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good people drive out bad!-

숨겨두는 양화(良貨), 사용되는 악화

▲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담임

과거 영국에서 은화를 사용할 때의 일이다. 1파운드의 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1파운드의 가치에 해당하는 은을, 예를 들어 100g의 은을 사용하여야 순도 높은 은화, 즉 양화(良貨)를 만들 수 있었다면 일부 은화 제조업자들은 은을 아끼기 위해 1파운드 짜리 은화를 95g의 은만을 사용하여 만든 은화, 즉 악화(惡貨)를 만들어 유통시키기 시작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악화와 양화가 구분 없이 사용되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양화는 자신들의 금고에 보관을 해두고 악화만을 거래에 사용하였다. 결국 시장에서는 소수의 악화가 다수의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였다고 말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상품에 있어서 가격은 같으나 품질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경쟁에 의해 품질이 우수한 것이 열등한 것을 제거하게 된다. 그러나 화폐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그와 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이 바로 그레샴이 주장한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 1558년에 엘리자베스 1세의 재정 고문으로 활약하고 런던에 영국 최초로 왕립 증권거래소를 설립하였으며, 그레샴 대학을 세운 토마스 그레샴(Thomas Gresham, 1519 ~ 1579)이 발견한 그레샴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세월이 지나면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원칙과 질서의 왜곡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숨겨지는 양인(良人), 날뛰는 악인

동전의 세계만이 아니라 인간세계에서도 이런 왜곡 현상이 나타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우리나라를 보라. 사회 일각에서 시민운동의 이름으로 양인들의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도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양인보다는 악인이 더 큰 소리를 치고 세상을 움켜쥐고 있다. 신문을 펼쳐 보라. 그것이 주요 일간지든, 혹세무민하는(?) 지하철 가판대의 다블로이드 판이든, 이 세상을 자신의 소유인 양 설쳐대는 인간은 결코 양인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 장관들의 이름보다 엄청난 금액의 뇌물을 즐겨 받는 정치인, 관료들의 이름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다. 자주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조폭영화들이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돈도 벌게 해 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순리와 질서보다는 주먹과 폭력이 힘을 발하는 악인의 세계에서 성실한 양인(良人)이 설자리는 없다는 자괴감이 널리 퍼져있다. 미국대사의 뺨을 칼로 긁어대면서 평화니, 전쟁중단을 말하는 김기종이 마음대로 설쳐대는 대한민국은 양인보다 악인이 큰소리친 지 오래되었다. 묵묵히 제 일만 하는 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나 여전히 출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높은 사람의 지역 연고자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각종 이권을 제공할 능력을 갖추어야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모두들 굳게 믿고 있다.

교회는 얼마나 다른가? 순수하게 주님만 바라보고 말씀대로 순종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살려고 하는가가 좋은 목사나 교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말을 잘하고, 으리으리한 예배당을 짓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모이는 등 매우 세속적인 기준이 자신이 속할 교회 여부를 결정하는 확실한 잣대가 되는 판이다.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된다. 악화가 양화를 밀쳐내는 현상을 남의 탓으로만 여기고 원망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양화, 양인을 더 많이 생산하지 못하는 오늘 우리 교회가 문제이고, 양인(良人)마저 쉽게 악인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허약함이 문제다. 양화가 제 구실을 해낸다면 악화는 스스로 역사의 현장에서 퇴출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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