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 한국정부에 보내는 탈레반 서한 소지"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됐던 한국인 인질 23명 중 살해된 2명을 제외한 21명이 피랍 42일 만인 30일 모두 석방됐다.

한국 측과 탈레반의 협상을 중재한 부족 원로 하지 자히르씨는 30일 오후(현지시간)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탈레반이 남자 2명과 여자 2명 등 인질 4명을 먼저 석방하고 이어 나머지 인질 3명을 석방했다"고 확인했다.

이날 1차 인질 석방은 오후 6시55분께(한국시간 오후 11시25분) 이뤄졌고 이어 1시간30분 정도 뒤인 오후 8시25분께 마지막으로 남은 3명(남성 1명ㆍ여성 2명)을 풀어줬다.

탈레반은 이날 이전 석방때와 달리 부족 원로에게 인질을 인계하지 않고 가즈니주와 이웃한 자불주 잔다 지역과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두차례에 걸쳐 부족 원로 하지 자히르 씨의 참관 하에 이들 인질을 적신월사 측에 직접 넘겼다.

잔다 지역은 가즈니주 주도인 가즈니시에서 서남쪽으로 90㎞정도 떨어진 곳이며 카라바그 지역은 남쪽으로 30㎞ 거리에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적신월사와 자히르씨는 잔다 지역에서 석방된 인질 4명을 싣고 카라바그 지역으로 이동, 1시간30분 정도 기다린 뒤 마지막으로 남은 인질 3명을 마저 인계한 뒤 가즈니시로 향했다.

이날 인질 인계장소가 가즈니주 밖인 것으로 미뤄 탈레반은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한국인 일행을 납치한 뒤 소규모로 나눠 몇 개 주로 분산 억류했고 가즈니시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29일부터 인질을 석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몰 뒤까지 이들 마지막 남은 인질 3명의 석방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31일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돌았지만 탈레반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이날 모두 인질을 석방했다.

AP통신과 AFP통신, 신화통신도 적신월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날 인질 7명이 모두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교도 통신은 이날 석방된 인질들이 탈레반이 한국정부에게 보내는 서한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속보)

   
▲ 탈레반 쪽 협상단이 타고 있는 국제적십자사 차량 2대가 28일 한국 협상단과의 협상이 있을 예정인 가즈니주 적십자사로 향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청와대는 28일 오후 8시 25분 공식 발표를 통해 “탈레반과 대면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19명을 전부 석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석방은 지난달  19일 한국인 인질 23명이 납치된 뒤 41일만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 한국시각 이날 오후 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납치단체와 4차 대면 협상이 있었다”며 “▲한국군 연내 철군 ▲아프간 선교 중지를 조건으로 탈레반에 억류되어 있던 피랍자 전원을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앞서 희생된 두 사람의 명복을 빈다’며 “정부는 이번 석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준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 오늘 오후 6시부터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은 ‘모두들 수고했다. 모든 국민이 걱정했는데 참 다행이다. 마무리를 잘해 달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천 대변인은 “지금은 석방 합의가 된 것이지 곧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며 “탈레반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가즈니에서 수도 카불로 가능한 빨리 이들을 옮겨 1차 건강 검진을 받게 되며, 귀국경로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의부대 의료진들이 이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맞교환 등 무장단체의 다른 조건은 없었나”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아프간 수감자 석방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설득해 왔는데,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며 “납치단체도 19명이라는 많은 인질을 장기간 억류하는 것이 부담됐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천 대변인은 "선교 중지 요청은 종교계와 협의하되, 여행금지국 제도 등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위험한 선교가 이뤄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한국정부와 대면협상 결과 인질 석방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탈레반 측은 국내 언론과 간접 통화에서 "한 번에 이들을 모두 석방하기에는 (인질들이 분산돼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며칠에 걸쳐 3∼4명씩 순차적으로 석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탈레반, 합의한 ‘5가지 항목’은 뭔가 첫째, 2007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 모두 철수둘째, 한국 NGO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달 말까지 아프칸을 떠난다.셋째, 파키스탄에서도 기독교 등 일체 선교활동 중지넷째, 모든 공격 중지(아프칸-탈레반, 탈레반-인질)다섯째,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은 요구하지 않는다. ▲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봉사대원 일동

 

 

풀려나는 19명은 누구인가?

