동산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세입자들의 피눈물을 봐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거의 돈을 날려버린 세입자들을 길거리로 내쫓는 짓을 해야하는지 심각한 회의가 생긴다고 그는 털어놨다.

#2.서울 강남 모 교회에 출석하는 여모(44·서울 방배동)씨는 최근 신앙간증을 들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간증자가 털어놓은 성공의 비밀은 개발차익을 노리고 용인 등지에 땅을 미리 사놓은 것이었다. 간증자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겠느냐”며 감격해 했지만 여씨는 착잡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것이 분명한데 이를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하니 혼란스러웠다”며 “목사님이나 신자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탁한 세상에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나. 크리스천들은 혼란스럽다. 크리스천 재정관리 전문가 신상래 목사는 “돈 문제로 상담하는 교인의 50%는 십일조, 나머지 30%가량은 성경 가르침과 다른 사회 관행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 목사는 “청부론과 청빈론 논쟁에서 보듯 목회자들 사이에도 재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 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 현실에서 평신도들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정당화하기엔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 풍조가 너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기독교학자들은 크리스천이라면 최소한 불법적이고 불의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다. 불법이 안된다는 것은 그나마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불의’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너무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할 때 그 양상과 해석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또 현실적으로 리베이트, 향응 등이 관행이 된 현실에서 엄격한 잣대를 지키다보면 크리스천만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항변도 나온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병연 교수는 “자본주의 경제에는 의로운 경제행위, 불의한 행위로 칼로 자르듯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크리스천이라면 신앙의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내에서 행동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회전체가 거부감을 가지는 행위라면 이를 통해 나오는 이익을 포기해 덕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인의 각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회도 일반인들의 생활에 뛰어들어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성토모) 박창수 사무국장은 일반 사회는 물론 교회도 돈을 ‘얼마나’ 벌었나에서 ‘어떻게’ 벌었나로 부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을 버는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않다면 부 자체도 의미가 없다는 점을 크리스천과 교회가 앞장서 우리 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국장은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어떻든 거주목적 이외의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행위는 자신의 이득이 이웃의 고통으로 나타날 수 있고, 불로소득을 얻으려 한다는 점에서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국민일보제공)

배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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