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일 오후 330분부터 인천 카리스호텔에서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충렬 박사)실천신학에서의 융합과 통섭이라는 주제로 제55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 학술대회를 열어 문화랑 박사 외 10명의 학자들이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이를 각 3명씩의 논찬자들이 논평하는 순서를 익일 14() 오전까지 가졌다. 이 가운데 고신대학교에 출강하면서 부산 성안교회에 협동으로 있는 문화랑 박사(실천신학, 예배학, 교육학)의 논문발표를 요약해 본다.

▲ 문화랑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예전이 어떻게 신앙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연구 /문화랑 박사

전통적으로 장로교회와 개혁주의 교회들은 교회교육에서 인간 이성의 역할과 교리교육적 가르침(catechetical instruction)을 강조해왔다. 물론 신앙형성에 있어 지성과 인식능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전달 중심적인 교회교육은, 예배의 참여와 리터치의 실현((liturgical practice)이 줄 수 있는 신앙형성의 가능성을 간과해 왔다. 지식의 축적이 개인의 변화와 사회속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문제점을 느끼고 교회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훈련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장로교회는 예전이나 의례에 대해 친숙하지 않다. 특히 의례는 로마 가톨릭의 잔재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예배도 다양한 의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함께 일어서기, 찬송부르기, 손을 드는 것, 무릎을 꿇는 것, 통성낭독, 통성기도 등과 같은 것이 의례이다. 이러한 의례 등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즉 예전과 의례는 믿음의 가능성을 수반하고, 우리의 의식과 잠재의식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믿음은 단순히 머리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체현된 행동 속에서 발생한다. 하나님의 성육신은 신앙형성에서 육적 측면을 무시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이것이 리터치 신학의 출발점이 됨을 보일 것이다.

예전신학의 전제(인간의 몸을 긍정함):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은 죄에 약하고 악한 것으로 이해되는 이원론적인 몸과 영혼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존재의 통전성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저해하였고 그 결과로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신앙과 예배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교회 역사 가운데 나타난 예전적 실천은 믿음의 통전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신앙은 체현을 통하여 표현되어야 하는데, 몸과 영혼, 의식과 무의식은 신비적인 방법 속에서 결합되어 온전한 신앙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사람의 필요를 무시하지 않으셨다. 사람의 연약함과 이해력의 부족을 불쌍히 여기셨기에 친히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이는 육체가 신앙형성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건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신앙형성에서 육체적 요소가 긍정될 수 있다면 교회의 신앙형성적 차원의 실천으로서의 예전 또한 긍정될 수 있다. 체현은 실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실천은 체현을 수행하고 의미를 전달한다. 실천의 반복을 통해 이해는 성장한다. 즉 예전적 예배시행의 목적은 인간의 체현을 통한 의례적 지식을 몸과 정신에 새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믿음은 형성되고 성숙되는 것이다.

학습의 과정속에서 몸의 중요성: 학습은 경험의 결과에 의한 정신적 표상이나 연합에서의 오랜 기간에 걸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기억을 고정화 시키고 감정의 도움으로 그것을 강화한다. 배움은 단순히 마음과 두뇌의 작용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특히 인간의 몸은 이전의 사건들을 기억한다. 의식을 통해 몸은 행동의 의미를 암묵적으로 배우게 되고, 그 기억은 다음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의례적 지식은 인간이 행함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이는 의식과 잠재의식 모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천이론이 증명하는 리터치의 효과: 교육학자 크레이크 딕스트라와 도로시 베스는 믿음과 실천, 즉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상호간의 관계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론은 돈 부라우닝이 말한 실천에서 이론으로 그리고 다시 실천으로”(practice to theory and back to practice)와 매우 유사하다. 왜냐하면 이론은 항상 실천 가운데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리터치의 행함과 암묵적 지식: 미로슬라브 볼프는 신앙형성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행동이 먼저 오고 믿음은 나중에 온다. 또는 믿음은 행동 안에 수반된다.”고 말했다. 모든 교리공부를 하고 신앙을 가지게 된다기 보다 예배의 참여와 실천 속에서 신앙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돈 리히터는 믿음은 어떤 명제의 학습에서 시작한다기보다 함께 노래 부르고 예배의 행위를 하는 가운데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도의 이론을 믿고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실제로 행함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논문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훈련시키는가?

반복을 통한 습관 형성: 예전의 특징 중 하나는 반복이다. 이를 통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예배의 요소들은 매주 반복 시행된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다가 반복적 행동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더 깊은 성찰의 자리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반복은 습관을 형성 시킨다. 이는 기계적 반복에 의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친숙함에 근거한 경험적 지식이다. 이 습관은 매주 반복됨으로 신앙형성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 방울의 힘은 약하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구멍이 난다. 매주 반복되는 예전은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과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기억을 도우며 아이덴터티를 형성한다: 반복된 행동은 두뇌를 활성화하고 인간의 기억을 돕는다.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보다 읽으면서 쓰는 행동은 기억력을 강화 시킨다. 성찬은 그런 예전이다. 먹고 마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예전은 개인의 기억만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증진 시킨다. 그것은 효과적으로 기억을 유지 간수하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억에 의해 공동체의 아이덴터티가 결정되는 것이다. 셀리어스는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은 현재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했다.

인간의 변화를 요청한다: 예전을 통해 사람은 삼위 하나님을 만나며 교제한다. 예배의 요소들을 행하면서 그 속에 있는 메시지를 접하며 사람의 마음은 변화의 필요를 요청받는다. 물론 자동적으로 사람의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리터치는 마술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기독교의 예전은 인간의 마음을 훈련하는 도움의 도구로 분명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변화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예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의 몸을 통해 하나님의 내러티브를 시연하게 만들고 내러티브와 상징의 틀 안에서 의미를 획득하게 돕는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믿음의 실천이 부족하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음의 실천이 부족한 것은 바로 예배 안에서 훈련의 도구인 예전의 부족함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성찬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반복적으로 마음에 새기고 결단하게 해야 한다. 이를 간헐적으로 시행하여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하게 되면 실천의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단체사진

결론: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예배를 통해 만들어진다. 인지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예전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예전신학의 출발점은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있다.

예전의 시행 자체는 단순히 상징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그 행동 안에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묵적 지식은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을 경험하게 한다. 본 논문은 예전신학이 인간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기초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더 발전된 예전 신학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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