 

임현주(32.여)씨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 3년 전 의료전문 봉사단체인 ANF(All Nations’Friendship)를 통해 아프간에 들어갔으며, 7월 26일 미국 CBS 방송 등을 통해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육성이 공개된 바 있다.


박혜영(34.여)씨는 지난해 1월 장기봉사를 위해 아프간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아 활동했다. 아프간에서도 임현주씨를 도와 마자리샤리프의 병원과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간호 보조 업무도 함께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초 귀국할 예정이었다.


이지영(36.여)씨는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2년 체류 일정으로 아프간으로 떠나 교육.의료 봉사를 해왔다. 이씨는 특히 8월 13일 풀려난 김경자.김지나씨의 석방 과정에서 석방 기회를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출신의 이주연(27.여)씨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연구원이었던 서명화(29.여)씨는 포천중문의대 간호학과 동문으로, 이번에 의료봉사 요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말 결혼해 신혼인 서씨는 동생 경석(27)씨와 함께 봉사에 나섰다 납치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미용사자격증을 가진 서경석씨는 아프간에서 가위질 솜씨를 살려 누나를 도울 예정이었다.


또 한명의 의료봉사 요원인 이정란(33.여)씨는 제주도 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도 성남의 한 내과의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씨는 피랍사태 직후 국내로 조기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그의 행방을 찾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정화(39.여).한지영(34.여)씨는 영어학원 강사로, 아프간에서 영어통역을 맡았다. 특히 유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아프간 봉사에 참여했으며 7월 28일 밤 외신을 통해 인질 가운데 두 번째로 육성이 공개된 바 있다.


피랍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이영경(22.여)씨는 안양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으로 방학을 이용해, 고세훈(27)씨는 충남 천안 남서울대학 산업경영공학과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 중에 봉사를 떠났었다.


또 피랍자 가운데 최고령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유경식(55)씨는 2005년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목회자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해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유씨는 암 치료로 얻은 `두 번째 삶'을 남을 위해 쓰고 싶다며 가족을 설득해 이번 봉사단에 합류했다.


역시 두 자녀를 둔 주부인 김윤영(35.여)씨는 학원 국어강사 출신으로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었다.


제창희(38)씨는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IT회사에 근무하다 지난 6월 신학대학원 진학을 위해 사표를 던졌으며 아프간에서는 영어통역과 의료봉사 보조를 맡았다.


