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피랍자·교회측에 '구상권' 청구키로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어 인질로 고생하던 21명의 샘물교회 교인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싶다.

29일에는 故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씨가 "19명이 무사히 귀국한 뒤 피랍 과정의 전말을 물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서정부와 교회 등이 피랍과 2명(심성민씨. 배형규 목사)의 죽음 등에 책임이 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이 모두 안전하게 귀국하는 대로 이번 사태 해결과정에서 소요된 제반비용에 대해 피랍자와 교회측에 ’구상권(求償權)’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일단 피랍자 석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귀국한 뒤 이번 사태의 본질과 책임소재 등에 대한 문제를 점검해야 하며 특히 정부가 사용한 비용을 정산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에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동안 정부 측이 사용한 비용을 피랍자 가족이나 교회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가족들이나 교회측도 ‘동의의 뜻’을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구상권 청구 범위에 대해 “’실제부담원칙’에 의거해 정부가 납부한 항공료와 시신운구비용, 후송비용 등을 1차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샘물교회의 권혁수 장로는 “석방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희생자 2명의 운구비를 교회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며 “석방자들의 국내에서의 병원 치료비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 장로는 “배형규 목사, 심성민씨 시신 운구와 김경자. 김지나씨의 귀국 및 입원치료와 관련해 외교부에서 항공료와 치료비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알려왔다”며 “그러나 교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미에서 일단 항공료는 전액 지불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간에 있는 나머지 19명의 귀국 편 항공료에 대해서도 “외교부에서 아직 언급이 없으나 (피랍자)개인이 부담하게 될 경우 교회가 대신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최선을 다 해 노력하는 것 이상의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자국민을 사지에서 구출하는 댓가를 국민 개인에게 청구하는 국가가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질 1명당 10억불의 몸값 이야기가 나돌고 있고 알자지라 방송은 "몸값 379억원 지불"이라는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구상권이 성립된다면 교회는 감당할 수 없는 괴리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랍' 구상권 청구범위 주목..`몸값'은 제외될듯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과 교회측에 사태 해결과정에서 소요된 제반비용을 구상(求償)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구상권이 행사될 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려는 비용이 피랍자측에서 부담하겠다는 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경우 해외에서 납치된 국민에게 국가가 어느 정도의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이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금액 차이 크면 소송 가능성 = 정부는 ‘실제부담원칙’에 따라 국가가 낸 항공료와 시신운구 비용, 후송비 등을 구상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랍자들이 속한 분당 샘물교회측은 석방자 귀국에 소요되는 항공료와 희생자 운구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양측이 적정한 타협을 이루면 구상액수도 쉽게 결정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정부는 공무원 출장비용 등 교회측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상 여부 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양측의 견해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피랍자측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재판이 조정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적정한 구상액을 판단하는 일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간다.

이는 사법부가 해외에서 발생한 자국민 피랍사건에 대한 국가의 금전적 책임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어서 유사사태 발생시 정부가 고려할 중요 판례가 된다.

현재 이라크에서 피살된 고(故) 김선일 유족이 2004년 “자국민 보호의무를 저버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아 이번 피랍사건에 견줄만한 국내 판례는 찾기 어렵다.

◇‘몸값’ 청구는 어려울 듯 = 일본 정부도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석방된 일본인 3명에게 항공료와 호텔 숙박료 등 240만엔을 공동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가 지불한 ‘석방 대가’를 당사자에게 구상한 국내외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구상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피랍자들이 아프간에 입국할 때는 ‘여행금지국’ 규정이 없었으므로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손해배상 차원에서 이미 지불된 몸값을 갚으라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또한 인질로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피랍자들에게 국가에 대한 채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도 없는 데다 피랍자들과 무장단체가 사전에 “한국 정부가 돈을 주면 풀어준다”는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어서 채권ㆍ채무 법리를 구상권 행사에 적용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인질 몸값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무관리 조항 적용할까” = 다만 국가가 민법상 사무관리 조항을 들어 피랍자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치른 몸값을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관심거리가 된다.

민법상 의무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하는 자가 본인(관리대상자)을 위해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했을 때에는 본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무’란 통상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처럼 계약 등을 통해 성립된 책임을 지칭한다.

따라서 국가가 피랍자들과 계약을 맺는 등 구체적인 의무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정부가 피랍자들을 위해 ‘의무없이’ 쓴 몸값을 상환할 권리가 있는게 아니냐는 견해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포괄적인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몸값을 되받아낸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외국의 선례들

석방비용 구상권, 적극행사 vs ·유럽은 NCND

 

한국 정부가 30일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이 귀국하는대로 사태 해결에 소요된 제반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외국의 유사한 사례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상권 문제가 다뤄졌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우 2004년 4월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다 풀려난 다카도 나호코()씨 등 자국민 3명에 대해 귀국경비 등의 명목으로 237만엔을 청구한 일이 있다. 구상권을 행사한 것이다. 명목은 항공료와 숙박비, 진료비 등. 비용을 모두 지불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일부 금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피랍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피랍자들이 자위대가 파견된 이라크에서 목숨을 걸고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을 전개했었기 때문이다.

