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ange)’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ALS협회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ALS 치료법 개발을 위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바이럴마케팅 형태의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참가자는 얼음물이 담긴 물통을 뒤집어쓴 후 친구 3명을 지목하고 이 동영상을 SNS에 띄운다. 원칙은 지목받은 3명이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부와 물벼락 맞기 둘 다에 참여하고 있다.재미있는 반짝 이벤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되기 전에 약 500억원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방송 CNBC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새로운 기부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기부문화가 SNS와 결합해 빠르게 퍼지면서 새로운 사회현상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록펠러자산자문단의 멜리사 버먼 대표가 ‘기부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IBC의 성공요인은 ABCDEF로 표현된다. 이를 뒤집어 본다.
F: Fun &Easy(재미와 간편성)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재미있다. 이 캠페인의 근본 목적은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ALS에 대해 알리고 기부를 받는 것인데 본연의 목적을 잃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게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의미와 재미의 결합인 셈이다.
E: Empathy(공감)
루게릭 병은 운동신경 세포가 사멸해 근육이 약해지다가 결국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루게링병 환자들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차디찬 얼음물을 뒤집어 쓰면서 잠깐이나마 경험세계를 제공하게 된다. 일종의 체험학습을 통한 공감이다.
D: Donation(기부, 사회적 책임)
사회적 책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작은 기부’를 ‘손 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동안 미디어는 거대 기부(전재산 헌납, 1억 기부의 아너소사이어티, 장학금 쾌척 등)의 보도에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100불이라는 작은 단위가 SNS에 접목되면서 자신의 선행도 세상에 알려지는 일에 큰 쾌감(반란에 가까운)을 느꼈다.
C: Connection(연계, 관계성)
참가자는 다음 도전자 3명을 지명한다. 릴레이 형태는 숨겨진 관계망을 드러낸다. 서로의 친밀감이 강화된다. 관계가 대내외에 과시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면서 신분상승의 심리적 효과까지 거두게 되는 셈이다.
B: Breaking(격식 파괴와 망가짐)
격식의 파괴가 있다. 일상의 따분한 삶에 대한 일종의 일탈이다. 더구나 명사들이 물을 뒤집어 쓰고 망가진 모습에서 느끼는 심리적 카타르시스가 있다. 일종의 동질감까지 제공된다.
A: Action(직접 체험과 행동)
참여가 대세다. 사람들은 돈만 주고 마는 기부형태에 찜찜해 한다. 그 결과물을 보기 원한다. 자신이 직접 전달하거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때 안심한다. 그리고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얼음물 샤워는 몸으로 느끼는 짜릿함에다 공개적 기부로 자긍심까지 제공한다.
기부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파티, 자선음악회, 미술서예전, 의상발표회... 하지만 “얼음물 샤워’현상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의 기부 문화에도 혁신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단 세사람이면 어느 곳에서나 판을 펼칠 수 있는 간편성, 인증샷을 통한 기부공개, 특별한 목적제시 등 기부문화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목적만 분명하고 의미가 있다면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