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KPM 여성모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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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 하은혜 (하요한,손숙선교사 자녀) 북경중의약 대학 박사연구생/홍콩한의사

북경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느 날, 병원 퇴근 후에 엄마한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6월에 KPM 여성선교사 모임이 스페인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며 의료봉사자로서 같이 참여하자는 요청이었습니다.

우선, 다른 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다른 나라를 간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었고, 목적지가 미지의 멀고 먼 땅 지중해 지역이라서 더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요청이 왔을 때, 오히려 걱정이 앞섰습니다. 비행기표가 비쌀 텐데.. 혹시나 내가 참석함으로 인해 다른 선교사님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우리 엄마가 곤란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 나를 복잡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한 사람의 항공료로 두 사람이 갈 수 있는 저가항공 프로모션 항공료라 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제3국을 경유할 때 9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므로 엄마 혼자 보낼 수 없으니 함께 가라며 날 설득시켰습니다.

난 엄마의 보디가드 겸, 나에게 주어진 은사가 어떻게 사용될지 기대하며, 또한 믿는 사람에게는 우연이란 말이 없으므로, 하나님께서 이번 여성모임을 통해 행하실 일들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으니 세계 곳곳에서 주님의 여 전사들이 모이는 그 거룩한 곳에 같이 동행하여 참여한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지 시간이 갈수록 더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이번 기회에 로마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일생을 바쳐 주님의 충성된 사도로서 복음을 전했던 사도바울이 생명을 마감하면서까지 가보고 싶었던 땅, 세상의 끝이 스바냐(스페인)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바로 그 땅 스페인에 모일 세계 곳곳 주님의 여 전사들, 그 분들을 만날 날들을 기대하면서 학기 중인데도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주위의 친구들에게 기도제목을 나누었습니다.

어느 듯 제2회 여성모임을 시작할 날이 다가와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스페인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습니다. 설레었는지, 서둘렀는지 기차도 놓치고, 여 선교사님들께 드린다고 묶어놓은 상자의 끈도 끊어지고, 공항 출입국시 의료 물품들도 수차례의 검사를 받고 뺏기기도 했습니다.

집을 나선지 약 30시간 후 여성모임의 첫날에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선교사님들이 아침식사 중인데도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이번 여성모임은 지중해지역과 아프리카, 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 중남미 등21개국의 나라에서 사역하시는 여 선교사님들이 모여 지치고 피곤한 영성을 회복하며 치유하는 모임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 지쳐 보였고, 우간다에서 오신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사역하다 보니 피부색이 검어져 현지인과 동화된 것인지 아픈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모두 처음 뵙는 분들인데도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져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대화하고 싶고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MK라는 신분 때문에 선뜻 나서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시작되면서 진행 측에서는 이번 여성모임의 의료진료와 사진을 찍는 역할을 위해 함께 참석한 홍콩 MK라고 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세미나 스케줄을 훑어보는 순간, 하루 일정을 마치는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 진료행위는 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의 내 생각이었을 뿐, 도착하여 짐을 풀기도 전에 오시는 길이 너무 힘이 들었는지 아픈 선교사님들이 많아 첫날부터 본격적인 진료와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환자가 4명에서 8명으로, 8명이 12명으로나중에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환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프로그램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둥지둥 침을 놓아야만 했습니다.

모임장소와 숙소가 도보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모임 후에 숙박시설로 돌아와서도 야간진료가 계속 되었습니다. 처음엔 우리 방에서 치료를 시작했으나 1인용 침대 2개 밖에 없었기 때문에 밀려오는 환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방문진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에서 침을 놓고, 그사이에 또 다른 방에서 침을 놓고, 뜸을 뜨거나 부항을 하고, 시간이 되면 다시 가서 침을 빼고이러한 진료를 통해 선교사님들의 건강상태를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가슴이 뭉클해 왔습니다.

많은 선교사님들이 제대로 의료 검사도 받아보지 못한 채, 앓고 있는 병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허리와 목 디스크는 기본이며, 좌골신경통, 갑상선 저하증, 신경계통, 내분비 계통, 부인과 계통의 문제 등등. 열악한 환경과 또한 바쁜 사역들로 시간을 내어서 고국으로 들어와 치료를 받지 못하여 병을 키워가시는 분들이 대다수이어서 제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의사만 제대로 만나면 정말 간단한 치료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될지도 몰라 방치한 병들, 내가 보는 눈으로도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우리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파하실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정말 이번 여성모임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께서 여 선교사님들을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나의 손길을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밤 2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진료했지만 피곤을 잊고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모임 하루가 지났습니다. 너무 무리하셨던지 어느 선교사님께서 갑자기 하지 근육경련 때문에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계신 선교사님께서 치료를 권유했지만 괜찮다며 계속 거절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련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어 침 치료를 받기로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이 증상은 몇 십 년 동안 계속되어 온 것인데, 심할 때는 걷기조차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더구나 여러 가지 합병증과 다른 만성병들을 함께 앓고 계셨습니다.