자위대의 이라크 전쟁 지원 활동으로 인해 무장단체에 납치돼 생사의 갈림길에 고통스러워했을 자국민에게 "납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었다.

일부 외국 언론은 피랍자들의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자랑스러워하지는 못할 망정구출비용을 청구한 것은 계산에 철저한 일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피랍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위험지역에서 무리하게 활동했다가 납치돼 전 국민을 불안과 우려에 몰아넣는 등 피해를 준 만큼 본인들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외무성측도 '자기 책임론'을 제기하며 "민간인으로 해외에 나가서 문제를 일으켜 귀국할 경우에는 모든 경비를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아프간 한국인 납치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곧바로 아프간 여행 자제령을 내리는 등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발빠르게 대응했다.

일본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본인의 안전은 철저하게 본인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의 여행 자제령 등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불미스런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렸을 경우에는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져서 당사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상권을 행사한데 반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몸값을 비롯한 관련 비용문제를 철저히 수면 위로 올리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미국 정부는 테러단체인 탈레반 등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이제까지공개적인 협상에 나서거나 타협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대신 민간 차원에서 몸값을 지급하거나 인질석방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막후 역할은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의 프리랜서 여기자인 질 캐럴이 지난 2006년 1월7일 현지 통역과 함께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뒤 석방과정을 보면 이 같은 미국 정부의원칙과 역할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신문사측이 몸값 지불을 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묵시적으로 동의한 형태를 보였고 그의 석방을 위해 당시 수용소에 억류중인 이라크 여성 포로 5명을 석방하고 사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구상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은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국은 '여행주의-여행자제-여행제한-여행금지' 등 여행지역에 따른 통제수위를 결정하는 한국정부와 달리,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문제로 인해 정부가 나서 위험지역 여행을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 국무부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부득이 여행을 하는 경우엔 본인 스스로 신변 안전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현재 미 국무부가 지정한여행경고 지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 등 27곳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4, 5월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된 구호요원 2명을석방시키기 위해 부족 원로 등의 중재를 요청한 적이 있고 프랑스군의 철군 요구에는 철군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유연하게 대처했다.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인질 석방 사실을 전하면서 500만달러의 몸값을 정부가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05년 1월 이라크에서 취재도중 납치됐던 리베라시옹의 여기자 플로랑스 오베나가 1000만달러의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됐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인질 석방과 관련해 몸 값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철저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을 견지했다. 이 때문에 구상권 문제도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파리.워싱턴.도쿄=연합뉴스)

구상권 논란, ‘여론 재판 돼서는 안 돼’


 

▲30일 석방된 인질들이 29일 석방된 인질들과 카불에서 재회해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연합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19명 전원 석방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소요된 제반 비용과 관련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독교 비난 여론이 크게 확산된 인터넷 상에서는 ‘샘물교회가 제반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구상권 문제를 마치 여론재판식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와 충분한 법적 검토가 뒤따라야 하는 문제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구상권 논란, ‘불법행위인가’가 관건

구상권은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배상 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후에 가해자 본인에게 변제를 청구하는 권리’로, 정부는 ‘샘물교회와 피랍자 가족 측에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소요된 제반 비용을 구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 해결에 소요된 비용은 전부 얼마인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그 중에서 어떤 항목에 대해 얼마를 청구하게 될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상권이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해당한 경우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피랍자들의 행위가 불법이었는지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CHL 주명수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것은 구상권의 범위”라며 “석방된 피랍자들의 귀국 항공료 등은 당연히 청구할 근거가 있지만, 피랍자들이 당초 여행금지 국가를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샘물교회 측은 피랍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희생자 2명의 시신 운구비를 교회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했고, 피랍자의 귀국 후 병원 치료비 부담은 논의 중에 있는 상황이다.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피랍자의 ‘몸값’과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에서 피랍자들의 몸값 지불에 대한 부분은 공식적으로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실제로 몸값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주 변호사는 “가령 국가가 몸값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구상권을 청구할 근거가 없다”며 “만약 이들이 불법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이것은 법률이 규정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몸값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녀사냥식으로 흐르고 있다”

이렇듯 구상권 청구는 피랍자들의 불법행위 여부 및 정부의 과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법률상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론재판 같은 현재의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분위기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사태의 본질과 책임을 따져 피랍자들과 교회 측이 자신들의 책임에 상당하는 비용은 부담해야겠지만, 지금 여론은 오로지 기독교 마녀사냥으로만 흐르고 있고, 정부는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소명 경수근 변호사(애드보켓코리아 사무총장)도 “이 문제는 여론재판할 감이 아닌데도 분위기가 그런 식으로 몰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부도 헌신을 다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가는 것보다는 교회나 피랍자 가족들이 도의적 차원에서 일정 부분을 감당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빠르면 2일 피랍자들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랍의 경위와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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