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채 목사 향상교회 은퇴

교회 안에는 회의가 많고 직분자 선택을 위해 투표하는 일들도 종종 있다. 또 광대(廣大) 교회인 노회와 총회에서도 회의가 많고 특별한 사안을 결의할 때나 임원들의 선출을 위해 투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교인들이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회의나 선거의 본질적인 특성을 잘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오해는 교회에서 하는 회의나 투표행위를 교회 밖의 어떤 단체나 국가에서 하는 회의나 선거 등과 같은 성격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같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민주적인 방법으로 어떤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면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 사회나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회의나 투표는 사람들의 여론을 모우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주권재민사상에 근거한다. 주권재민사상은 민주주의의 중심사상이다.

그러나 교회가 회의를 하고 투표를 하는 목적은 주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다. 곧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께서 그 권세를 그 아들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권세와 능력이 그리스도에게 있고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가 되심으로 만유의 주가 되신다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내용이다. 곧 주권재주(主權在主) 신앙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경우에든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할 것은 주님의 뜻이다.

회의를 할 때든 투표를 할 때든 만유의 주시오 교회의 머리이신 분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이것을 받들어야 한다. 이런 경외심이 없으면 그는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특히 교회의 직원을 선택하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교회의 직원을 세우시는 분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시다. 구약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부르시고 세우셨고 제비뽑기를 통해 그의 부르심을 나타내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신약시대에는 이 부르심(외적 부르심)을 교회에 맡기셨다. 성경 계시가 완성되고 성령께서 강림하셨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와 하나님으로 영접한 사람은 성령을 받게 되고 그는 성경에 계시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로부터 교회의 회의와 결정은 영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나타난 다수의 권위가 아니라 말씀과 성령이 주는 권위이다.

그런데 여기서 교회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주되심에 합당한 믿음과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소위 주권재민사상에 근거한 정치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 중에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믿음과 경외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민주주의는 교회를 타락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곧 다수라는 힘으로 그리스도의 주권을 찬탈하는 무서운 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교회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신앙고백이 현저하게 저하돼 있다. 인간놀음이 교회 안에서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다. 이것이 그래도 개체 교회에서는 약간이라도 억제되고 있으나 노회와 총회와 같은 광대 교회로 가면 아주 노골적이 된다. 원리적으로 보면 상회로 갈수록 더 신앙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노회나 총회에서 중요한 직분자들을 선택하면서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연보를 쓰는 일에도 상회로 올라갈수록 하나님께 드려진 헌금이라는 거룩성이 희박해져 버린다.

이 같은 범죄를 다소나마 방지해보려고 각 교단들마다 정부처럼 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감독을 하지만 경찰권이 없으니 실효성이 없다. 교회 지도자들마저 마음을 주재하시는 성령과 말씀의 감독에 대한 믿음과 두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교회의 주이신 그리스도의 권위에 대한 두려움을 잃어버리면 어떤 제도나 규칙도 효과가 없다. 백약이 무효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지금 자신들이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지 냉철히 살펴야 한다. 자신이 높아지려는 마음, 상좌에 앉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다스리고 그 위에 군림해야 기쁨이 있는 사람이 돼버리지는 않았는지 정직하게 살펴야 한다. 총회장이 되고 임원이 되려는 것이 과연 섬김을 위한 희생의 결단인지 아니면 뭔가를 얻으려는 세속적인 욕망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교회들과 노회나 총회는 어떻게 하면 선거 때문에 죄를 짓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선관위도 회의비로 연보나 낭비하는 무력한 기관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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