선교사님은 이번 여성모임을 오시면서 기도 제목 중, 본인이 짐이 되지 않도록 기도했다며 진통제와 각종 약들을 챙겨오셨습니다. 처음에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하신 것도, 아직 어린 MK인 저에게 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침 치료를 통해 다시 걷는 힘을 주셨고 또한 침을 놓는 동안 아름다운 선교사님의 귀한 사역을 들을 수 있는 귀한 교제를 허락하셨습니다.

아프리카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치료 받지 못하여 수년간 내분비 질병을 앓고 있는 한 선교사님이 계셨습니다. 치료를 하며 교제하는 가운데 그분이 슬그머니 한 동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지역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같이 찬양과 예배를 드리며, 교회 건축을 하며, 자녀들이 현지인들과 함께 놀며 동화되어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동영상이었습니다. 나는 영상 속의 너무 천진난만한 선교사님의 자랑스러운 자녀, 작은MK를 보았을 때 동병상련을 느끼며 나의 어릴 때 모습이 그림같이 지나가서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돌려 선교사님의 얼굴을 봤을 때, 선교사님의 환한 미소 속에 왕 눈물 다발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과 같이 뒹굴며 현지인들을 돌보며, 교회와 신학교 사역들을 도우며, 자녀들 교육시키느라 본인의 몸은 너무 돌보지 않아 이러한 병들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한동안 혼자서 뜸 치료를 했었다며 몸에는 곳곳에 뜸 자욱이 보였습니다. 뜸 치료 후 남은 흉터의 색상과 딱지를 관찰해 보니 긴 시간을 치료를 해왔던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혈 자리들이 잘못 잡혔었고, 엉뚱한 곳에다가 뜸을 뜨셨던 것입니다.

나는 선교사님의 상태를 알려드리며 혈 자리를 다시 잡아 돌아가서도 치료할 수 있도록 가르쳐드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의료 물품들과 약들을 건네 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 중에 선교사님이 나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날 따로 불렀습니다.

오랜만에 몸이 이렇게 가볍고 소변을 보기가 훨씬 호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위로의 하나님, 치료의 하나님이 선교사님을 회복시키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앞으로 선교사님을 사용하실 놀라운 일들을 그려보니 그렇게 마음이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여성모임 마지막 날이 지나며, 마드리드 투어를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어느 한 선교사님이 오셔서 이번 여성모임을 돕는 에젤선교회의 한 권사님께서 귀에 이명(耳鳴) 현상이 있고 어지러워서 걷지를 못하고 기진맥진 쓰러져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젤선교회는 6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이번 여성모임을 위하여 개인경비로 멀고 먼 땅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오셔서 회의실 대형배너부터 간식 하나하나와 식탁보, 냅킨까지 그들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조용히 섬기고 계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모든 선교사님들께 감동을 주었고 나도 그들의 섬김을 통해 어떻게 섬기시는지 배워가고 있었으므로 단숨에 권사님께로 달려갔습니다. 중년 이후의 노화과정에서 신장(腎臟)의 기능저하로 허약해지면서 외수가 부족해서 머리가 어지럽고 너무 과로하셨던 것입니다.

침으로 귀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머리와 귀에 몰린 열을 분산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쉬게 하였습니다. 얼마 후 몸이 회복되어 바로셀로나로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MK로서 부모님을 따라 가끔 선교모임에 갔었지만 모두가 부모님의 일이니 들어도, 보아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성장하면서도 선교사님들의 수고와 헌신이 귀한 것 인줄은 알았지만 이번만큼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의료봉사를 통해 함께 나눈 선교사님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나눔 들 속에서 많은 비젼을 가지면서 각각 다른 은사를 가진 MK들이 함께하며 현장에서 일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섬긴다면 얼마나 값진 것 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록 몸은 쉴 사이가 없이 달려온 며칠이었지만 내 영은 이전에 느끼고 경험치 못한 새로운 감동으로 충만한 날들이었습니다. 이번 일정 가운데 함께 하신 우리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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