송병우(33)씨도 서울 역삼동 소재 재정컨설팅회사 VFC 부지점장 겸 팀장으로 일하다 이번 봉사활동을 위해 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경기도 성남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차혜진(31.여)씨와 어린이집 교사인 이성은(24.여)씨, 웹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안혜진(31.여)씨, 건축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이선영(37.여)는 휴가를 내고 봉사에 나서 현지에서 통역과 교육봉사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석방 소식에 가족들 환호, 감격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피랍된 이선영(37·여)씨 어머니 김경자(63)씨는 28일 오후 8시 10분쯤 ‘인질 전원 석방’이라는 TV자막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김경자(37·여)씨와 김지나(32·여)를 대신 풀려나게한 ‘천사’ 이지영(36)씨 오빠 이종환씨는 “꿈만같다. 날아갈 듯 기쁘다. 너무 감사하다. 수고해주신 정부관계자와 걱정해주신 국민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일단 무사히 건강하게 지영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영씨는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2년 체류 일정으로 아프간으로 떠나 교육과 의료 봉사를 해왔다. 피랍 41일째인 이날 탈레반과의 4차 대면협상이 시작된 지 두 시간여 만에 전해진 인질 전원 석방 소식에 가족들은 환호성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분당 가족 모임 사무실에서 언론보도를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가 청와대에서 피랍과 관련해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와 함께 박수소리, 감격에 겨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족들은 석방 소식을 전하는 뉴스 방송을 틀어놓고 그 동안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서로 껴안고 위로하며, 일부는 각자 휴대전화를 들고 지인들에게 기쁜소식을 전했다. 교회 관계자들과 교인들도 사무실을 지나며 “석방됐대요”, “다 나온대요”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며 비상연락을 받은 가족들은 속속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전날 간간히 전해진 석방협상 소식에 행여나 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아 실망한 거듭한 가족들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아침부터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간호사 출신의 이주연(27·여)씨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연구원이었던 서명화(29·여)씨의 가족들은 “반드시 살아 돌아올 줄 알았다”며 “정부와 석방을 위해 애쓴 분들에게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말 결혼해 신혼인 서씨는 동생 경석(27)씨와 함께 봉사에 나섰다가 납치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미용사자격증을 가진 경석씨는 아프간에서 가위질 솜씨를 살려 누나를 도우기 위해 함께 아프간으로 향했다. 가족모임측은 피랍자들이 도착할 때를 대비해 긴급 회의를 열어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를 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가족모임 관계자는 “탈레반과 우리측의 대면협상이 잘돼 기쁘기 그지 없다”며 “그동안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당=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원철 기자) 박은조 목사 기자회견서 감사의 뜻 밝혀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는 28일 밤 아프간 피랍자 19명의 석방 합의 소식을 접하고 기자회견을 갖고 피랍 가족과 정부, 협상당국자, 국제사회 그리고 언론에 감사 의 뜻을 밝혔다.
▲ 박은조 목사     ©뉴스 파워 자료사진


"아직까지 우리 피랍 가족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인사말씀만 드리겠다."며 말문을 연 박 목사는 "먼저 천국으로 떠난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피붙이들이 위태로운 상황 가운데 있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잘 대처하며, 오랜 시간동안 잘 견뎌주시고 함께 고생한 피랍가족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어 "특별히 감사 드리는 것은 긴 시간 동안 23명의 생명을 염려하시면서 언론보도를 주의 깊고 세심하게 협력해 주신 언론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아직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니지만 수일내로 19명의 가족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지기를 기대한다. 가족들이 무사히 조국땅을 밟을 때까지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또 "불행한 일로 아프간 국민과 고통받는 아프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도록 마음을 같이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애써주신 한국 정부와 각국 협상 당국자, 국제사회의 모든 분들께 마음 다해 감사드린다. 특히 피랍가족과 한 가족의 심정으로 마음 졸이고 지금까지 걱정해주신 여러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뉴스파워)

 

  • 샘물교회 박은조(55) 담임목사는 아프간 피랍 인질 전원석방 소식과 관련해 “그동안 애써주신 한국 정부와 각국 협상 당국자, 국제사회의 모든 분들께 마음 다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 곽아람 기자


     

    탈레반 피랍 사건 일지

    △2007.7.19=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 탈레반에 납치.
    △7.20=탈레반 21일 정오까지 아프간 주둔 한국군 철수 요구 불응시 인질살해 협박.
    △7.21=탈레반, 24시간 내 탈레반 죄수 23명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살해 시작 경고.
    △7.22=조중표 외교부 1차관 등 정부 대책반 아프간 수도 카불 도착 협상 시작.
    △7.23=탈레반, 아프간 정부와 협상 실패, 한국 정부와 직접대화 요구.
    △7.25=탈레반, 배형규 목사 살해. 추가 살해 경고.
    △7.26=인질 임현주씨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과 인터뷰.
    △7.29=백종천 대통령 특사,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면담
    △7.31=탈레반, 심성민씨 추가 살해.
    △8.1=정부, 아프간 여행금지국 지정.
    △8.7=미-아프간 정상회담, “인질사태 양보 불가” 재확인.
    △8.10=한국-탈레반 대표, 가즈니서 첫 대면협상.
    △8.13=탈레반, 아픈 여성 인질 2명 석방.
    △8.17=석방된 여성 인질 김경자·김지나씨 귀국.
    △8.28=한국인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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