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의 장래 문제를 두고 총회운영위원회의 결의로 [고신대학교 미래를 위한 총회 특별대책위원회](9)가 조직되었다. 고신대의 생존문제를 두고 총회적인 대책위원회가 생긴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늦게 생긴 위원회가 일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오히려 우려스럽다. 지난 사설에서 언급한 대로 이 문제는 고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하고 큰 문제이므로 조급하게 다루거나 서둘러서는 안 된다. 우선 우리는 9인 위원들 대부분이 교육행정이나 대학경영에 대해 전문성이 별로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더구나 위 위원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회를 앞두고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급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염려된다

고신역사를 보면 크고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공론의 결과가 아닌 사적인 차원의 결정으로, 거기다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신학교의 예과과정으로 운영하던 대학부를 대학으로 인가를 받을 때도 총회적인 합의 없이 사조(私造)이사회까지 만들어 불법적으로 진행하였고, 심지어 고려신학대학을 고신대학교(일반대학)로 전환하는 일은 총회가 부결시켰으나 당국자 몇 사람들이 의과대학 인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역시 불법적으로 이를 단행해버렸고, 이후 총회는 학장의 사과를 받는 것으로 어정쩡 넘기고 말았다

근년에는 김해복음병원의 매각 처리를 총회가 두 번이나 결의하였으나 이사회가 이를 무시하고 매각하지 않았다가 학교재단이 부도가 나고 관선이사가 파송되어 고신이 바벨론 유수를 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반성과 갱신을 위한 백서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즉 회개도 없었고, 권징도 없었으며, 교회의 귀중한 헌금과 재산을 200억 이상이나 낭비하였다

우리에겐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혹시라도 이번마저 또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노파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태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고 또 사태를 수습할 때도 우선순위를 반드시 먼저 고려해야 한다. 왜 총회가 고신대학교의 미래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까지 조직해야 했나? 그것은 지방대학들이 인구문제 등으로 존립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단행해야 할 일은 존립 불가능한 학과들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이다. 이 구조조정은 돈이 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고 캠퍼스 통합부터 먼저 하려는 것은 일을 거꾸로 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면 땅을 팔고 옮기고 하는 동안에 대학이 정부에 의해 강제로 통폐합당할 수도 있다. 지난번에 고신대가 정부당국에 특성화 프로젝트를 제출하였으나 모두 탈락되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고신대에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도 성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고신대는 우선 10-20억원이라도 염출을 해서 당장이라도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어렵다고 미루면 나중에는 손댈 수도 없는 사태에 봉착해버릴 수도 있다. 일단 구조조정부터 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다

때를 놓치면 나중에 돈을 쏟아 부어도 허사로 끝날 수 있다. 김해복음병원 사태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한 일이 아니었던가. 총회가 두 번이나 매각하기로 결정을 하고도 몇몇 실세들의 반대로 실행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2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도 도산되고 말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서울고려신학교의 캠퍼스로 사용했던 부평의 그 부동산(지금은 금싸라기 같은 땅이 되었다)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었던가

또 다른 한 가지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일은 고신대와 고려신학대학원의 우선순위 문제다. 무엇이 우선이고 어디가 우선이냐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본래 고신대는 고려신학교의 예과과정으로 설립되었었다. 그랬는데 대학 인가를 내면서 대학의 편제상 대학원이 대학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면서 대학이 갑이 되고 신학대학원이 을이 되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소위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서양 교회들의 세속화 흐름을 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위와 같은 과정을 밟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교는 신학교로 시작되었으나 그것이 대학으로 발전되면서 신학교는 하나의 인문학과 정도로 축소되었다. 반대로 천주교는 성직자훈련을 위한 신학교의 위상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신부들의 수가 적어서 목회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신부들의 수준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서양 개신교회들의 실패했던 신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특별히 이번에 고신대 문제를 다루면서 천안의 신대원을 영도캠퍼스로 통합하자는 주장을 아주 쉽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고신교회는 하나님나라(교회)의 관점에서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따라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 일의 선후와 우선순위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 이상 역사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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