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피아의 죽음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담임

가족들을 초청해 놓고 누가 올 것인지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는 이 주간에 또 두 건의 죽음의 소식이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의 죽음이 아닌데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죽음입니다. 지난 5일 토요일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소위 '철피아(철도+마피아)'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74일 새벽에 그는 한강에서 뛰어 내렸고, 철도 자재 남품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뭉텅이 돈들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건네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핵심인물이 죽어버렸으니 수사가 제대로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의 죽음으로 몇 사람은 목숨을 건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대통령의 죽음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특히 공공기관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하는 강력한 범죄 조직인 마피아 같은 존재가 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그 척결을 주창한 관피아’(관료+ 마피아)가 언급된 이후 온갖 종류의 유사 마피아가 기생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들추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해피아가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이전의 재무관료들을 일컫는 모피아, 교육부 퇴직관료인 교피아, 법무부 출신의 법피아 등 온갖 종류의 고위관료들이 퇴직 후에도 우리 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피아들은 곧바로 온갖 부정과 부패가 행해지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세상에 널리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관직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퇴직 후에도 활용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런 시스템이 왜곡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직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자살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 문제가 아니라 부패한 우리 사회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어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피아들이 곳곳에서 마피아 노릇을 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있음을 봅니다.

퓌러 목사의 죽음
그런데 전혀 다른 종류의 죽음 소식을 그 이틀 전 국민일보를 통하여 듣게 되었습니다. 73일자 국민일보는 독일 통일 불씨 지핀 퓌러 목사 소천이라는 기사를 내 보냈습니다.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된 평화기도회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안 퓌러 목사가 지난달 30(현지시간)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습니다. 퓌러 목사는 19829월부터 매주 월요일 옛 동독의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평화기도회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점차 늘어났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서 공산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쳤습니다. 이는 19897, 50만명이 참가한 동독 월요시위로 이어졌고 동독의 독재자 에리히 호네커가 이에 굴복해 물러났습니다. 그해 119일에는 마침내 베를린장벽마저 무너뜨렸습니다.

퓌러 목사는 “‘월요 시위는 독일 역사상 폭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한 혁명이었다이것은 곧 교회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이 되는 금년에 독일 국민 대상(German National Prize)’을 수상했습니다. 지난달 16일 베를린에서 시상식이 열렸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유가족에 보낸 추모 편지에서 퓌러 목사는 기도회와 시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회고했습니다. 부르크하르트 융 라이프치히 시장은 그는 우리에게 강한 믿음과 신념, 그리고 기념비적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터는 전하고 있습니다. 목사의 죽음이 희망이 되는 그런 날이 우리 대한민국에도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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